그 나이에도 참, 하루키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글도 잘쓴다.
편애하는 밑줄
상대의 외모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직업적 관심을 자극할 정도로 큰 결점만 없다면 -그는 성형외과 의사다- 혹은 보긴만 해도 하품이 날 만큼 따분한 표정이 아니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외모같은 건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돈만 있으면 거의 누구나 어떻게든 바꿀 수 있다.
그보다도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타고난 유머감각을 지녔으며 뛰어난 지적 센스를 갖춘 여자들이었다. 화제가 부족하고 자기 의견이라는게 없는 여자들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오히려 도카이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어떤 수술로도 지적 스킬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재치있고 스마트한 여자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즐기고 혹은 침대에서 살을 맞대고 두서없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시간을 도카이는 인생의 보물처럼 여겼다.
여자 문제로 심각한 트러블을 겪었던 적은 한번도 없다.
질척대는 감정적 갈등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그불길한 먹구름이 지평선 저멀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는 곧장 영리하게, 조금도 소란을 피우는 법 없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몸을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