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욕망

욥기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

도곡리 오자매

by 책읽는 헤드헌터


로빈슨은 종교가 없다.

국수를 준다는 이유로, 내가 다니는 교회에 몇년간, 오로지 국수를 먹으러 온 적이 있었고,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몸이 아플땐 절에 간다. 몇번, 하나님 안에서 살면 평안을 얻는다고 설득한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철학책을 읽는 본인이, 내 주인은 나라고 믿는 나름의 인문학도가, 내 모든 것은 주님이 주관한다 류의 기독교 신앙고백을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교회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름 파워인스타' 미저리 계정이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생기자 내게 '너에겐 위로자 달란트가 있다'는 지극히 기독교인스러운 단어와 메세지를 줬다. 위로하는 달란트라.....그래, 내가 가진 재능을 필요한 이에게 기부하잔 생각으로 해킹당한 계정복구 기간동안 낙심한 미저리 집에 자발적으로 감금돼 있었다. 다행인 건, 미저리는 모든 일에 하나님 계획하심이 있다는 걸 믿는사람이란 거다. 한순간에 '계정 해킹당한 후 팔로워 300명을 거느린 평범한 인스타그래머'가 되는 과정에서, 한순간 직장을 잃은 후보자처럼 막막해진 미저리. 어떤 위로가 좋을까. 다양한 위로 세트중에서 '욥'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무 까닭없이 고난을 받았으나, 끝내 두배이상으로 하나님 축복을 받은 의로운 자. 모든게 자신의 무지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자책하는 미저리에게 찰떡이 아닐 수 없다. 그래, 욥! 그래서 우리는 함께 욥을 읽기 시작했다.


해킹정국 나흘째, 욥기 1장


그가 아직 말하는 동안에 또 한 사람이 와서 아뢰되 주인의 자녀들이 그들의 맏아들의 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는데
거친 들에서 큰 바람이 와서 집 네 모퉁이를 치매 그 청년들 위에 무너지므로 그들이 죽었나이다
나만 홀로 피하였으므로 주인께 아뢰러 왔나이다 한지라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우스 땅에 살던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 칭함받았다. 이때 사탄은 그가 까닭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많은 소유와 재물(울타리)을 허락했기 때문이라며 그 모든 것을 잃고도 하나님을 섬기는지 시험해보자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식들이 모두 죽는다.

미저리는, 그 부분에서, 울면서 말했다.


나는 겨우 인스타 계정을 잃었을 뿐인데 욥은 자식까지 잃었대.
상심하고 괴로워할 일이 아니네, 욥은 더한 일을 겪었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킹 신고를 인스타에 접수하고, 우리는 함께 기도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 계획을 깨닫게 하여주시고,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우리가 아오니 낙심하지 않겠다고.


미저리는 해킹정국 첫날, 내게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지금 내가 살고있는 투룸으로 이사오면서 미저리에게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500만원 남았다). 미저리가 내게 40년간 보여준 그간의 행동이 있으니 나는 그걸 곧이 곧대로 믿진 않았다. 속으로 이자를 300만원만 갚아도 좋으련만, 생각했다,






해킹정국 5일만에 계정복구, 파워인스타 회복


프로그래머인 형부가 계정 복구 완료.

복구되자마자 우리의 미저리 역시나, 이자를, 100만원만 깎아준다고 했다. 500만원 전액에서, 100만원이라니. 물론 백만원도 감사하지만, 혹시나 하고 500만원 전액탕감을 기대했던 터라 그다지 크게 고맙지는 않았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해킹이라는 큰 사건이 없었다면 미저리로부터 이자 전액 탕감받는다는 건 언강생심 꿈도 안꾼다. 근데 혹시 너무나 말도 안되고 멘붕이니까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내 내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번에 다시 한번 더 도전해봐야겠다;).

미저리가 욥기 성경공부를 위해 집으로 와달라고 했다. 왔다갔다하는거 귀찮으니 언택트 시대에 화상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미저리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 전화기 화면을 통해, 미저리가 모든게 형부 덕이라며 뽀뽀를하고, 형부를 끌어안는 장면이 그대로 전송되었다, 불쾌했다ㅋ.

오늘은 욥기를 쉬자고 제안했다.



계정복구 2일째, 다시 이어진 일상 가운데 욥기 2장


욥이 아니라, 욥의 아내가 꼭 미저리 같다.

고통 속에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입술로 범죄하지 않은 욥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험담도, 이 기회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날보단 덜 집중하는 미저리. 아마도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댜.

11. 4만명과 함께 계정만 복구되면 이것도 저것도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막상 복구되니....약속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거다. 참으로 미저리답다.

그의 아내가 그에게 이르되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
그가 이르되 그대의 말이 한 어리석은 여자의 말 같도다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아니하니라



형부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욥기 3장


계정복구 사흘째.

복구 첫날의 감사함도 잠시, 해킹정국당시 자신을 위해 '팔로잉 독려이벤트'를 안해줬거나, 위로의 한마디 건네지 않은 동료들(파워 인스타)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서운한 마음 같은건 하나님이 주는 마음아니니까 그러지말라고, 빨리 성경공부하자고 그녀를 인도했다.




근데 욥기3장이 꽤 어려웠다.

욥은 불평안했다고 했고, 하나님은 욥이 까닭없이 고난을 받았다고 했는데, 3장에서는 욥의 불평이 시작됐고, 박영선 목사의 욥기 강해설교에 따르면, 여기서 욥의 틀이 깨졌다고 한다. 잘해서 상받고, 못해서 미움받는 보응의 신앙이 아닌데,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욥도 속수무책인거다. 욥의 잘못으로 시작된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이 욥이 믿고 따랐던 틀을 깨신것이기에, 욥은 그일을 혼자 극복할 수가 없다. 재산잃고 자식잃고 몸까지 아파오자 욥은 차마 하나님께는 따지지 못하고 자기 생일을 저주하면서 불평이 시작된거다. 이에 대해 박영선 목사는 이 모든 과정은 '자식 사람 만들기 위한 훈련'이고, 욥의 불평은, 단순하고 순수한 신앙을 가진자가 넘어지면서 생긴 거라고 정의한다.

하나님이 어떻게 욥을 채워가는가,

욥의 친구들은 어떻게 시비를 거는가, 낱낱이 살펴서 고비를 넘기자고 한다.

언뜻 잘 이해가 안가는 3장. 내일 4장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일하심, 계획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음 좋겠다.





그 후에 욥이 입을 열어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니라
욥이 입을 열어 이르되
내가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사내 아이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더라면,
그 날이 캄캄하였더라면, 하나님이 위에서 돌아보지 않으셨더라면, 빛도 그 날을 비추지 않았더라면


** 오늘 욥기 3장이 끝나자, 미저리가 말했다. 오늘 선생님이 미리 준비를 안했네, 부족하네라고. 나는 "미저리, 언니가, 스테이크 굽느라 왔다갔다하면서 성경통독할 자세가 안되어 있어서 그랬다"고 응수했다. 물론, 우리 관계에서 욥기는 내가 인도자니까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맞지만, 나는 욥기 1장도 2장도 준비한적이 없다. 심지어 오늘도 일이 있었으나 기꺼이 그녈위해 시간맞춰 영상통화를 시작했던 터라, 그러한 지적에 순간, 화가 났다. 이전에 비해 오늘만 내가 준비를 안했다고 미저리가 느낀건 욥기 1,2장에 비해 3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욥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나 집중도가 계정복구가 되면서 옅어진 것일수도 있고.

내가 그녀에 비해 다 잘난 것은 아니나, 오늘 나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남탓하는 그녀의 언어습관. "오늘 3장은 좀 어려워서 이해가 안가네, 다음엔 조금 더 쉽게 설명해줘" 라고 했더라면, 나도 어깃장을 놓지는 않았을거다. "응, 내일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해볼께" 라고 답변했을 수도 있다. 나도 늘 미저리에겐 시비조임을 고백한다. 우리 가족의 언어습관, 고쳐야 한다. 이번 욥기를 읽는 과정에서 서로가 갖고 있던 언어습관에 대한 쓴뿌리도 돌아보고, 고쳐나가면 좋겠다.







이 글은, 박영선 목사의 욥기강해 설교영상과 책을 바탕으로 진행중인 미저리와의 성경모임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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