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예찬
이 드라마 보면서 니 생각났어 친구야 꼭 봐.
나의 베프가 2016년부터 꾸준히 강추했던 드라마, 디마프.
2020년 6월, 4년만에 드디어 넷플렉스에 업로드돼서 정주행했다. 그녀가 왜 그토록, 이 드라마를 볼 것을 종용(;)했는지 거의 매회 오열하며 깨달았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 잘 쓰는 거야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이야기니까 놀라거나 특별한 것 없지만 출연진이 거의 어벤져스 급이었다.
<괜사>, <디마프>가 이렇게나 훌륭하다면 <라이프>도, 기대를 안할 수가 없다. 주말에 시작해야겠다. 정주행.
부러워하지 않겠다. 부러움은 나보다 덜한 사람이 과한대우를 받을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일전에 어디서 읽은 기억이 맞다면, 나는 감히 그녀를 부러워할 수가 없다. 다만, 존경한다. 지문만으로도 사람 울리는 재주를 가진 당신을.
아. 찾았다, 유일한 시비거리. OST 는 신경을 안쓴건가? 괜사때는 정말 주옥같았는데, 다소 아쉬웠다. 음악이 채우지않아도 될만큼 배우들 꽉찬연기, 작가의 탄탄한 대본이 훌륭하긴 했지만..굳이 뭔가를 찾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꽃보다 청춘에서의 이서진 역할. 츤데레처럼 엄마와 엄마친구들을 챙기고, 그녀들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록자. 만찢남 외모를 가진 만화가 서연하와 장거리 연애중이다.
3년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연하를 버리다시피 떠났지만, 사랑은 두사람을 끝내 다시 만나게 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 비열하고 비겁한 박완. 왜 너는 30년동안 묻어둔 그 얘길 이제야 이렇게 미친년처럼 터뜨리는건데.
너는 그때도 엄마를 이해했고 지금도 엄마를 이해해.
근데 왜 너는 지금 엄마를 이렇게 원망하는 건데.
그때 알았다. 나는 연하를 버린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연하를 버린 게, 내 이기심만은 아니었다고, 이유가 있었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내 탓만 하기엔 너무나 힘이 들어서, 누구 탓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게, 만만한 엄마였다. 나는 연하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 엄마의 암소식을 처음으로 영원이모에게 전해들으며 나는 분명히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작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
# 엄마는 늘 누구에게나 후순위였다.
할아버지에겐 늘 관심밖이었고 할머니는 오십이 넘어 낳은 장남이며 전기기술자 일을 하다 전봇대에서 떨어진, 나보다 어리고 장애있는 삼촌이 언제나 일순위였다.
아빠에게는 숙희라는 여자가 있었고, 나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제발 나랑은 상관없이 혼자 알아서 행복해줬으면 좋겠으니까. 나는 엄마가 아주 불편하다.
엉뚱하고 귀여운 희자. 희자에게는 가슴에 묻은 큰아들이 하나 있다. 열병으로 태어난 후 6개월만에 죽은 큰 아들. 망상장애에서 결국 치매로 판단력이 마비된 시점에, 희자는, 그 죽은 아들을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 고향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평생의 응어리를 절친 정아에게 퍼붓는다. 그때, 니가 꼭 와줬어야했다고. 하지만 정아도 당시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고 시어머니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받던 힘든시절이었다. 치매가 심해짐에 따라 희자는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지만, 길위에서 죽고싶다는 희자의 바람을 듣고 달려와준 정아와 델마와 루이스처럼 길을 떠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6r22aapRoA&t=105s
왜 맨날 너는이렇게 사는게 힘들어.
왜 맨날 힘들어서 내가 필요할 때는 없어.
기껏 전화했더니 나보고 나도 힘든데 징징대지 말라고 그러고 너 전화 끊었지.
난 너밖에 없었는데. 왜 넌 맨날 왜일케 사는게 힘들어. 맨날 힘들어.
그래서 내가 맘놓고 기대지도 못하게.
사는게 힘들어도 내가 잘 버텨내면 모두가 평화로울거라 믿는 우직한 성격. 신혼 초 남편과 세계여행 떠나기로 한 약속을 믿고 버텨오지만 큰딸이 이혼 후 자유를 찾아 떠나자, 본인도 집을 나온다. 결단력갑!
난 우리엄마처럼 지지리 고생만 하다가 병원에 갇혀 죽기 싫어
새처럼 훨훨 날아서 죽더라도 길위에서 죽을거야
특별출연이라는게 무색할만큼 매회 나와서 드라마를 한순간 CF처럼 만들어준, 시니어벤저스 사이에서 진짜 숨은 공신. 인성이!! 나랑 동갑이니까;;
고줄리는 말했다. 다리를 아예 못쓰는 장애인을 (이제와서) 사랑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못쓰면 그게 뭐 대수냐고. 그냥 계속 사랑하는거지. 애가 참 명쾌하다. 나는? 나는 박완처럼 지리멸렬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거다. 엄마, 언니, 조카들이 반대한다는 말도 안되는 비겁한 핑계를 대서라도 도망쳤을 수도 있고. 물론, 죄책감과 미련 때문에 그에게 돌아갈 확률도 80% 이상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나란 인간의 한계다.
** 괜사 장재열이 독보적으로 우리 인성이 인생캐라고 생각했는데, 슬로베니아에서 살고있으면서 서울의 애인에게 영상편지를 보내오는 이남자 서연하도, 인생캐로 리스트업해야 할 것 같다.
와. 진짜 주변에 나이 이정도 됐는데 돈도 있고 쿨한데 시집도 안간 언니 있으면 옆에 콕붙어서 내내 케어받고 싶다. 물질적+정신적 복합적으로다가. 중졸이라는 학벌 컴플렉스 때문에 예술가나 교수들과 어울려 지낸다. 예술품에 대한 조예도 나름 깊은 편. 자기 작품이 꽤 괜찮은 작품인지도 모르고 예술을 돈과 출세의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예술가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잘한다. 친척들과 조카들을 챙기며 사는데, 그 와중에 동네방네 안가는데 없이 참견하며 해결사로 등장한다. 다소 눈치없이 돌직구를 날리지만,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남자(성재오빠, 주현 ㅋㅋ)를 집콕하며 심심해하는 희자언니에게 쿨하게 양보한다. 후에 치매증상을 보이는 희자로 인해 힘들어하는 성재에게 '그러길래 그때 오빠는 나를 만났어야 해'라는 말로, 힘든 와중에 웃음을 주기도 한다. 다 나이들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멋진 할머니.
# 우리 나이에 친구란, 애인도 양보하는거야.
# 그러길래 오빤 그때 날 만났어야 해, 희자언니가 아니라.
# 너네 어려서 참 이뻤는데. 시간강사 할 때 매일 여기 와서 작품 얘기하면서 예술이 어쩌고저쩌고 떠들 때. 지금 니들은 돈, 출세밖에는 관심없는 천하의 양아치야. 제일 큰 실수는 니들 스스로 니들 가치를 모르는 거. 작품 함부로 파는 거 아냐 미국 전시회는 치르게 해줄게.
신구 할아버지 이런 모습 처음이다. 세상 막말하고, 답없고, 나이만 많은 속수무책 꼰대를 아주 제대로 표현했다. 어찌나 보는 내내 꼴보기 싫던지. 그래도 좋은 아내 정아와, 친구들(늘 할말하는 충남이 ㅋㅋ) 덕에 조금씩 사람 모습 갖춰가고 있다.
(유산을 해서) 피가 다리 사이로 줄줄 흐르고 그래서 병원에 가서 이틀인가 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안 됐다'라고 할 말도 없고. 그러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하는데 '일어나 밥해'. 그 말이 불쑥(나오는 거야). 그래 놓고는 여지껏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왔는데…
여기선(젊은 시절 사진 속에) 둘인데 이젠 혼자네.
사람들은 순영이도 내가 내 죄를 알면서도 지한테 모질고 뻔뻔하게 대했다고 생각했지만 난 몰랐어.
너무 오래된 일이고 사는 데 코가 빠져서.
이런 게 다 죄인데. 그치?
세상에서 제일 큰 죄는 지 죄를 모르는 거야. 무지한거지.
모르고 진 죄는 셀 수가 없잖니.
그래서 순영이랑 헤어져주려고.
한물간 여배우. 완이 엄마와 짱친. 여전히 암투병 중이다. 친구 엄마, 친구 딸년 등등에게 생기는 대소사에 충남이랑 세트로 다니면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 첫사랑 유부남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첫사랑이 벌써 30년전 아내와 이혼했으면서, 반백의 노인이 되어서, 병구완 중에 영원을 찾아왔다. 죽을병이 아니라, 완치되어 두사람 못다한 사랑 이루게 된다면 좋으련만.
이분도 특별출연이라는데, 왜 때문에 특별출연인지;;
드라마 초반에 희자가 혼자 전등갈다 깨진 전구에 다쳤다고 일터에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을때, 바쁜 와중에 그 전화를 받고 진심으로 짜증내고, 그러면서도 걱정되서 바로 엄마에게 달려왔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광수 바보 연기 아니어도 연기, 잘하는 것 같다. 가끔 뚜렛증후군 연기하던 광수가 그대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분 연기력 인정.
세상 멋진 동네 변호사 오빠. 심지어 변호사다.
사별하고, 첫사랑 희자를 찾아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예전부터 성재를 좋아했던 충남과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가 되지만 충남의 쿨한 양보로, 희자와 연애아닌 연애를 시작한다. 까페도 하고 어린 교수친구들도 많은 쿨한 충남이, 집에서 쇼파에 앉았다가 부엌에 서서 밥을 먹고, 이불을 끌어다 거실에서 자는게 하루 24시간 전부인 고독한 희자에게, 성재를 양보하면서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역시 충남. 간지나는 할머니 ㅎ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희자와 요양원 데이트를 즐기는 참 멋진 할아버지다. 이렇게만 나이든다면야....
젊어서 같으면 빰을 맞던 도끼에 찍히던 으스러지게 안았을텐데..이젠 졸려서 못 안겠다.
그외 이 드라마를 빛내준 사람들
마크 스미스. 다니엘 헤니는 다니엘 헤니로서 역할을 다했다.
한동진.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보는데 꽤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그 멋진 신성우도 나이가 드니 그냥 아저씨다.
박교수. 노개런티로 출연해준 의리파. 근데 그도 그럴것이 비중이 너무 없어서 서운했다.
일우. 인성이. 광수에 이어 또 한분의 특별출연
김순영. 노규태의 존경스런 아내 홍자영이 여기선...찌질하다. 이상한 교수남편한테 맞....
기자. 세상에서 자기 팔자가 제일 꼬였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 만랩의 소유자.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본인 신세 한탄을 한다. 주책맞음을 맡은것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