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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12. 2020

싱글맨

제니퍼 공감각적 리뷰


톰포트가 각색 및 감독했던 영화 <싱글맨>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저녁을 먹고 나른한 오후 혹은 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소파 반대편에 앉아 책을 읽는 것,

나의 로망이다. 각자 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두 사람. 이미 레코드 판이 다 돌았지만....아무도 먼저 판을 바꾸러 가지 않는다. 이럴때 늘 조지가, 자신의 나이를 내세운다.

참 보기좋은 커플. 모두가 톰포드의 미장센에 놀라지만 나는 그의 디테일함과 핵심을 간과하지 않은 단순함을 존경한다.



싱글맨_책

편애하는 밑줄

  

조지는 혼자 살게 된 이후, 자기도 모르는 새 점점 폭력적으로 그 괴물역을 맡게 되었다. 조지는 자기 성격 중에서 짐에게 드러내기 싫었던 부분을 이제 내보인다.


한편 러스킨은 완전히 울화통을 터뜨린다. '미각이 유일한 도덕이다!' 러스킨이 조지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친다. 러스킨이 지루해진다. 조지는 문장 중간에 책을 덮어서 러스킨의 말을 끊는다. 아직 변기에 앉은 채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나 조지는 말한다. 스트렁크 부인, 부인이 읽는 책들은 틀렸어요. 그 책들에는 내가 짐을 진짜 아들, 진짜 동생, 진짜 남편, 진짜 아내의 대용품으로 생각한다고 적혀 있죠. 그러나 짐은 무엇의 대용품이 아닙니다. 감히 말하자면, 짐의 대용품도 없습니다.


"자, 예를 들어서 주근깨가 있다고 해서 주근깨 없는 사람에게 소수집단으로 여겨지지는 않죠. 그러므로 주근깨 있는 사람은 우리가 말하는 의미에서는 소수집단이 아니죠. 왜 아닐까요? 왜냐하면 소수집단은,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다수에게 위협이 될 때에만 소수집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중략) 소수집단이 밤사이 다수가 되면 어떨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모르겠다면 더 깊이 생각하세요!" (중략) 소수집단도 나름 적대심을 갖고 있습니다. 소수집단은 다수를 미워합니다. 이유가 없지 않죠. 소수집단은 다른 소수집단까지 미워합니다. 왜냐하면 소수집단은 모두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집단은 저마다 자기 집단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자기 집단이 가장 심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그 질문은 그저 말을 꺼내기 위한 수단일 뿐임이 밝혀진다. 토레스 부인은 조지에게 10년전 영국에서 3주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영국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조지는 우쭐하고 들뜬다. 케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케니가 조지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조지는 그 역할에 끌려들지 않을 수 없다.


징그럽게 빨아들이는 여자의 성기, 생기와 윤기, 젊음의 거만한 활기가 넘치고 간교하고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몸. 그 몸은 조지에게 옆으로 비키라고, 여성의 특권에 몸을 낮추고 복종하라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조지는 부끄러운 줄 알고 고개를 숙이라고, 명령했다. 나는 도리스야, 나는 여자야. 자연의 섭리에 맞는 여자야. 교회와 법과 나라가 나를 지지해. 나는 내 생물학적 권리를 요구하는거야. 나는 짐을 원해.


"롤러 스케이트장이 없어졌더라. 말도 안되지? 사람들은 뭐든 예전 그대로 남아있는 꼴을 못보나봐"


조지는 환자를 두고 나올 때 누구나 그렇듯 죄책감을 느낀다.


몸은 운동을 내키지 않는 듯 억지로 하면서도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지는 정말 변덕스럽게도, 슈퍼마켓에서 산 물걸들을 자동차에 채 싣기도 전에 마음이 다시 바뀐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정말 샬럿을 만나고 싶나?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지? 조지는 집에서 편하게, 지금 산 재료로 저녁을 만들고, 책꽂이 옆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서서히 잠드는 밤을 상상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집에서 만족스럽게 보내는 저녁으로는 더할 수 없이 그럴싸하고 멋진 장면 같다. 그러나 조지는 그 저녁이 무의미해질 이유를 금세 발견한다. 그 그림에서 빠진 것은 짐이다. 소파 반대편에 반대로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짐. 각자 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두 사람.



싱글맨_영화

편애하는 대사


"요즘은 무턱대고 친한 척하는데 그건 정말 가식이에요. 

사람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는 척하다니. 

선생님도 오늘 아침에 소수집단 이야기를 하면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잖아요.

선생님이랑 제가 다르지 않다면, 서로 뭘 줄 수 있겠어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조지는 기뻐하며 생각한다. 이 아이는 정말 '이해'하는구나.


"그렇지만 두 젊은이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잖아, 그렇지?"


"그건 또다른 일이죠. 

젊은이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죠. 그렇지만 경쟁이 있어요. 그게 걸림돌이죠. 

젊은 사람들은 누구나 서로 경쟁같은 것을해요. 아시겠어요?"


"그래 알 것 같아. 사랑 아니면 경쟁이지"


"어쩌면 사랑할 때도 경쟁 관계일걸요. 그래서 잘못된 건지도...."


아, 케니. 케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나도 무진장 자네에게 말하고 싶어. 

그렇지만 말 할 수 없어. 모르겠어? 내가 아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이야. 

그건 내가 자네에게 들려줄 수 없어. 자네가 직접 찾아야 해. 

나는 자네가 읽어야  책이야. 책이 스스로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책은 자기 안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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