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6. 2020

다른 춘향

연뮤덕




정말 완전히 달랐다. Cheeky, Plotting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춘향전이라니!

관객석에 앉아 있는 외국사람들 반응에 신경쓰느라 몇 번 자막을 놓치기도 했다.

한국사람인 나도, 우리나라 창극을 보면서 자막을 봐야할 정도인데 외국인들은 잘 따라오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한자가 섞인 우리의 옛 언어는 한자맹인 내게 너무도 어려웠다;;;)



혹시라도 우리의 소리가 괴상하다고 여겨지진 않을까.

춘향몽룡의 사랑이 저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해 촌스럽다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다만 그들이 우리의 전통극 (물론 안드레이 서반에 의해 전혀 다르게 재탄생되었지만)을  재밌게 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이다. 

연출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극 말미에 배우 중 하나가 무대 위에서 요란하게 왔다갔다하는 장면에서 아래로 떨어져 관객을 놀라게 했는데 결국 무릎에서 피가나는데도 공연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신해철과 신대철 시나위 공연이 12월에 예정되어 있었음을 알려주는 국립극장 팜플랫을 보고도 눈물이 찔금났고

(이미 신해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Eventually Justice will Win

다른 춘향 핵심이랄 수도 있는 문장이다.

변학도에 의해 부당하게 감금된 춘향이 사건을 보고 몽룡은 잊었던 춘향이를 기억해내고 남원으로 내려온다.


그것은 정의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정의 뒤에 더 큰 사랑이 뒤따라온다, 라고 연출자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다만, 묻고 싶었다. Really?



라고.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전통 창극 춘향을 외국인이 연출하게 되었을까?

단어단어가 이해하기 힘들었을테고 문화도 다르고 소리도 다른데!!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국립창극단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세계 거장시리즈'(World Master's Choice) 덕분이었다. 2011년 독일의 저명한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 '수궁가'를 첫 시작으로, 올해 2014년, 루마니아 출신 안드레이서반의 '다른춘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선보이게 됐다는 기사를 봤다. 어쨌든 세번째 작품도 기대가 크다.



기억해야 할 이름들

몽룡 김준수 월매 박애리(팝핀현주 아내님) 음악감독 이태백



기억해야 할 것들

국립극장 홈페이지 무료회원 가입하여 엔톡회원이 되면 공연 예매시 자그마치 만원 정도를 할인받을 수 있다. S석 가격으로 R석에 앉아 관람할 수 있다.


연출 안드레이 서반




  

P.S 공연보고 나오는 길에 정면에서 멋지게 서있던 반얀트리를 보니 일생일대의 호사를 누렸던 항저우 반얀트리가 생각났다. 그때, 두보가 거닐었다던 서호도 갔었고, 소동파가 즐겨먹었다던 동파육도 원없이 먹었더랬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다시 가고싶다. 항저우. 그리고 서호. 반얀트리.

매거진의 이전글 취미의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