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뮤덕
일본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나 일본 작가들의 디테일함 혹은 (국민성과는 달리) 따뜻하고, 약자(소수)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면면을 존중한다. 그냥 좋아한다고 해도 될터인데 조선총독부의 역사왜곡에 대한 챕터를 공부하는 즈음의 나로서는 부연설명없이 일본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히는 것이 영 껄끄럽다.
어쨌거나, 심야식당이나, 노다메 칸타빌레, 수짱시리즈 등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무튼, 불금에 혼자 유유히 공연장을 찾아갔다. 고슴도치패밀리(평균나이 35살의 싱글녀들의 모임. 남들 보기엔 아닐지라도 서로들 이쁘다고 극찬하는데서 유래한 이름. 최근에 불행이도(?) 그 중 한명이 교회오빠와 결혼하는 바람에 이제 정회원은 3명이 되었다)끼리 모여 노랑통닭에 신나는 금요일밤을 즐길거라는 계획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홀로 공연장을 찾았건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취미의 방>이란 연극에서 그 어떠한 소소한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라고 하면 너무 한 것 같지만 실제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면서,
아무리 이상한 취미라 할지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취미의 방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남자들 넷(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섯)이 만든 취미의 방.
이 방에는 건담매니아인 의사, 고서 매니아인 환자, 특이한 재료로 요리하는것을 즐기는 의사, 그리고 취미를 찾고자 하는 한남자가 고정적으로 드나든다.
그리고 이들 사이엔 두가지 불문률이 있었다.
취미의 방을 비밀에 붙이자는 것과 금녀의 방으로 만들자는 것.
그런데 여기 어느날 경찰인듯 경찰아닌 경찰같은 웬 여자가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연극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본격적인 부분부터가.....다소 억지스러워서 그닥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 온 왼쪽의 그 남자는 시종일관 건담매니아인 의사역할을 하는 배우의 동선과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면서 대사까지 미리 읊조리며 낄낄댔다. 모르긴 몰라도 세번 이상은 이 연극을 봤으리라. 행복한 오타쿠, 같은 느낌의 그 남자는 스키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이상행동을 보였기에 조금 불안했지만 영화를 마치기까지 별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다.
서범석, 최진석, 김늘메. 세분의 배우를 만나서 반가웠다는 것 외엔 그닥 그닥 그러했던 연극!
+ 돌아오는 길에 301번 버스 안에서 안성탕면을 뿌셔 먹었다. 부끄러움<허기, 오늘도 허기가 부끄러움을 이겼다. 매주 화요일은 문화의 날로 (내맘대로) 정해서 칼퇴근을 한다. 다음주 화요일은 연극 멜로드라마를 보기로 (나와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