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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6. 2020

도리안 그레이

연뮤덕



극본 조용신 작곡 김문정 연출 및 가사 이지나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들었다. 차마 봤다고 할 수 없다. 성남 아트센터 공연장은 굉장히 광활했고, 그래서 내가 앉은 2층에서는, 실루엣으로 간신히 배역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2층에서 공연을 보느니 과감히 다음공연을 기약하며 티켓예매자체를 포기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김준수 원캐스팅이었고, 다음공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예매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은 건 '다음은'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예매했는데 역시나...2층에서는 배우가 몸으로 얼굴로 표현해내는 희노애락을 전혀 느낄수가 없다. 2막부터는 아예 딴생각을 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앞으로, 절대로 2층에서는 공연을 보지 않겠다. 지킬앤하이드때 그렇게나 후회했는데, 이게 다 조승우, 김준수라는 걸출한 배우들로 인한 피케팅때문이다. 


그 좋아하는 배우가 원캐스팅되어 1막과 2막을 애써가며 이끌어가는 동안, 나는, 미안하지만,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공연에 몰입할 수가 없었으니까. 상상의 세계에서 공연장으로 나를 소환한 건, 옆자리 남녀커플이었다(아아 고마운 사람들!;;). 굉장히 지루해하며 잡담과 손가락 소리내기 운동, 기지개 펴기 등 진상관람객 3단 코스를 보여줬던 남자와, 그 모든 것에 응해주면서 망원경으로 무대를 바쁘게 관찰했던 여자. 


그나저나 우리 남성 동지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은 뭐가 있을라나? 

여친에 의해 억지로 끌려와서 공연내내 야구를 보거나 (무려 실화다, 내가 목격한....), 자고 있는 애처로운 사람들을 종종 목격했다. 모든 남자들이 뮤지컬을 지루하게 보지는 않겠지만, 뮤지컬 관람객 대부분이 여자임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제껏 공연장에서 만난 남자들이 공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역시 뮤지컬은 여자들 취향이 아닐까싶었다. 굳이굳이 왜 대사를 노래로 해야하는 것. 


훗날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그럴 수 있다며ㄴ;;) 함께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면 좋겠다. 


어쨌거나 이 공연의 주제는, 인간이 온 세상을 얻어도 영혼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어떤 아름다움도 진실된 영혼없이는 추악해진다는 것. 요정도가 될 것 같다. 




연뮤덕 제니퍼 Tip. 같이 즐길 수 없는 공연이라면 차라리 혼자 보는 것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호기롭게 선택했던 뮤지컬이 두번 연속 실망시키면서, 그 이후로 혼자 뮤지컬을 보는 습관이 굳어졌다. 옆사람의 눈치 볼 것 없이(상대방도 즐거운지 아닌지 엄청 신경쓰는 타입이다) 재미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또 없는대로 공연에 몰입할 수도 있고 세상편하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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