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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04. 2020

It was a hard day

정말 힘든 날이었어




오랜만에 정말 너무도 진이 빠진 날. 역시나 자정퇴근. 하지만 오늘의 상황은 기록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1. 진빠지게 하는 사람 (오전 10시 반)


몇주간 업무를 함께하고 있는 상무님과 애매모호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을 나누면서, 같은 말만 서로 거의 열번을 반복하고 나니 46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극적인 합의를 이루었고, 오늘의 결론은 해피엔딩이었다. 우리가 함께 한 작업의 결과물이 <인터뷰>라는 형태로 내일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오늘 그녀는 내게 말했다. "중국하고 컨콜있는데 제니퍼에게 같은말을 여러번 반복하느라 진이 다 빠졌어" 죄송했다. 하지만 나역시 진이 빠졌다.


다시, 오늘일을 복기했다.


그는  <제니퍼의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까지 involve 를 안했는데, 좀 서운한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고 나는 그게 참 죄송했다.


나는 안다, 잘 안다.

나완 다르게 오지랖떨지 않는 그가 나를 위해 안하던 오지랖을 떨어준 것을. 잘... 알고 있다.

달달한 케익드시면서, 빠진 진 채워넣으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싫다고 하셨다. 장난반 진담반이셨을거다. 좋아하시는 마라샹궈 사드릴려고 내일 점심가능한지 물었더니 <내년에나 보자>고 하셨다. 진심이실거다. 코웍한건 잘 마무리되든, 안되든 언젠가 그가 내게 해준것처럼 조용한 인터콘에서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 사드릴 생각이다.

성격좋은것 같지만 실은 은근 까칠하고 때때로 예의없는 제니퍼를 예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크리스마스 카드 드려야겠다.꼭!


2. 일할땐 날카로워지고 무서운 사람 (오후 1시 30분-3시)


팀분들이 요즘 내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좀 어려웠던 모양이다. 코로나로 채용이 멈추었던 상반기에 새로 팀에 조인한 분들은 이렇게까지 바쁜 상황을 처음 마주한 터라, 하루 종일 바쁘게 통화하고, 일하고, 자정에 집에가는 나때매 눈치를 봤던 것. 한창 일이 널널해서 농담 따먹고 성격좋은 유하디유했던 제니퍼를 보다가 일때매 여유가 없는 제니퍼를 마주하고 아마도 꽤 당황했던 모양이다. 바쁜 나에게 피해는 주고 싶지 않은데, 주니어 컨설이다보니 중간중간 고객사 채용 요건이나, 후보자의 이력을 매칭하는 중간에서 궁금한 건 많고. 질문하려고 보면 나는 너무 바쁘고, 날카로운 것 같고. 그래서 어려웠다고.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고, 자정까지 일하는 건 내 자유이며 너희들에게 라떼는 말이야 하며 강요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눈치봐가며 낄끼빠빠 잘해서 질문할거 하고 나라는 인간을 잘 이용하라고, 설명해줬다.

다만, 일에 대해 조언받는것에 대해 두려워말고 due date 지키자고. 일로 만난 사이이니만큼 동호회가 아니니 일단 일을 기본으로 하고, 투머치 촉촉한 타입이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건조해지자고, 건조한 인간에 내 지향점이 있는 것은 아니나 너무나 촉촉한 감성의 소유자들이 겪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점, 자존감 낮아져서 혼자 주눅들었던 점 그런것들은 좀 극복해나가자고 말이다.

나도 좋은 매니저 코스프레 안하고 정말 바라는 것을 이야기 하겠다고. 잘못알고 행복하기보다 제대로 알고 불행해지는걸 선택하는 타입이니까 나란 사람은. 이런 설명을 하느라 또 두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3. New Project  (오후 4시 반)


국내기업의 공장장 포지션 채용의뢰가 왔다.  

가상의 조직도를 그려가면서 고객사 커뮤니케이션을 리딩하는 상무님께 궁금한 사항을 여쭈었다.

좋은 후보자 찾아드려야 할텐데 사실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내 프로젝이 아니라서...



4. Unfair Agreement (오후 5시)


Refund 조항에 있어서 조금은 unfair 한 부분에 대해 고객사 HR에게 계약서 수정을 요청드렸다.

“계약서 내용을 수정해주지 않으면 내년엔 일을 같이 하지 않을건가요?” 고객사가 물어온다.

물론 그건 아니라고, 여지가 있다고 했지만 내년에는 배려받고 싶다. 우리회사 스탠다드 계약서로.



5. 결국 성사된 인터뷰 (오후 5시 20분)


줄리가 임신하는 꿈을 내가 대신 꿔주었을때 줄리는 가게를 계약했다.

그때 그 꿈에 나의 남편으로 등장한 에릭(;;;)도 한달 뒤 산달이었다(나는 남편은 커녕 애인도 없지만).

그 꿈이 줄리에겐 가게계약으로 이어졌듯이 나에게도 행운을 가져다 주면 좋겠다.



6. 갑자기 컨콜 (오후 6시 반)


2007년에 8개월 영국유학을 갔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간건데 2020년도 여전히 영어가 두렵긴 마찬가지다. 갑자기 중국인 HR이 컨콜요청을 해왔다. 당연히 콜! 그런데 한국인 인사 담당자가 한분더 팀즈 미팅에 조인한다는 게 아닌가. 가슴이두군두근. 외국인하고는 어찌저찌 하겠는데 한국사람이 옵저버로 있는 상황은 진짜 최악이다. 그래도 어영부영 서바이벌 잉글리쉬로 넥스트 프로세스에 대해서 파악했다. 그럼된건가?



7. 누룽지를 먹다가 (저녁 7시 반)


생각해보니 이 모든 상황속에서 밥을 한끼도 못먹었다. 저녁엔 배가고파서 회사에 두고 다니는 누룽지를 뜨거운 물에 담궈 먹었다. 맛이 변한 김치랑 세숟갈 뜨려는데 고객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아아아아 후보자를 위해 내가 또 읍소모드. 아아아아아아아 저녁이라도 비숲보며 편하게 먹으려고 했거늘



8. 주 3회 전화영어 (밤 10시)


오늘이 벌써 8번째 수업이다. 호주에서 초등학교를잠시 보낸 조카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부탁했다. 주 3회 삼만원. 오늘 주제는 미니언즈였는데 다짜고짜 이책을 사라고 해서 바로 주문했다.

조카는 말을 잘 더듬는다. 내가 그걸 지적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했다.

영어 수업을 하면서 몰랐던 우리 조카 마음을 알아가서 좋다.





hard day 기록 끝

반전은...바로 다음날 일어난 일에 비하면 이날은 하드 데이도 아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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