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서 얻은 공간
10여 년간 여행업에 종사했던 내친구가 딱 작년 이맘때쯤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대표에게 퇴사를 통보하고 바로 그 주에 퇴사절차를 밟았다. 친구들에게만 퇴사를 통보하고 다음날이면 언제그랬냐는듯 출근을 하는 나와달리 그애의 퇴사는 꽤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퇴사할꺼야, 하더니, 퇴사를 통보하고, 바로 짐을 싸서 퇴사한 결단력 갑 내친구.
더이상 일터가 설레지 않을때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가 그리고 또 여유가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있었다.
이제 뭐하고 먹고 살꺼야?
몇몇 사람들은 대놓고 먹고살 걱정을 했지만 정작 그녀는 태평했다.
꽃집 열면 엄청 바빠질 것 같은데, 바빠지기 전에 온전히 조금 쉬겠다면서.
그렇게 흐른 1년. 이제는 정말 가게를 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는데 가게자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의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때문에 선뜻 맘이 가는 데가 없었다. 자리가 좋으면 임대료가 과하고,
임대료가 적당하면 위차가 또 너무 외지거나, 좁거나, 하고. 별로 맘에 안드는데 권리금만 쎄고. 뭐 기타등등.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아이가 꿈터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2시간만에 결정하고, 계약금도 보냈다, 는 거다. 이상하게 걱정이 하나도 안됐다. 보통때라면 걱정이 되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을텐데.
"얘들아 나 내 가게를 찾은 것 같아" 라는 메세지가 오긴 왔었지만 오늘 모든게 진짜로 다 결정될 줄은 몰랐다.
<-----여기가 바로 내친구 꿈터.
내친구가 바로 한번에 찜한 꿈터는 말 그대로 꿈을 통해 얻게 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 꿈을 꿔준 당사자는 바로 나(야, 나!!).
시간을 거슬러, 이번주 월요일 아침으로 가보자.
모처럼 코로나로 팀장 주간 회의가 없는 월요일이라 해이해졌다. 당연히 그 해이해짐은 지각으로 이어졌다. 위클리 팀장 미팅이야 없어졌지만 지각했을때 팀원들 보기가 여간 민망한게 아니다. 그것도 월요일 아침부터, 팀장이라는 작자가?
거의 초능력을 발휘했다. 9시 20분에 일어났지만 머리감고, 톤업크림만 바르고 출근준비 간단히 해서 회사에 10시 7분에 safe!!
그 사이, 이렇게 긴박한 아침 9시 35분에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것이다.
왜? 꿈이 너무 생생하고 신기해서!
요는, 내 친구가 임신을 한 것. 근데 내 남자친구도 임신을 한 것(이게 웬 황당한 시츄에이션? 물론 현실에서 나는 남친이 없다). 원래 우정보다 사랑에 약한 나는 남친이 애낳는델 가려고했다. 그러자 평소에 잘 삐지지 않는 친구가 서운해하는것 같았다. (지금 이건 모두꿈 이야기다;;ㅋㅋ)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짧은 시간에 진짜 무슨 솔로몬인줄. 남친은 한달뒤 산달이니 지금 내가 꼭 그에게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내 친구는 바로 오늘인 것!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오늘 애가 나온다는 점. 그래서 과감하게 나는 친구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명명백백 자명하게 오늘 내 친구의 애가 나오는 날이기도 하고.
여기서 바로 잠이 깼다.
그리고 5분만에 머리를 대충감고 나와서 드라이로 말리기 전 1분동안 친구에게 말해줬다.
니가 임신한 꿈을꿨는데 뭐가되도 좋은꿈일 것 같으니 빨리 해몽 찾아봐서 텔레그램 메세지로 보내달라고!
9시 49분 친구가 꿈해몽 캡쳐화면을 하나보냈다.
임신한 친구라면 태몽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재물이나 행운이 들어오는 꿈이라고.
친구는 하루종일 내꿈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에 고민하던 아모레퍼시픽 주식도 샀는데, 내내 궁금했다고 했다. 내가 말한 행운이 대체 뭘까? 소소하게 오늘 만원 이만원 혜택 본 일은 아닐거고 주식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 인터넷에서 저 가게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내꿈이 아니었다면 주인하고 통화가 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그 가게로 찾아가지 않았을거라고, 게다가 그 동네를 잘 아는 친구가 원래 바쁜앤데 그날 시간이 맞아 같이 가준것도 여러모로 아다리가 맞았다. 더 대박인건 꽃집 사장언니의 이야기. 동네분들이 너무 좋아서 정이 많이들었다. 아무에게나 꽃집 넘겨주고 싶지 않아서 매장 보러온 사람들을 나름 혼자 인터뷰를 봤다. 그런데 언니(내친구)를 보니 딱 마음에 놓인다. 언니라면 동네사람들과 어울렁 더울렁 잘 지낼거란 확신같은게 든다. 라고 했다는 거다. 오메오메, 이야기를 듣는데 나까지 눈물이 찔끔.
그렇게 갑작스런 내친구 꿈터가 결정된거다.
여기까지 일단 끝. 지속적으로 친구의 꿈터 이야기는 update 될 예정이다!
야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줄리였다.
"친구야, 나 니 꿈 덕분에 가게 계약했어. 기념으로 고기 사줄께, 나와"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A 회사의 경영총괄 CEO 포지션이 오픈되어서 초집중 모드로 마켓을 훑고 후보자를 찾아야했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책상위 서류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내일 밤새더라도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퇴근각. 그래서 우리는 오늘밤도 또 곱창을 먹었다. ㅋㅋ
밤마다 먹을 이유는 쌔고도 쌨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