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괴로운 월요일 실적미팅 현장에서
나는 헤드헌터다.
그말은 즉슨, 회사와 연봉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며
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올해 내 연봉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한해 거둔 실적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일!!!!
고객사 커뮤니케이션과 후보자 서치를 비롯해 팀원의 매출에 대한 책임도 져야하는 자리에 있다.
목표 매출에 meet하지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나를 믿고 따라와준 팀원들과 회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심정적으로 괴롭기는 하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내가 하라는대로 나의 디렉션을 따라왔는데, 막상 따라와보니 남는 것이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면 넘어지고 부러지는 수많은 채용 프로젝트 사이에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자고, 지치지 말고 다시 서치를 시작하자고 독려할 명분이 없어진다.
올해 우리팀 계획은-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천명한 계획은;;-
팀원당 12명의 좋은 후보자를 발굴해서 고객사 인재채용을 돕는 거다.
우리의 연봉은 후보자의 연봉과 고객사와 맺는 수수료에 의해 좌우되지만 올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사람>에 두기로 결정했다. 연봉과 수수료에 연연하다보면 일에 보람을 잃게되니까.
그런데......
글의 제목과 첫문장이 이토록 중요하다니, 제목을 바꾸고 나니 글의 흐름이 완전 달라졌다.
당초 이 글의 제목은
<매주하는 주간미팅이 매주 괴로운 것은 아니지만서도, 더 괴로운 월요일이 있기는 있다> 였다.
어쩌다 <나는 헤드헌터다> 로 바뀌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서.도;;;
어쨌거나 우리 회사는 월요일마다 팀장회의를 진행한다. 논의되어야 할 안건과 실적이 당연히 매주 주된 내용인데 이번주 유독 스트레스가 심했다. 목뒤도 뻐근하고. 나만 빼고 다른 팀의 팀장님들 모두 너무 핫한 인더스트리에서 서치며 매니징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좀 우울했다. 지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실적을 올리면 뭘 더 해야할까, 오만떼만 생각도 들고.
22시 가까이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주진우 라디오를 들었다.
두시간 전에 이미 끝난 jtbc 뉴스도 틀어놓고 새로산 올인원 피시에 필요한 앱을 다운받은 뒤
사이즈가 없다고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취소해버린 나이키 크롭탑 카드취소 여부 확인하고,
ex 팀원 생일 알람이 울려서 부랴부랴 생선으로 몰리짱 인스타에서 골드키위를 주문하고,
유튜브에서 20분짜리 홈트 (억지로) 따라하고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은 시간.
이제 곧 자야할 시간이다. 새해다짐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했으니 새벽 한시 전에는 자야하는데
왜그렇게 밤엔 자기 싫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은지.
그럼에도 오늘은 이대로 잠들기엔 왠지 너무나 허무한 기분이 드는 월요일이라서
FLO 연결해서 뮤지컬 음악폴더를 클릭했다. past the point of no return 노래가 흘러나온다.
참나. 이게 뭐 별거라고 눈물이 날 것 같지? 게다가 나는 오유 덕후도 아닌데.
오페라의 유령 2막 막바지에 나오는 곡인데
past the point of no return,
the final threshold what warm unspoken secrets will we learn?
이제 돌아갈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고,
이제 너무 멀리와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내용인데 메인 넘버 the PHANTOM OF THE OPERA 보다 더 자주듣는 곡이다. 테잎이랑 씨디를 사서 모으던 시절에도, 타이틀곡보다 숨겨진 띵곡 찾는걸 좋아하기는 했는데 뭐 꼭 그런 마이너 성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것과는 별개로......메인넘버가 심장을 두근두근 두드린다면 이곡,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후회와 회환이 몰려오면서 애잔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슬프도록 아름답고 뭐랄까 (WHAT i CALL, 최근에 엄청 재미지게 본 영드 미란다의 엄마 페니가 자주 쓰는 말이다. 왓 아이 콜....ㅋㅋㅋ)
찬란한 마무리 같은 느낌을 준달까.
뮤지컬 넘버 한곡덕분에 너무나 충만하고 행복한 월요일 새벽 1시 42분이 되어간다.
내친김에 드라큘라, 넘버도 추근거려본다. 성과때매 하루종일 걱정하더니 속도없이 좋구나 ㅋㅋ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삶은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돈이 더 들지만,
행복에 이르는 길이 다양해지는것도 같다.
누구도 압박 안하는데 혼자 실적 압박을 느끼고 타팀 팀장과 나를 비교하고 타팀 실적과 우리팀 실적을 비교해가면서 찌질하게 굴었던 월요일 오전 10시의 팀장미팅 감정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지금 나를 충만하게 채우는 건,
I'm so tired of all were going through I don't want to live like that
이라며 사랑에 눈이 먼 채로 노래하는 Adam pascal 의 느끼하면서도 섹시한 목소리이며
저음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 싶은 끝판왕 Garou가 부르는 Belle 이며,
H zettrio의 드럼과 피아노 연주가 환상적인 BIirds Fly- 오리지널곡이 다소 정신사납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피아노 버전으로만 들어보시길 선율이 이렇게 아름다웠나싶어진다-이며,
지나온 내 생애 전부를 대변해주는 듯 I fall in love too easily 라고 노래하는 쳇베이커이며,
관숙이가 부르는 망기타 (forget him)이며,
케사스 케사스 케사스로 마무리되는 넷킹콜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니까 내일의(tomorrow) 내 일 (My job)을 위해 이쯤 자야겠다, 라기 보다는 너무 심취했는지 새벽 두시가 넘었는데 볼륨이 너무 컸다. 아무래도 옆집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 옆집에 사는 남자의 불편한 기색이 둔탁한 소음과 함께 전해졌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나는 산골에, 외딴 강가에 살아야 한다. 꿈꾸다 보면 언젠가는 뭐 진짜로 그런날이 오겠지. 월든호숫가 같은 곳에서 소로우처럼 살 수있는 그런 날. 소로우에게는 후원가가 있었는데 내게도 그런 사람이 하나 나타난다면, 키다리 아저씨같은 멋진....ㅋㅋ 너무 멀리갔다.
무튼, 햇빛 가득한 강가를 바라보며 원없이 오디오 최대출력을 사용해서 음악듣는 그런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45세 은퇴는 아무래도 너무 빠르려나?
---------------------------
오늘은 특별히 이 글을 읽어주시는,
아무것도 아닌 브런치 글에 꼬박꼬박 하트를 눌러주시는 분들께 감사인사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제가 소심하고 세심한 편인데 의외로 아닌 구석도 많습니다.
구독자가 필요한 분들은 한번씩들 눈치주고 가세요.
이제부터라도 구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나다 순입니다.
한글먼저고요.
@긴편집장 @김가희 @김해뜻 @김다애@권순범 @기쁨형인간 @구기욱 @김종섭
@ 김지한 등단시인 칼럼니스트 @깊은바다 @고코더 @김폴리 @고홍 @고줄리 @글쓰는성교육강사 @글도둑
@류완 @리시안 @루드비히 @룡부장
@문채 @문장가 @뮤직 아다지오 @민혜경
@부자진주 @바위솔 @박동희 @봄날
@수연 @소향 @세실리아 @서보통 @스티브 케이 @사막여우 @쓰는인간
@원이엄마 @아이씽 @엄혜령의 캘리그라피 @임은혜로 @이엔에프제이 @앤디
@이동진 @유미애 @이드id @오르다 @요세빈 @용자 @요세빈 @아이리 Aire @ 일월 @안영주 @워네
@조성숙 @주안 @작가전우형 @장윤조 daniel @조매영 @정영호 @제크나인
@추세경 @츄르언니 @최윤수 @ 최용윤 @초이스
@크리스티나 @콩이네
@푸른숲 @피즈
@효수 @하하살
@haram @justone @Ivoryjun @jay @carol @Peterd의 Konadian Life
그외 혹시라도 빼먹은 분들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아이디 잘 익혀서 다시 또 감사인사드리겠습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품은 꿈들로 내일도 희망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