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대체 무얼까

by 책읽는 헤드헌터


주말은 양평에서


주말마다 만나는 엄마. 이번주 엄마는 나훈아의 <아이라예> 에 제대로 꽂혀있었다.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영탁이 버전으로 저 노래를 들었는데 원곡을 <너무나> 듣고 싶었다는 것.

한곡 반복듣기를 설정해서 하루종일 주말 내내 질리도록 들려주었다.


큰언니는 마당에 몇주째 덩그러니 놓여진 실향나무와, 수양벚꽃을 심고 마치 일년치 할일은 다한사람처럼 뿌듯해하며 수족을 꼼짝하지 않고 나를 부려먹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 토요일, 비를 흠뻑 맞으며 고목나무를 베고 나무 심는 일을 돕느라 모처럼 고된 휴일을 보냈다. 안하던 삽질에 톱질을 하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팔에 알도 배겨서 남은 주말은 종일 침대에 누워지냈다. 뭐, 그런 일이 없어도 매양 침대에 누워있지만;;;

집안 일은 1도 안하지만 정원 돌보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열정적인 큰언니 덕분에 우리집 앞마당이 점점 더 푸르게 푸르게 변해가고 있다.


넷째언니는 '도무지 말을 안듣는 중2 아들내미 때문에' 아무래도 본인은 '일찍 죽을 것 같다'고 푸념하면서도 결국 애지중지하는 그 <문제적 아들>과 <그 아들의 아버지> 공연 보여준다고 서울에 왔다. 초대권이 부족해서 정작 본인은 그 사람들이 공연보는 동안 (무려 세시간이나!) 내내 기다렸다가, 결국 주린배를 안고 양평엘 갔다는 것. 눈물없인 들을 수 없을만큼 짠한 스토리다.

(참고로 중2가 된 조카는 중2병을 앓고 있는게 아니다. 5살때부터 엄마말은 물론 이모, 아빠, 할머니 가족의 모든 어른들 말을 듣지 않기로 유명한 아이다. 과연 우리 조카는 커서 무엇이 될라는지!ㅎㅎ)



나의 월화수목금


월요일은 재택하는 팀원들이 모두 다같이 모이는 유일한 하루다. 팀점심이 있는 날이기도하고 주간 실적미팅 혹은 회사 먼슬리 회의가 있는 날이기도 한데 이런 저런 모든 일과 신입사원을 위한 업무 가이드까지 있어서 오랜만에 자정이 넘도록 일을 하게 됐다. 유후~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나니 확실히 나의 업무량도 늘어났다.

화요일인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회사 IT mgr 와 좋아하는 브루클린 햄버거 집엘 가서 사이좋게 크림버거와 피쉬버거를 반반 나눠먹었다. 오후엔 후보자와 사전인터뷰를 진행했고, 일이 좀 많아서 버거워보이는 팀원과 개인 미팅도 하고, 몰리짱 공구 통해 미리 주문해둔 오렌지가 도착해서 회사식구들과 나눠 먹었고, 몇개의 서치 리포트를 고객사에 보낸뒤 어제보단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드디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하는 날. 집앞 초등학교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하고 회사로 갈 생각이다. 아마도 좀 늦을듯하여 팀원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각자 투표하고 늦어도 좋다고도 덧붙였다. 투표독려차원에서.


목요일엔 선배 헤드헌터랑 점심약속을 했다. 최근 근황을 나누게 되겠지?


금요일엔 재택할 생각이다. 코로나시대 이후 바뀐 일상이라면, 주 1회는 재택하는 것. 여러모로 나같은 타입에겐 잘 맞는 방식인 것 같다. 효율적인 재택을 위해 십년만에 올인원 데스크탑도 샀다.



최대 고민은,

다이어트 & 어차피 안하면서 매일밤 운동때매 스트레스 받는 것 그리고 삶의 의미

최대 난제는 운동할 시간을 내지 않는다는 것과 늦은 시간에도 먹방을 보다가, 뭔가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게 아니다. 다만 그럴 마음이 없는거지. 먹방은 왜 그렇게 보는건지. 먹방이라도 끊어야 하나. 반복되는 헛된 다짐들.

병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되지는 않으나 확실히 조울증 증세가 있는 것 같다. 기분좋은 조증을 지나, 삶의 의미를 찾는 타이밍에 봉착했다. 매일 똑같은 월화수목금, 일터에서 거의 12시간을 지내고, 나머지 6시간은 자고. 그럼 하루 24시간에서 남는 6시간은? 먹방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간헐적으로 뭔가를 읽거나. 그 6시간에 운동을 시작하든 뭘 배우든,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주말에 양평에서 보내는 금요일밤과, 알람없이 일어나는 토요일 아침과,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토요일 밤을 제외하고 행복하거나 의미있는 날들이 많이 없다고 느껴지는 즈음이다 (D-16. 단지 지금의 느낌일 수 있음 주의!)



죽고 나면 관짝에 담겨질 인생들아, 라고 외치던 프랑켄슈타인의 친구 앙리가 그리운 밤이다. 아아아아아~~~ 공연 고프다.




https://www.youtube.com/watch?v=KGPw8SST8qQ

한잔에 근심을 담고 또 한잔엔 걱정담아

비워내자. 털어내자. 오늘밤엔 취해보자.

한잔에 절망을 담고 또 한잔엔 슬픔담아

비워내자. 털어내자. 오늘밤엔 취해볼까나.

한잔에 술에 담겨진 인생 산다는 것이 대체 무얼까

죽고 나면 관짝에 담겨질 인생들아 술취한 김에 마음에 있는 말 해볼까

난 부모도 형제도 없지만 단 하나 친구가 있다네

뭐가 더 필요해

_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넘버, 한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중에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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