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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26. 2021

갑작스런 방문이 남긴 것들

부제: 헤드헌터가 된다는 것



5년 정도 함께 일했던 고객사 HR이 찾아왔다.

지난주 업무를 끝으로 1년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며 삼성동 온김에 내 생각이 나서 들렀다고 했다. 갑작스런 그녀의 방문이 남긴 것은, 팀분들과 나눠먹을 <삼송빵집>의 빵, 만은 아니었다.

빵에 작은 위로 한스푼을 더하고 가셨달까...

정말로 작은 위로가 되었다.


"제가 만난 헤드헌터 중 제일 professional 한 분이 부장님이었어요"


제..제가요? 헤드헌터들 거의 다 비슷하지 않나. 근데 늘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는데 제 어떤 점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차장님?하고 묻자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뭐랄까, 도약하려거나 뛰기전에 신발끈부터 단단히 묶고 시작하는 단단한 사람? 보통HR 들은 글로벌 승인받아서 정말 중요한 자리, 찾기 어려운 자리를 헤드헌터분들에게 의뢰하잖아요. 처음엔 자신있다고 하던 헤드헌터들이 호언장담해서 믿고 기다렸는데, 막상 추천해준 이력서를 보면 실망스러울때가 많았거든요. 아...이 헤드헌터가 정말 내가 말한 걸 이해한게 맞나? 우리 조직에 대해 알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부장님은 우리 조직에 딱 맞는 분들을 추천해주시곤 했어요. 많은 후보자를 추천해주시지는 않지만요 ㅋㅋ 한분을 주더라도 적합한 분을 주셔서 신뢰가 갔어요.
그래서 confidential하게 진행해야하는 포지션이 있거나, 급하게 마무리해야할 채용건이 생기면 제일먼저 부장님이 떠올랐어요. T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부장님을 추천한 것도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고객과의 단단한 신뢰관계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다. 단지 채용이 성사되었을때만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내 경우엔 수십번의 실패 끝에 찾아오는 보상같기도 했다. (고객사가 됐든 후보자가 됐든 팀원이 됐든 동료가 됐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헤드헌터가 되고 싶었다. 도움을 주려면, 무언가 하나는 남들보타 특출나야 하고 헤드헌터로서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러가지 고민을 했고,공부도 많이했다. 

매일매일 새롭게 배워야, 후보자들이 원하는 컨설팅을 해줄 수 있었다.


헤드헌터들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다. 

채용은 여러사람과 복잡한 각각의 요소가 접목되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  때문에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때가 더 많다. 우리는 이를 beyond control 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다시말하자면, 헤드헌터가 맡고 있는 채용프로젝트들은 성공보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때문에 우리는 양보다 질적 컨설팅에 집중해야 하는 직업이다. 기업이 요청한 채용 포지션이 10개라면, 10개의 포지션에 각각 적합한 인재를 빠르게, 잘, 많이 찾아주는게 제일 좋겠지만 제대로된 컨설팅을 하다보면 양적인 부분까지 만족할만큼 일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새벽에도 집에 못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후보자들 통화하다보면 (보통 퇴근후니까 전화통화가 늦은 시간에 이뤄질때가 많았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부장님은 언제 퇴근하세요? 퇴근 안하세요? 였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자 나의 결론은, 헤드헌터는 일희일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돈을 목표로 두고서는 쉽지 않은 일, 이라는 것이다.  조직에 맞는 사람을 추천하기 위해 조직과, 구직자에 대한 니즈를 맞추고 통찰력있게 컨설팅하는 것에 집중해야 제대로 된 일을 배울 수 있는데, 제대로 배운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성공과 돈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주니어들이 우리 일을 할때 지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퍼가 결렬되어 결국 채용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다면 헤드헌터는 depressed 될 수 있다. 헤드헌터로서 당연히 속상하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 배워나가야 한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 내가 몰랐던 구직자의 속마음, 회사가 양보할 수 없었던 조건들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도출해나가야했을까? 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들 모소 대나무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자라기 전에는 성장속도를 알수없지만 몇년동안 뿌리를키워 한번에 폭풍성장을 하는 나무. 내 경우엔 헤드헌터 5년차 이후부터 같은 또래 직장인들보다 연봉이 높아졌다. (헤드헌터의 연봉이라는게 해마다 성과에 따라 달라지지만 5년차 이후 곤두박질 치며 내려가는 경우나 초년생 연봉으로 낮아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전문성을 가지고 맡고있는 분야-제조-의 경기나 흐름에 따라, 진행했던 프로젝트 숫자에 따라 1-2천만원 차이가 있었을 뿐, 나는 만족하는 워라밸과 연봉을 버는, 그러면서도 일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헤드헌터가 될 수 있었다)


이전의 나는, 주니어 헤드헌터가 담당했던 채용건이 실패로 끝나거나, 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할때면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어떻게 심정적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넬까에 집중해왔다. 한마디로, 과한 배려를 자주했고 그로 인해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따라 온다, 헤드헌팅도 마찬가지. 보람찬 날이 있으면 한없이 우울하고 작아지는 날도 있기 마련이고 기쁨과 자기확신이 넘치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 반대인 날들도 많지 않겠는가. 좋은 헤드헌터가 되기가 어디 쉽기만 하겠는가. 한 사람의 커리어를 컨설팅해주는 일이 절대로 쉬울리가 없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한가지 확신을 얻은 게 있다면 우리일은 한건 한건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꾸준함과 열정을 가지며 임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 일은 결코 실망감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다. 


20년차 헤드헌터인 나의 사수에게 최우선 가치는 <자신을 신뢰해주는 고객사와 의리를 지켜주는 후보자>였다.
나의 팀장이자 현재 대표님 또한 언제나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게
<고객사와 후보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게 역량을 키우라는 것> 이었다.
우리 회사를 창립한 회장님의 모토 또한 그렇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익을 주장하기보다 그들의 value를 더해주는 컨설턴트가 되라는 것.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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