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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1. 2021

생라면을 먹으면서 생각한 것들

팀원 3명이 한꺼번에 그만두게 되었다


팀원이 퇴사한 날, 이상하게도 일이 몰려왔다.

집에오니 밤 열시.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 읽은대로 귀찮아지기전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석촌호수로 갔다.  2km를 달리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보통 여자들은 6분, 우리팀 J 는 5분, 나는.......8분 30초. 그러나 나는 기록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편이다. 왜냐면? 달리기야말로 각자 나름의 pace 가 중요한 운동이니까. 날다람쥐처럼 산을 오르내리던 스무살무렵을 지나, 서른 중후반부터 급격히 몸이 온전치 못하다는 걸 알았다. 아마도 자궁에 11센치 가량 크고 있던 혹 때문이었으리라. 


사실은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고 있을 게 아니라 정말 꼭, 빨리 마무리해야하는 원고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퍼블리> 요청으로 쓰고 있는 헤드헌팅 활용법에 대한 칼럼과,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잡코리아 원고.

보통 기한을 어기는 스탈이 아닌데 주말에 된통걸린 몸살감기 덕분에 마감기한도 미루고, 프로필 사진 촬영도 미뤄놓고서 유유자적 브런치 글을 끄적이고 있는거다.

나란사람, 참.........


할일은 산더미지만 브런치에 기록을 하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나를 눈물나게 한 우리회사 경영지원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팀원이 연달아 세명이나, 한꺼번에 그만두는 상황이 생겼다. 퇴사하는 인원이 발생하면 퇴직금 정산 및 여러가지 경영지원팀에서 서포트 해줄 일이 생긴다. 한명도 아니고 세명씩이나 그만두게 되었으니 예상에 없던 그들 업무가 늘어나게 되었을테고, 그게 미안해서, 달달한 밀크티와 함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팀원이 세명이나 그만두면 대체 그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 팀장의 리더십을 운운하면서 갑작스레 맡겨진 일때문에 툴툴 거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은 진심이 담긴 위로를 건네줬다. 


"부장님 일이면 맨발로도 쫓아갈꺼에요. 그러니까 편하게 언제든  부려주세요." 

"우리가 퇴사자 정리를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팀장님 걱정을  했잖아. 언니 괜찮냐고." 

"너무 마음쓰지 말고 으샤으샤하세요


그리고 한두번씩들 팀원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동료들이 전하는 담담한 위로 혹은 조언.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든든했던 건, 각자 제할일에 집중하며 흔들림없이 고요한 기존 팀멤버들이었다. 그들 덕분에 저녁먹을 겨를도 없이 인터뷰하고, 일 하고, 미팅하고,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나 나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동료들과 오랜 시간 나를 믿고 함께 해주는 팀원이 있다는 게  너무도 큰 힘이 되주었다. 나또한 그들이 필요한 순간에 나또한 그들을 돕는 손길이 되어주리라.


한꺼번에 팀워니 3명이나 팀을 떠나는 이 일을 통해 내가 배운 건 <유대감을 쌓아 온, 나를 신뢰해줄만한 동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 떠나는 팀원을 잘 보내줄 수 있는 힘은, 남은 동료와 팀원들이 내게 보내주는 지지와 응원에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못내 부족했던 기억은 잊고, 나와 함께한 시간 작은 무엇 하나라도 배운 것이 있어서 떠난 이들도 조금 더 나은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16년차 회사인간의 힘든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오늘도 한수 배워가네요. 
헤드허팅 업계 선배들을 통해서. 동료를 통해서.
그리고 지금 내곁에 나와 함께해준 고마운 팀분들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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