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남들 한창 잘 시간에 컴퓨터를 켰다. 일이 밀려서 20시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앉아 서치를 시작하다 23시쯤 퇴근을 했는데, 전철을 또 잘못탔다. 9호선 급행이 서지 않는 곳에 사는데 생각없이 너무 자주, 급행 전철에 덜컥 타버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인지하지 못하다 내려보니 석촌역.
석촌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집에 있다길래 들러 얼굴도 좀 보고 근황도 좀 듣다가, 새벽 한시가 넘어 길을 나섰다. 백제고분을 지나쳐서 직선코스로 30분 쯤 걷다보면 다다르는 우리집. 혼자 걸어올라치면 때로 적적하기도 한데 오늘은 줄어드는 거리가 아쉬워 일부러 천천히 새벽공기를 만끽하며 걸었다(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시. 30분 거리를 한시간 동안 걸어온 것)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 슈퍼문처럼 크고 노오란 달, 친구딸에게 교환해줄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뒤늦게 불붙은 포켓몬고(현재 레벨 27). 그리고 나얼 노래가 동행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도 충만했던 까닭에서다. 내일 출근만 아니면 서너시까지 혼자 걷고 싶었달까.
요즘 다시 무리를 하고 있다.
원래 하는 업무도 야근을 해야 팔로업 할만큼 할일이 많은데, 중간 중간 칼럼도 써야하고, 주 3-4회는 직업상담사 자격증 공부도 하고, 최소 주 2-3회는 달리기를 하려다 보니 마음이 너무 바빠졌다. 사실 이 정도 업무강도는 20대 중반 이후 늘 비슷했기에 놀랄 일도 아니지만 진짜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실 따로 있었다. 아침형 인간되기. 솔직히 이게 제일 힘들다. 국민학교땐 비오는날엔 특히 더 아침에 눈뜨기 싫어서 빨리 학교 졸업해서, 후딱 후딱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땐 진짜 몰랐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침에 늦을까봐, 심지어 아침부터 할일이 있어서, 억지로 눈을 떠야하는 상황이 생길줄은.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7시 반 8시에 일어나는게 그렇게 힘들다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래서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30분씩 공부하거나 뛰자는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밤에는 야근흐름끊기 싫어서 일하느라 못뛰고, 아침엔 못일어나서 못뛰고.....휴. 나란 인간이란.
그.렇.지.만. 오늘 뿌듯한 일도 있었다. 무려 7가지나.
#퍼블리에 보낼 프로필 사진을 안찍어서 숙제처럼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아침에 셀카로 해결한 것.
헤드헌터 본연의 업무인 서치 열심히 한 것.
형태가 있고 없고가 주는 감성의 차이를 강조하며 음반을 사서 들으라는 나얼의 말을 듣자마자, 주문한 브아쏠 앨범을 받아 전곡듣기 한 것.
고객사 미팅을 통해 다시금 우리가 타 서치펌에 비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걸은 것.
포켓몬고 20마리 정도 잡은 것.
점심시간 활용해서 마음 맞는 동료들과 성경통독을 하고 함께 기도 한 것.
찾아낼라치면 한두가지 더 찾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이정도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프로필 사진이 나답지 않게 굉장히 잘 나온 것이 뭐니뭐니해도 제일 기분 좋은 일이다. 사진관에서는 7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했었는데, 혼자 해결했다. 오예!)
오늘의 주절거림,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