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Jul 22. 2021

드라큘라의 서사를 살린
록큘 <신성록>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해서



내가 이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유튜브 때문이다. 자칭 타칭 연뮤덕 22살 내 조카는,

"이모! 아이돌이나 배우들과 달리 뮤지컬 배우들은 필모를 깨고 싶어도 정보가 너무 없어. 덕질을 지속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얘기지" 전동석 드라큘라 (이하 동큘)에 빠져있다가, 두서달만에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신성록 드라큘라(이하 록큘)를 보고, 그 감정에 빠져있고 싶은데 그 어디에도 시치프로브는 커녕 록큘버전은 클립조차 없어서 당시 조카의 이야기에 뒤늦게 공감이 갔다. 밤새봐도 모자를 정도로 그간의 자료가 쌓여있는 드라마/방송과는 다르게, 공연 자료는 여전히 귀하다. 특히 올해 초연인 록큘 자료는 커튼콜을 제외하곤 어디에도 없다. 근데 드큘 뉴캐한테 오디컴퍼니 대우가 너무 소홀한거 아닌가.....짧은 클립하나가 안올라온다.

(블루스퀘어 한번 더 가야하나 싶네..)


어쨌거나 이 더운 여름 브런치에 로그인 한 이유는

두번의 초대권과, 한번의 피케팅과, 또 한번의 써머스페셔샬 선물로 총 4번을 보게된 이 작품 <드라큘라>에 대해서 기록하기 위함이다.

류큘, 샤큘, 록큘, 동큘에 관하여.


일단, 류큘.

한번도 이 배우의 작품을 보고 빠져본적이 없어서 딱히 평할부분이 없지만 solitary man  넘버는 이 분 버전으로 들어볼 것을 권한다. 이곡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최초의 배우다.


샤큘.

이전 글 <내가 사랑했던 드라큘라> 에 너무도 절절히 적혀있으니 넘어가볼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드라큘라 비주얼과는 비율이 조금 부족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사실 준수는 넘사벽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샤큘의 she 넘버가 단연 압권이라고 하지만, it’s over도 참 좋다. 개인적으론 무대보다 영상으로 만날때 더 매력적인 드큘이었다는 점을, 기록해본다.


동큘.

역시 젊음이 좋긴 좋다. 몸놀림이 상당히 가볍다.

fresh blood 는 이분이 단연 갑. 백발노인이 매혹적인 젊은 드라큘라로 거듭나는-1막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데, 굽었던 허리가 펴진다거나 백발이 흑발(혹은 적발;)로 바뀌는 것 외에 목소리가 변한다. 백발노인에서 젊고 매력적인 드라큘라로 변해가는 과정을 <목소리 만으로> 섹시하게 잘 표현했다.

근데 대사할때 말이 너무 빨라서인지, 극의 맥락을 전하는 힘이 좀 부족한 건지, 노래에선 힘줄때 뺄때를 잘 알면서 연기할땐 어디서 어떻게 흐름을 이어가고 끊어야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온전히 극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건지, 무튼 비주얼+노래에서는 의구심이 없다. 성량이 남아돈다고 여겨질 정도. 다만…



마지막 록큘.

 

가위손 조니뎁 영화가 생각남. 록큘을 보고 있으면.

록큘은 체코버전+브로드웨이버전 두가지 다른 라이선스 드라큘라 배역을 모두 소화해낸 유일한 배우로 기럭지+ 비주얼+ 카리스마 등 여러가지 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드라큘라에 가장 가까운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샤큘은 she

동큘은 fresh blood

류큘은 solitary man

다들 각자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넘버가 하나씩 있는 반면에 록큘하면 먼저 떠오르는 곡은 아직 없다. 올해가 초연이니까 아직 대표랄 수 있는 곡이 없다는 건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 배우가 가진 힘은, 1막과 2막 내내 드라큘라에게 몰입할 수 있게 개연성있는 전개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어나가는 연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레베카 당시 록 막심은 ‘비주얼이 개연성이다’라는 댓글로도 유명했지만 no. no. no! 비주얼이 개연성이긴 한데 단지 비주얼문제가 아니다.


록큘은, 굳이 소리치거나 기괴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권위있는 타입의 드라큘라로 컨셉을 잘 잡았고, 밀당의 귀재로 불러도 될만큼 미나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라면서, 미나가 먼저 드라큘라를 유혹하고, 불러내고, 교감하고, 결국엔 침실로 인도하여…

 반헬싱과의 대결구도에서 반헬싱을 두둔하는 미나를 보고 드큘이 실망하며 떠나는 장면이 있는데 동큘은, 삐져서 가는듯한 철없는 느낌으로 무대에서 사라졌다면


록큘은 <네가 나와의 영원한 삶을 꿈꾸지 않는다면 나도 구걸하지 않겠다. 더이상 너에게도 자비란 없다> 라는 느낌으로 도도하게 미나를 두고 떠났다. 일. 말. 의. 미련도 없. 다. 는. 듯. 이.

오히려 미련과 여운으로 질척거린 건

반헬싱을 두둔했던 미나였다.

급기야 드라큘라는 미나 스스로 그의 저택에 찾아와 <돌이킬수 없는 선택> 을 했다고 고백하게 만든다. 지옥을 향한 첫걸음을 걷겠다고, 영혼을 팔아 그대곁으로 가겠으며, 영원히 몸과 맘을 맡기겠다고. 때늦은 확신에 이제야 행복하다며 말이다.

(나라....도 십자가나 마늘따윈 치워두고 창문활짝열어 내 피를 드리겠다면서 그를 기다릴…)


anyway 400년간 오직 하나의 목표로 살았던 드라큘라가 이런 미나때문에 흔들린다. 사랑했던 수많은 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도깨비처럼) 영원불멸한 삶을 살아내느라 철저히 고통과 고독속에서 살았던 드라큘라에게 유일한 구원은 미나를 자신과 같은 영원불멸의 존재, 드라큘라로 만들어서 평생. 영원토록 함께하는 것. 이별없이.

미나에게 영원한 삶을 주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으로 살았던 그였는데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반헬싱과 드라큘라가 된 그의 아내 줄리아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된 것. 미나를 바라볼수록 점점 가슴이 아픈 드라큘라는 마침내 결심한다. 미나의 빛을 죽이고 영혼을 빼앗아 영원토록 어둠에, 그와 같은 어둠에 갇히게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400년동안 그를 버티게 해준인생의 유일한 목표를 버리고 드라큘라는 죽는 것을 선택한다. 도저히 자기 스스로는 드라큘라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없다는 미나를 <사랑으로> 설득하며, 영원한 안식(죽음)과 밤을 허락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토록 바라던 미나의 손에 의해,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게 된다. 이 절절한 스토리가, 위대한 사랑이야기가 단지 넘버 she를 통해서만 구현될수는 없다. 맥락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가교역할을 할뿐, 이 위대한 스토리는 록큘이 관속에 들어가는 최종적인 상황으로 인해 종료된다 (록큘때문에 올해 드라큘라관을 새로 짰다고 들었다. 기럭지가 워낙길어서 관을 좀 늘려달라는 록의 부탁이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봤다).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2006년 김종욱때보다, 2013년 록호세보다 록몬테보다 록큘은 엄청나게 성장해있었다는 것. 고백하자면 2021년 드큘을 보기 전까지 그가 나의 1순위 뮤지컬 남자 배우는 아니었다. (클로저나 키다리아저씨같은 연극이나 소극장 공연을 제외하고는..) 그런데 나는 그의 지나온 자취를 알고 있기에, 랖앺랖에서 루시와 화음이 좀 어긋나고 감정이 격앙되어서 혹은 워낙 극강으로 치달아야해서 음정이 다소 불안정하더라도.........나의 선택은 록큘이다. 유일하게, 드라큘라를 보면서, 나를 몰입하게 했고 울게했다.



그외 루시, 조나단, 미나, 렌필드, 반헬싱에 대해서는

할말이 너무 많지만 그건 또 다음기회에.....

이충주 조나단의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은 드라큘라보다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서브병 유발자로서, 2021년 드라큘라팀에서는 제외됐다.


예은 루시, 서브병에 빠지게했던 이충주 조나단, 조정은 미나, 임혜영 미나, 박지연 미나, 김도현 렌필드, 손준호 반헬싱이 얼마나 중요한 지, 할말이 너무 많지만 그건 다음기회에 다시........너무 더워서 오늘은 이만,


8월이 가기전에, 신성록 드라큘라 넘버 하나라도 꼭, 업로드 되길 소망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원주 DB프로미 심장 <허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