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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ug 31. 2021

스스로 길을 만드는 배우 <김남길>

배우. NGO대표. 열혈사제.


시작은 <무뢰한>의 이 장면이었다.

오지않는 여자를 기다리다 결국 밤을 꼴딱  남자. 어딘가 결핍이 있어보이고 사연도 있어보이는 가여운 남자에게 연민을 느꼈다.

2017 이후, 매해 무뢰한을 다시 본다.


김남길이 ‘이한’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후회하지 않아>  엄청 좋아했기 때문에 이한,이라는 배우를 눈여겨 보고는 있었지만 그때 당시 그의 매력을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덕질이 시작된 이유는, 어느날 우연히 보게  <시베리아 선발대>  장면에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정확히 그게 어떤 장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시 그의 필모를 하나하나 깨기 시작했다.

실은, 의 영화는 거의 다 봤던터라 드라마 위주로 날밤을 새는 중이다(요즘 출근할때나 퇴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드라마를 본다;;)


“<나쁜남자> 찍을땐 나쁜남자 트렌드가 거의 끝물이었고, <열혈사제> 찍을땐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충분히 사제 이야기를 보여줬는데 다시  사제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냐던 주변의 우려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길 스타일의 열혈사제는 처음이니까 저는 제 스타일대로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가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결과는? 상복없던 그가 <열혈사제> 통해 무려 9관왕에 넘는 영예를 안았다. 오예!!


조반니노 과레이스끼가 남긴 인생 역작 <돈까밀로와 빼뽀네> 모티브로 삼았다는 <열혈사제>는 탄탄한 대본은 물론, 사실 캐스팅이 열일했다. 김원해, 고준, 김성균, 백지원 같은 탄탄하고 힘있는 + 게다가 인성도 갖춘 빛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하다못해 ost 까지 모든  찰떡이다. 그중에서도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단연코 남주의 '사제 옷발'이라고 생각한다. 우락부락한 성질머리만큼 외모도 우락부락했던 돈까밀로와는 다르게 우리의 김해일 신부는 드라마 지문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생겼는데, 심지어 걸을때마다 너풀너풀 거리는 사제복 이 또 어찌나 그렇게도  어울리는지.


<나의 아저씨>처럼 <열혈사제> 찾아보게   같다. 너무 좋다,  드라마.



에필로그

나는 그의 생각을 듣는 것보다 읽는게 좋다. 왜? 말할 땐 가끔 아주 약간의 낭만이 더해지면서 다소 장황해질 때가 있는데, 글엔 그런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를 좋아하는 배우다. 최근 읽었던 어느 잡지 기사-일문일답에서, 그가 인터뷰를 좋아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자기 생각이나 주관, 신념, 철학이 확고한 사람은 인터뷰 당하는 것을 즐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이들은 (사전에 질문지를 미리 받아보지 않고 시작되는) 인터뷰가 두려울 수 밖에 없지만! 그가 했던 인터뷰 모음을 엮어서 <오스카리아나: 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문장들> 같은 책 한권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해봤다. 이름하여, 길's  찬란한 어록.


김남길 인터뷰 중에서

예전에는 글을 많이 썼었다. 국문학과에 가고 싶었지. 입밖으로 꺼내면 날아가지만 글로 쓰면 묵혀뒀다 결국 내것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땐 1년, 10년 단위로 계획도 세웠는데 요즘엔 그러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잘 살자,고 생각한다.

성균이랑은 비슷하다. 먹는 습성, 추구하느 삶, 좋아하는 것. 싫은 것도 똑같다. 사소한 것들이 잘 맞는다. 한번 붙고 나서는 떨어지기 힘들더라(웃음). 숙소에서 같이 자고일어나서 나오고. 촬영이 일주일 남았을때 제일 슬펐던게 성균이랑 밥 뭐먹을지 결정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좋은 일이 생기면 애써 의연해지려고 한다. 반대로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할 게 없다. 늘 나를 다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SNS 안하는 특별한 이유? 나는 사적인 내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긴 하지만 배우니까 연기로 소통하고 싶다.

사실 내가 그런 '작은영화'만 하겠다는 주의는 아닌데 고르다보면 그렇게 된다. 주변에서는 네가 해야할 연기와 하고싶은 연기를 구분해야 한다, 라고 하더라, 그래야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잘 안된다. 나 자체가 하고 싶은것에 딱 꽂혀야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행여 나에게서 마이너 같은 느낌이 나더라도 어쩔수없다.
(마이너한 느낌이, 좋은건데)

내가 생각하는 형사는 근육질인데 오승욱 감독님이 생각하는 형사는 그게 아니더라. 촬영 3주를 남겨놓고 근육을 오히려 뺐다. 지뢰진 형사 캐릭터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렇게 하면 너무 스타일리해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질 것 같더라. 일부러 헐렁하고 생활감있는 옷을 입었는데 그래도 멋있게 보인다면 할 수 없다 (웃음)

예전엔 쉴때 운동도 가고 만화책도 보고 영화도 봤는데 요즘엔 진짜 별다른거없이 침대에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는게 그렇게 좋은거다. 가만히 멍때리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시간이 없으면 누군가에 의해서만 움직여지고 끌려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안되겠다 싶더라고.
(그 소중한 시간 동안 어떤 심오한 생각들을 했나?) 내일은 뭐먹을까 이런거. 어제는 오늘이 화보 촬영이니까 살찌면 안되는데, 그래도 라면에 맥주를 먹을까 말까, 이런것들.

은근히 낯을 가리거든(웃음) 그런데 '시베리아 선발대'는 연출자들까지도 옛날에 영화를 한 분들이고 지인들과도 아는 사이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사실 시작 전에 선균형과 이상한 게임을 시키거나 특정장면을 설정하는 것 같은 촬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제작진 역시 같은 마음이더라. 덕분에 예능이 아닌 진짜 여행을 온것처럼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나두!) 연예인 친구도 별로 없다. 아주 가까운 어릴 적 친구 몇명 말고는 사람도 많이 안 만나고 주로 집에서 뒹군다.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일기에는 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기록한다 (2010)
(나는 브런치에 기록하는데 ㅎ)

남녀의 멜로감정을 깊게 표현해야 하는 작품을 할때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배워가는거지, 매번 사랑관이 조금씩 바뀐다. 인생관을 생각할때도 공부가 되고, 연기가 그래서 좋다.

아무리 훈련받은 동물이라도 그들을 학대하며 찍는 작품엔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릴적부터 쭉 동물과 함께 살았고 5-6년 전부터 강아지 두마리와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있다.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정이간다(웃음) (2016)

그냥 무료한 이 느낌이 좋아
(시베리아 선발대)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외로워요, 그래서 늘 하는말이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몸이 힘들어서 연기가 미흡하니 이해해주세요 라는 자막이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만 하는 직업이기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외로워지기 시작하는거죠



김남길에 대해서

실제로 마주한 그는 만난지 한시간만에 3년은 알고지낸듯 친근함을 느끼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고, 스크린에서보다 120% 쾌활했다. 촬영할때는 NG를 거의내지 않았고 자신의 출연분이 없을때도 스태프들을 격려하며 촬영장을 떠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처진다 싶을때는 장난을 치며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10년이상 영화판 밥을 먹으며 숱한 배우를 지켜봐온,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사진가마저 그런 그를 보고 '저 이는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군요'라며 감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선배를 만나 차근차근 잘배운티가 났다.
_2010, 얼루어_

뉴질랜드까지는 제법 멀다. 그러나 김남길의 태평한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거기까지 얼마나 걸린다고요? 12시간? 좋아. 난 비행기 오래타느거랑 공항에서 할일없이 기다리는게 제일 좋더라"
(꺄악...나도.....요! 나도 그런데!!)

여행이 끝나갈 무렵 우리 일행의 대부분은 도시병에 걸렸다. 와이파이와 적당한 카페인과 적당히 탁한 공기가 그리웠다. 그러나 김남길은 달랐다. " 왜 다들 이 좋은데서 못살겠다고 하지? 나는 이런데서 살아 진짜 살아.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_2012, 마리끌레어_

김남길 배우가 현장 분위기가 무거울 거 같으면 가볍게, 가벼워질 거 같으면 무겁도록 균형을 잘 맞춰줬다. 촬영하다너무 재밌어서 많이 웃기도 했따. 애드리브를 즉석에서 잘 받아주더라
_배우 김원해, 해적 (2014)_


좋은 배우는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빛나야 자신도 빛난다는 걸 알고 있다. 김남길은 그걸 잘 알고 있는 현명한 배우다.
_배우 전도연_

나는 화면에서 알랭들롱을 보았다. 불안하고 떨리는 어린 소녀같은 모습과 거친 수컷의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는 배우다. 알랭들롱은 약간 허세스럽다면 김남길은 허세가 빠진, 어딘가 결핍이 있는듯한 사연있는 알랭들롱이다. 그래서 더 멋있지 않나?
_무뢰한 오승욱 감독_

무뢰한이란 영화를 보고 김남길의 고민을 많이 느낄수 있었어요. 스타와 배우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무뢰한 때부터 그 배우에 대한 애착과 욕심이 있었어요. 그 나이에 있는,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진심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많지는 않아요. 김남길이 가장 선두에 있는 좋은 배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깊이, 그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하고 있어요. 가끔 배우들과 만나면 술을 해요, 자기 일에 대한 피곤함이나 이런 거로 인해서 재밌는 얘기나 할텐데 남길이는 잠깐 안부 인사를 넘어서면 주로 연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작품에 대한 얘기 같은 것들이요. 원래 성격은 소년이라서 다가가기가 쉬웠던 것 같아요. 자기 가식이 없는 그 나이대에 유일한 배우 같거든요. 근본적으로 사람을 향한 애정이 큰 배우죠. 민태수는 김병수의 눈에는 연쇄살인범으로 보여야하고, 객석의 관객에게는 김병수의 망상이 아닐까 의심이 들어야 하는 인물이에요, 굉장히 어려운 연기인데 그 표현을 너무 잘했어요.
이런 캐릭터가 도전이거든요. 직접적으로 노출되기보다는 굉장히 숨겨져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숨길 수 밖에 없는 배역이기도 해서 (배우가) 욕심을 내려놓고 배려가 있어야 해요. 김남길이 인간적인 배려가 굉장히 많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김남길 배우는 워낙 잘생김이 있다. 그 잘생김을 될 수 있으면 감추고 좀 평범해지자해서 증량을 하게 됐다. 훨씬 더 섬뜩하게 보이지 않을까 했다. 멋진 걸 가리기 위해 살을 찌웠더니 더 멋지게 됐다. 외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_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_

남길이는 자기 나이 또래들보다 생각이 많아. 심각하게 진지하지. 현장에서 이렇게 있으면은 막 스태프들이랑 장난치고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다가 다 끝나고 이제 혼자 외로운거야 공허하고, 그러니까 이게 갭이 커 갭이 커서 지가 더 힘든거지, 근데 애가 착해, 생긴거랑 틀리게. 이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아들 생각하는 그런거 있잖아, 그냥 무조건적인 애정인거지
_애정술집 중 배우 박성웅_

<나쁜남자>때 한번도 못마주쳤는데 남길오빠가 알아봐주셔서 놀랐다.
현장에서 반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너무 친해져서 드라마에 나온 장면들도 다 실제의 모습이기도 하다, 행복한 현장이었다.
_배우 문가영_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동료들을 아울러 가는 정의로운 리더다. 자기것이 아닌데도 배우가 나서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제일 부상도 많았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게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구나, 정말 좋은 리더구나했다. 개인적으로 존경한다
_배우 백지원_


김남길 배우가 현장 분위기가 무거울 거 같으면 가볍게, 가벼워질 거 같으면 무겁도록 균형을 잘 맞춰줬다. 촬영하다너무 재밌어서 많이 웃기도 했다. 애드리브를 즉석에서 잘 받아주더라
_배우 김원해, 해적 (2014)_


이번 덕질을 통해서는

어떻게 주변 동료들과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고민해보게 될 것 같다.



에필로그

그간 무수히 많은 이들을 사랑해왔으나, 한번도  일을 '덕질' 영역으로 끌고  이용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반백살 연세에 류이호라는 대만배우 덕질을 시작하게  회사 상무님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이후로도 그런 생각은 안했을텐데 


"김남길이 그렇게 좋으면, 그회사 일을 해주는건어때?" 라며, 기발하면서도 혹한 아이디어를 주셨다.


근데 상무님, ent 에서도 헤드헌팅 서비스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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