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하 자궁근종 수술 후기 1편 (아산병원)

Part 1. 자궁근종 발견과 수술방법 및 시기 결정

by 책읽는 헤드헌터


개복하 자궁근종 수술이 임박했을 때,
나보다 먼저 개복 수술한 이들의 블로그 글을 보고 수술 짐을 챙기고, 입원생활에 궁금한 것들에 대한 도움을 많이 얻었다. 이미 도움이 되는 정보는 충분하므로 나는 그저 ‘생전 첨으로 수술을 앞둔 이들에게’ 두려움이 조금 옅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기록해봤다.
이 글을 기록하는 시점은 수술후 5일째가 되는 날이다.

Part 1. 자궁근종 발견과 수술방법 및 시기 결정
Part II. 개복하 자궁근종 수술 및 회복 그리고 퇴원
Part III. 수술후 경과와 삶의 변화


자궁근종 발견

적합한 의사 만나기

수술시기와 방법에 대한 판단시기

"여자들 자궁 속에 혹 몇개씩은 있잖아요?"


국가에서는 2년에 한번 여자들의 자궁을 염려해준다. 그래서 꼭 자궁경부암 검사를 요하는데,

3년전 그 검사를 받는 도중, 동네 산부인과 의사 덕분에 아기 얼굴만한 크기의 혹이 있음을 발견했다.

동네병원에서 추천받은대로 바로 강남 차병원엘 갔다.

이렇게까지 혹이 크게(처음 발견했을때 이미 8cm) 자란 화근은 내탓+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우리 동네(잠실) 산부인과를 믿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미혼 여성들도 각종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자주 가야 하는데, 소독한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는 하고, 대개는 불필요해보이는 과잉진료 같은데 의사가 자꾸만 권하고,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고, 그렇게 몇차례 나혼자 마음의 실랑이를 하다가 아예 발길을 끊었던거다.


강남차병원에서 검사해보니 혹은 12cm 정도 크기라고 했다.

로봇수술로 바로 혹을 제거하자는 차병원 여의사에게 평소 궁금했던 두가지를 질문했다.


자궁근종이 생겼다고 해서 꼭 수술을 해야 하나요?
만약 수술을 한다면 로봇수술대신 복강경대신 개복을 선택할 수는 없나요?


두가지 질문 모두에 여의사는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로 그녀는 코로 방귀를 뀌었다.

내 질문이 우매했을까? 혹의 위치상 혹은 크기상, 개복이 어려운걸까? 그렇다면 설명해주는게 의사의 본분 아닌가? 환자가 궁금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기보다 우선 비웃고 보는 저 의사에겐 수술받고 싶지 않아 바로 다른 병원을 알아봤다. 차병원 그 여의사 이름은 굳이 기재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아산병원으로 최종결정을 하게 됐다. 자궁근종 개복수술 경험이 많다는 김대연 선생님, 외래를 예약했는데 그곳에서 마음을 굳히게 된거다.


보통의 여성들은 부인과 진료를 남자의사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꺼려하는 경향이 크지만 나는 그 분야의 전문성이 중요하지 성별같은게 중요하지는 않았기에 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별보다는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여자분들 보통 자궁 속에 다들 혹 몇개씩은 달고 살지 않나요?
지금 당장 생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하거나 통증이 없다면
수술을 지금 바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의 첫마디에 안심이 됐다. 그게 바로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혹의 모양과 크기와 위치가 위험하지 않아 당장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지금 수술을 해도 가임기 여성들은 생리를 하는동안 어차피 혹이 계속 자라서 5-6년뒤에는 한번 더 수술을 하게 되는데 (혹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힘들고 재발률이 높아서 폐경기가 되기전까지 혹은 자란다, 고 한다) 혹을 더 키워서 수술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늦춰도 문제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수술을 한다면 개복으로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수술시 시야확보 측면에서도 개복수술 괜찮습니다.
실제로 아는 산부인과 여의사 중에 근종 수술할때
복강경보다 개복을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와우!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도사님처럼 의사선생님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수술시기와 방법에 대해 답을 주셨다. 결론은, 1년 후 MRI를 촬영을 통해 다시 혹의 크기를 보고 수술여부에 대해 결정하자는 것. (ok!) 이때가 2019년 4월경이었다.


[수술 시기와 의사 선택방법]
* 의사의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적어도 두명이상 다른 의사를 만나보도록 한다. 무조건 수술이 답인지, 수술이 답이지만 지금 당장이 최선인지, 내가 원하는 수술방법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의사와 원하는 시기와 방식을 상의하고자 하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후 1년뒤 2020년 4월, MRI 결과 혹은 8.7 cm 였다.

초음파로는 12cm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작았던 것.

생각보다는 크지 않으니 1년 더 혹을 키워보기로 하고 또 수술을 미뤘다. 우리는 12cm가 되는 시점에 수술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1년 혹은 어느새 11cm로 자라 있었다.

1년에 2cm 정도 자라는게 보통이라고 했는데 이혹도 역시나 보통의 다른 혹과 같이 2.3cm 커 있었다. 혹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환상같은걸 꿈꾸면서 안하던 조깅도 하고 홈트(요가)도 했는데, 혹이 내 바람따위 알아줄리 없고. 외려 더 무럭무럭 자라난거다.

굳이 더이상 내년까지 수술을 미뤄둘 이유가 없었다.

내 모든 영양소를 빼앗고 나의 빈혈을 야기하는 숙주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생리전에만 있었던 PMS가 매달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고, 나답지 않게 일에 집중도 못하고 의욕도 사라지고, 쉬이 피곤하고, 생리도아닌데 생리통 같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사람들 만날 일을 극도로 제한하고, 기분이 수시로 오락가락해지고….


때가 온거다. 수술을 해야하는 때.


전신마취가 두려워서 그간 성형수술도 못했는데….

자궁근종 수술하면 어차피 전신마취해야하는데, 그 핑계대고, 평소 하고 싶었던 코수술도 같이 하는 ‘누운김에 성형하는 패키지’ 같은거 없을까, 잠깐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보았다.

(수술 후엔 이 생각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바로 깨달았다. 생배를 찢는 고통을 견디기도 힘든데 코수술까지 이중 고통을 견딜자신도 없거니와 내 치료를 위해 집중하는 세포들에게 너무도 할짓이 못되는거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 패키지는 없는 모양이다;;)


이왕이면 올해 연말에 해버리자 맘먹고 외래신청을 했는데 김대연 의사선생님은 하필이면 올해부터 부인 질병중 암에 대해서만 맡게 되었다고 하셔서 나는 다른 분께 트랜스퍼 되었다. 황망함이나 서운함 같은 건 없었다. 지난 3년간 내 혹에 대해 마음 편히 상담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나보다 더 위중한 분들에게 선생님을 양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렇게 나는 새로운 담당의사, 김성훈 선생님을 만나 개복하 자궁근종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간 상담을 나누었던 선생님이 아니라 무지하게 낯설었지만 김대연 선생님의 추천도 있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에 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겸허히. ㅎㅎ



왼쪽이 나를 편안하게 상담해준 김대연 의사고, 오른쪽이 수술을 맡아준 김성훈 의사다.




처음 수술일정은 올해말로 나왔는데, 동료 J가 팁을 줬다.

통증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수술 원한다고하면 한달정도 앞당길수도 있다고.

그리 급한 환자가 많이 없던 달이었는지, 나의 바람대로 가장 빠른 일정으로 2021년 11월 8일 드디어 미루고 미뤄두었던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시기가 결정되면 수술전 검사를 진행한다.

채혈, 심전도검사, 소변검사 등.


의외의 복병이 생겼다. 바로 나의 고질병 빈혈.


빈혈수치가 낮아서 일단 세가지 방법을 선택해야 해요.
첫째, 수혈을 하며 수술을 하거나
둘째, 수술시기를 미루거나
셋째, 철분제를 맞고 수치를 재검사해야 합니다.

3번이요.

더 생각해볼 것도 없이 3번으로 가야한다.

빈혈수치가 6g/dl 이하면 수혈을 해야하는데 내 상태는 7.

일단 철분제를 맞아보자, 수치가 오르면 할 수 있으니까. 이미 마음먹은 수술이니만큼 어떻게든 올해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일주일 뒤 채혈을 다시 해보니 빈혈수치가 10점대로 올라와 있었다. 야호!

별다른 수혈없이 수술을 해도 된다는 답을 얻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 수술전날 코로나 검사를 하고, 밤 12시 이후 금식만 하면 이제 정말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시기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 수술후 실밥을 제거하기까지 총 2주가 걸린다. 그말은 2주간 샤워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니 수술시기를 조정할수 있다면 가을겨울을 추천한다. 여름에 이 상황을 겪었다면…너무 끔찍했을 것 같다.



2편은 여기서

https://brunch.co.kr/@jennifernote/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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