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끝난 스우파를 이제서야 보다가 생각한 것들

by 책읽는 헤드헌터


회사 팀분들과 단체 톡에 누군가 먼저 <스우파>이야기를꺼냈다. 들어는 봤지만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는 프로였는데 스우파를 보면서 회사 팀장님들 생각했다는 한 팀원의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


댄서들의 경연프로그램을 보면서 회사 팀장님들을 생각했다고?


편견없는 나를 보며 아이키가 떠올랐다고 했고, 출산휴가 중이지만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또다른 팀원은 허니제이를 떠올렸다고 했다. 초반의 허제가 아닌 후반부 허제라는 단서를 달면서.

(초반과 후반의 그녀는 어떻게 달라지길래?)

인스타그램에서 본 아이키는 알겠는데, 허제며 모니카며 립제이는 대체 누군지. 그 리더들이 어떻길래 내가 떠올랐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본방을 다 사수할 수는 없고 유튜브 상에 올라온 짤들을 봤는데...

와우!


다들 하나같이 예쁘고 춤잘추고 게다가 멋지고

댄서 외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적 없다며 열정적이기까지하고 아이돌이 안되서 댄서 하는게 아니라 댄서가 2지망인 적 없고 늘 1지망이었다며 업에 대한 자부심도 뿜뿜하고


나야 뭐 최종우승팀 다 가려지고 뒤늦게 (짤로) 겨우 봤지만 왜 다들 이 프로를 보는 건지, 스우파기 왜 인기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춤에 춤자도 모르는 내가 이렇게까지 공감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리더계급 사이에서 안무 배틀이 있었을 때나, 개인적으로 리더끼리의 배틀에서 지고 들어왔을때 사기저하된 크루들과 마주해야하는 그들의 입장에 왜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는건지


7년간 함께 크루 활동을 하다 결별하게 된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서사는 또 왜그렇게 와닿던지. 함께 춤을 추던 주축 멤버들이 모두 빠져나가 새로운 크루를 만들게 된 것을 인스타를 통해서 보게 된 허니제이의 심정이 헤아려지고도 남는거다. (주축멤버라고 볼수는 없지만, 올해 나의 팀원들도 한꺼번에 그만두는 일이 있었기에 아마도 더 감정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본방사수한 것이 아니고 몇개의 짤만을 보고 이프로에 등장한 크루나 리더들의 성향을 다 안다고 할수는 없지만, 게다가 이미 악마의 편집으로도 유명한 프로이기도 한 터라 어느정도는 제작자의 의도대로 내가 리더나 크루를 바라봤을수도 있지만,


내가 관심있게 본 팀은 아이키와 허니제이가 이끄는 훅과 홀리뱅이었다.

아이키 팀의 춤은 행위예술같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고, 마지막 미션때 보여줬던 <엄마가 딸에게> 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꾸민 퍼포먼스는 볼때마다 울게 된다. 그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고대로 가슴에 박혀왔달까.



그리고 허니제이.

애정을 갖고 키운 첫 동생이자 7년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애제자가 떠났을 때, 처음으로 춤을 추기 싫었다는 그녀의 인터뷰. 메가 크루 미션때 다른 리더들은 센터를 고집하지 않았는데 왜 자신은 그랬을까에 대해 인식하고 피날레를 팀원이 할 수 있도록 안무를 수정해준 것. 자기 품을 떠났지만 다른 모습으로 더욱 성장해있는 옛 애제자를 포용하고 안아주는 모습. 연속되는 하위 점수에 다른 팀 리더들과 달리 본인만 팀원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고 답답해하며 울면서 했던 인터뷰. 자신들이 피땀눈물흘려 만든 안무영상을 편한 자세로 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무릎꿇고 보던 모습. 처음으로 저지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던 메가 크루 미션때 울면서 저지들이 자기를 싫어하는지 알았다.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았다고 지난 상황들을 복기하며 눈물 쏟던 장면들. 메가 크루 미션에서 어차피 메가로 춤 춰야하는거면 맥스 숫자인 50명 다 채워서 해보겠다는 패기. 결국 50명을 혼자 진두지휘해서 최고점을 받은 것. 초반의 부진함에 아직 탈락한 것 아니니 멘탈 잘 잡고 잘해보겠다고 했던 회복탄력성. 그래서 결국 겁나 멋진 파이널 미션 베놈을 탄생시켜 보는 순간 우승하겠구나 하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 우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제일먼저 엄마에게 전화해서 <우리 딸 잘했어 최고야 장해>라는 말 듣고 엄마가 좋으면됐어, 라고 했던 것. 타투를 가볍게 패션의 한 형태로 하는 사람과 무겁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후자라며, 자신이 제일 잘 추는 버터플라이 춤을 형상화한 등뒤 나비 타투와, 열정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새긴 어깨라인의 장미와, 중고등학교시절부터 친한친구가 허제가 오래된 연인과 헤어짐을 축복하며 디자인해준 러브 타투. 나를 더 사랑하고, 더 사랑받으라는 의미라는 것. 그리고 허벅지에 새긴 for my J (J는 가족의 이니셜로 family 를 뜻한다). 타투에 대한 호오가 각자 다르겠지만 어차피 타투보다는 사람이 멋있으면 된다는 말. 그 사람이 멋있으면 타투도 멋있게 보여지게 되고 아니라면 타투도 그렇게 될테니 더 멋진 사람이 될꺼라는 것.

(쓰다 보니 알았다. 아이키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나의 최애는 허니제이구나. 하는. 그리고 리헤이도 멋지구나. 함께 있는게 답은 아니지만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결별이 못내 아직도 나는 아쉽구나, 하는. 허제에게도 다시 리헤이 같은 파트너가 생기길)


등등.

나의 팀원들의 말처럼 내가 아이키와 허니제이의 리더십과 비슷한지는 모르겠다. 사실 난 그둘에게서 나와 닮은 점은 찾지 못했으니까. 다만 팀원 A에겐 내가 아이키처럼 편견없는 리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과 B팀원에게는 내가 허제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에게 내가 허제처럼 비추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리더라면, 모두에게 일관성 있는 모습이어야 하는건 아닐까?


나는 A에겐 이런 모습의 리더

B에겐 저런 모습의 리더인것 같은데....

이런유형의 사람에겐 이렇게, 저런 유형의 사람에겐 저렇게 맞춰가며 리더십을 발휘하는것도 괜찮겠지?


일관성과 유도리, 그 사이에서의 적정함을 찾지 못하면 일관성없는 리더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그런데 그모든 걸 떠나서 결론은 리더, 라는 것. 리더십이라는 것.

근데 참. 그게 족쇄같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나의 팀원들과 역할이 다를뿐, 리더와 팔로워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나 또한 팀의 일부라 생각하기로.


그들이 있기에 누군가 나를 리더라고 말해주지만 그들이 없다면 리더는 개뿔......

내가 그들 우위에서 무언가를 자꾸만 리딩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겠다는 것.

배울것들을 배우고 알아야할것들 알아가면서

나의 동료이자 파트너인 그들과 조금 덜 상처주고 받으면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화를 내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

조금 더 수월한 방법으로 일해 나가기로.



그게 스우파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 중 하나였다.



..

.








에필로그

개인적으로 리정이 어느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에 대해 말한 부분도 참 좋았다.


잘할 수 있어요.
제가 이길 수 있어요.
제가 우승할 수 있어요, 가 자신감인 줄 알았는데 온전히 내가 어떤 모습을 마주했을때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때 나오는 게 그게 진짜 자신감이다! _리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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