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자란 쑥을 뜯으며 지금 이순간이 본인에게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큰언니의 소회를 카메라에 담아봤다. 20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언니는 말했다.
형편이 어렵고 딸 다섯 대학등록금 마련하느라 여유라고는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땅을 팔지않고 물려주어서 지금 우리가 이 마당에서 주말이면 모여 고기도 구워먹고 텃밭도 일구고 아빠가 심은 느티나무와 언니가 심은 목련나무와 내가 함께 심은 측백나무를 바라보며 지칠때마다 평안을 얻노라고.
매주 양평에 오면서
겨울을 제외하고 봄여름가을 대부분의 시간을 마당에서 보내면서도 한번도 그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언니덕에 오늘 나도 새삼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애들은 애들세대에 알아서 하게두고 우리 사는동안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산이고 밭이고 팔자고 큰언니를 졸랐었는데 막상 아빠엄마가 고생고생해서 물려준 이 땅을 밟고 평안을 누리면서 이율배반적인 나를 바라보게된다.
조금 쌀쌀하지만 햇살이 따사로운 주일 아침.
예배를 위해 나를 픽업하러 오는 넷째언니를 기다리며 마당에 앉아있다.
앉아있는 이 시간이 아까워 인스타그램에 담아볼까하다가 블로그를 열었다.
걱정, 불안, 행복, 평안 이 감정들도 흘러가버릴 것이고
기억도 왜곡되거나 잊혀질텐데
순간의 진심 혹은 순간의 마음들을 기록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 어느새 마흔둘.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내 나이 마흔다섯의 대부분 시간은 이 마당에서 흘러가리라.
에필로그
어제 쑥을 뜯은 걸로, 큰언니는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쑥개떡을 만들었다.
쑥을 찌고 빻아서 쌀가루에 치대면 끝! 그러나 이 간단한 과정에서 나에게 심부름을 백번은 시켰다.
나는 어제 얌전히 누워서....우리들의 블루스랄지 나의 해방일지랄지 내가 기다리던 드라마를 볼 작정이었는데. 쑥 빻고 왔다갔다하는 엄마 언니때문에 드라마는 보지도 못했다.
결국 완성된 쑥떡.
근데 짜고, 맛은 별로....
쌀가루가 아닌 찹쌀가루로 떡을 빚었어야했다며 언니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조씨네 엄마가 해준 쑥개떡은 참 맛있던데 ㅋㅋㅋ 내가 안좋아하는 콩이 들어가서 그렇지!
다음번엔 그냥 쑥만 넣은 찰지고 맛난 쑥개떡을 언니가 만들게 된다면 좋겠다.
어쨌거나 초긍정 우리 큰언니의 모든 시도를 응원하는 내가 될 수 있게 마음의 호수를 잔잔하게 유지해야겠다.
진짜 에필로그
나: 엄마. 이제 날도 풀리고 코로나 제재도 풀려가는데 엄마는 예배 언제가?
날 더 따뜻해지면?
엄마:
교회에서 점심 밥 주면.
와우!!!!!
역시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