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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15. 2022

에픽하이 앵콜콘 2022

EPIK is HERE



하이스쿨 (에픽하이 팬클럽)은 아니다. 

로빈슨이 초대장을 줘서 조카들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공연기회는 언제나 조카들 먼저.  

 중2조카는 "친구들이 안간대"하고 거절했고, 대학생인 큰조카는 "에픽하이 나오는 힙합공연은 관심있지만, 에픽하이 나오는 공연은 관심없어"라고해서, 여차저차 '우리'가 가게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세대로, 에픽하이 노래 한두곡쯤은 도토리로 구입해서, 배경음악에 깔아두었던 40대. 정확히는 42세. 친구들은 나이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혹은 우리가) 이 험난한 세상을 42년을 살아왔다는 게,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혹시 이글을 읽고 있는 50대, 60대 선배들에게는 송구하지만 나로서는 내 나이가 참 애틋하고 기특하고 뭐 그렇다. 쪼꼬미가 학교를 가고, 그렇게 다니기 싫었던 중고등학교 의무교육도 억지로 억지로 마치고, 간신히 대학에 들어가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지 스스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무튼, 시간이 맞는 갑빠친구들 (중고등학교 절친모임) 에게 에픽하이 콘서트를 초대했더니 우리 조카들과는 다르게 다들 대환영이었다.  BTS 팬인 친구 다이아는(별명이 다이아몬드다;;) 에픽하이랑 친한 슈가, 가 올지도 모른다며 설레어했고 (나는 심지어 슈가가 누군지도 모른다), 아이엄마 뽐은 콘서트는 처음이라며 신나했다. 곰은 우리랑 함께 토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했지만 막상 공연장에서 제일 방방뛰었다. 땀범벅이 될정도로;  


나는 윤하가, 나왔으면했다. 언젠가 우연히 아는형님에 나온 에픽하이 노래를 듣다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그곡이 윤하가 피쳐링한 <그래서 그래> 라는 곡이었는데 이후로 거의 백번은 들었다. 실제로 그곡을 듣고 싶기도 했고, fly, lovelovelove, 우산, fan 같은 곡들은 그시절 우리가 지겹도록 들었던 곡이라 우리가 비록 '하이스쿨'은 아니더라도 공연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을 통해 오혁이 피쳐링한 '빈차'라는 새로운 곡도 알게됐다. 가사가 참 좋았다. 


내가 해야 할 일 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3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있었는데
꿈이 있었는데

_에픽하이 빈차, 중에서_



공연은 토요일 오후 2시 (어제였다).

타블로는 이렇게 애매한 시간에 공연을 보러 와준 우리가 대단하다고했지만 우리에겐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공연보며 소리지르고 뛰면서 칼로리좀 소모하고, 다시 맥주한잔하고, 끝으로 저녁겸 반주로 김치찜에 감자전을 두고 하이볼에 사케를 마시고 헤어진 것. 

우리는 다음번에도 무조건 토요일 2시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Meatball Lounge

683-13, Hannam-dong, Yongsan-gu, Seoul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36

no parking space



곰이 가고 싶었던 곳은 리틀넥이었는데, 대기가 길어서 우연히 걷다 발견한 미트볼맛집에 들어갔다.

미트볼라운지가 그곳. 브런치를 먹으며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 한쌍이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좀 미안했다.

오랜만에 만난 여고동창생의 점심이란 것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시끌벅적하고 할이야기가 차고도 넘쳐나니까. 하지만 뭐, 처음엔 눈치도 보고 미안해하며 조심했지만 워낙 조용조용한 타입들이 아니라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며 각자 테이블에 집중했다. 

다이아는 말했다. "너만 끼면 꼭 이렇게 된다고. 목소리도 커지고, 왁자지껄 말도 많아지고"

그말이 참 좋았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라서 내 본모습이 드러난 것 같았달까.

나는 참 밝고 시끄럽고 산만하고 긍정적이었는데 즈음의 나는 그렇게 밝고 활기차게 지내지 못했다. 

여러가지 생각들로 복잡했고, 침잠했었다. 

이렇게 가끔 친구들도 만나고 공연도 보고 양평과 회사 집이 아닌 곳도 다니고 해야겠다는 생각도했다.



One in a million 

밥 먹고, 바로 앞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트볼라운지가 좀 조용한 공간이라 밥먹으면서 맘편히 대화를 못나눈것 같아 커피는 야외에서 마시기로했다.  우리끼리 맘껏 떠들 수 있는 공간으로. 

원인어밀리언이란 까페에서 사진들을 많이 찍는다고 곰&뽐이 알려줬는데 다들 사진찍는걸 좋아하지는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반려견들을 보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근데 얘네 둘은 어떻게 이런 맛집들을 잘 아는거지....나와 다이아는 그둘이 신기하기만 했다. ㅎ

(물론 남는건 사진이라고 우겨서 사진 한두장은 찍었다. 아래 사진은 억지로 찍은 것 ㅋㅋ)


산책하던 가수 2AM 임슬옹을 봤는데, 

선하고 사람좋게 생겼다고ㅡ 집에갈때까지 다이아가 이야기했다 ㅎ



Blue Square, Master hall



드디어 공연.

국카스텐 스탠딩 공연 이후, 마스터홀에서 보는 공연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라서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거나 설레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웬걸, 타블로가 등장하며 랩을하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라서 울었다. 몇몇곡에서는 소리질러, 할때 소리만 지른게 아니라 울었다, 친구들은 몰랐을 거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라갈만큼 소리도 지르고, 떼창도 따라 부르고 그러면서 종종 울었다....


그간 너무 공연을 안오긴 안왔었다.

그리고 다시금 공연을 봐야하겠구나, 절실히 깨닫기도했다.

보다보면 설레임도 식상해지지만 코로나 이후 정말로 오랜만이라서 그랬는지 다른때와 다르게 더 많이 벅찼다. 갑빠친구들과 진짜 오랜만에 함께 와서 였을수도 있고,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날씨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친구들 조합도 그렇고, 그냥 참 좋았다.


공연전에 회사에서 온 메일 한통을 봤는데, 그 일로인해 마음이 좀 무거운채로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회사일은 회사에서 해결해야지, 하고 그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회사일로 인한 걱정으로 오늘의 이공연을, 내 기분을, 망치고싶지는 않았으니까. 예전엔 기분을 바꾸는게 쉽게 잘 안됐는데 요즘에도 잘되는건 아니지만, 노력하니까 감정의 스위치가, 조금씩은 전환 되고 있는것, 같다. 


<나는 알아차리고 있는가>

<나는 알아차림이다. 이 마음은 곧 지나간다> 라는 생각을 갖게해준 회장님 추천책(위대한 시크릿) 덕분이기도 하고. 


앵콜, 외쳐봤자 본인들은 퇴근할거라더니

앵콜곡 두세곡을 더 불러주고 그들은 사라졌다. 착한사람들...ㅎㅎ

공연은 좋았지만 끝났을때 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도 다음 스케줄이 있으니까^^



Tap Public


시원하게 맥주한잔할만한데를 찾아다녔는데 일전에 4인방 모임에서 아이봉 대표님이 소개해준 탭, 해서 맥주를 마시는 그곳엘 가고 싶었다. 60개 넘는 수제먹주가 다양했던 곳. 어딘가의 지하. 

그런데 그 이름이 생각날리 없어서 곰이 이끄는대로 갔는데, 웬걸.

내가 친구들과 같이 가고싶었던 바로 그 탭 퍼블릭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곳과ㅡ 곰이 우릴 안내하고 싶었던 정소가 같았던 것. 소오름. 별개 다 소름이라며 기분좋게 치킨과 감튀와 과카몰리와 나쵸를 먹었다.

곰은 한약을 먹고 있었고, 나도 수술후 술은 자제중이었고, 다이아와 뽐도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결국 맥주는 각 반잔씩만 마시고 안주를 먹다가, 야외 테라스가 점점 추워지기도했고 안주가 좀 느끼하기도해서

제대로 된 저녁을 먹어볼까, 하며 자리를 옮겼다.

3차도 1차같이 참 잘먹는 우리들 ㅎㅎㅎㅎㅎ 자주 만나면 진자 큰일난다.



이태원 데판


봄의 귀여운 사촌동생이 하는 술집. 데판.

탭 퍼블릭을 나와서 어디갈까 고민하다가, 봄이 사촌동생이 근처에서 가게를 한다길래 물어물어 오게됐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 가야지 가야지 했다던 그곳. 결국 이렇게 우리랑 함께왔다며 또 의미를 한껏 부여하면서 수비드 김치찜과 감자전 그리고 서비스로 준 고로케에 따뜻한 사케 4잔, 하이볼 2-3잔을 마셨다. 

저녁은 단백질 쉐이크 마셔야하고, 술도 웬만하면 안마시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은 

그냥 모든걸 내려놓고 즐겁게 먹고 마셨다.

애기엄마 뽐과, 양평에 사는 다이아&곰과 함께하는 갑빠유닛 4인방이 언제또 이태원에서 

이렇게 늦은시간까지 한잔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헤어질 때 다이아가 준 편지를, 다음날 읽었다. 중학교때나 고등학교때, 재수시절, 내게 보내준 편지의 질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유치했다.  

그래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다만, 이번 편지에는 시덥잖은 일상과, 덕질의 변천사를 나열하는 것에 더하여 전에없이 배려담긴 마음이 담겨있었다. 나를 아끼기에 내게 전하고 싶었던 친구의 마음들. 


시간을 내서라도, 

이 편지에는 꼭 손편지로 답장을 해야겠다.

기다려 칭구야.




언제 다시 함께 될지 모를

뽐&다이아&곰과 2022년 5월 어느 토요일 이태원에서의 하루, 끝! 






한때 백번정도 들었던곡, 그래서 그래 

https://www.youtube.com/watch?v=l7EQ_uoNQ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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