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나에게 맞는 차 선정+ 딜러 선택+ 자동차보험 가입+ 차번호 선택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운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더 늦었다가는 이번 생애엔 아예 운전대는 잡지 못할 것 같아서 결심한 그날 바로 차부터 알아봤다.
처제같은 사람은 무조건 작은 차를 사야해
대체 나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운전면허를 따고 20년간 운전을 안하고 운전을 두려워하는 사람?
가만히 있는 옆에 차를 조심조심히 다가가서 박는 사람?
차선을 잘 못지키는 사람? 신호 못보는 사람?
...
..
결론적으로 나같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 차를 사기로 결정하기까지 고생이 많았다. 나를 칭찬한다. 토닥토닥.
이 글은 그 지난한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매주 금요일 카풀로 양평에 함께 가는 셋째형부는 나같은 사람은 무조건 작은 차를 사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K3나 아반떼같은. 형부는 자동차 정비사다.
전문가인 형부가 말한대로 어차피 내가 사야할 차가 정해진거라면 ‘형부랑 언니가 알아서 견적받고 적당한 차로 뽑아달라'고 부탁하며 내일을 언니+형부에게 떠넘겼다. 차알못이라 차에 옵션을 정하는 것도 어렵고, 어떻게 할부를 구성하는게 이로운건지도 모르고, 아는 딜러도 없으니까 그 과정자체를 아예 피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사흘이 멀다하고 언니를 쪼았다. 내차 주문했냐고;;;;;;
몇날 며칠 쪼임을 당하던 언니는 마침내 ‘이게 무슨 가방사는 일인 줄 아냐’며 '5년~10년 타고다닐 차니까 이것저것 따져보고 신중히 골라야 한다'며 폭풍잔소리를 했다.
차를 산다는게 가방 사는 일과 같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신중하게 고르기엔 아는게 너무 없었고 공부하자니 이분야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이랄지. 어느날 갑자기 어쩐 일인지, 막상 진짜로 차를 사겠다고 마음먹으니 그 순간부터 도로위 그리고 주차된 차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까짓것 내가 직접 견적을 뽑아보기로 했다. 내가 견적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두 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두차는 내 리스트에서 첫번째로 제외시켰다. 왜냐하면,
남들 다 갤럭시가 편하다고해도, 내가 좋은건 아이폰이니까 (지금은 예전의 명성그대로의 아이폰은 아니지만) 16년간 줄곧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아무리 오디오는 음향이 중요하다고해도, 오디오에 음향은 기본!! 디자인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차또한 디자인을 무시하고 금액에만 맞춰 결정할수는 없었다.
주행할때 덜 피로하고, 운전하기 편한 차, 그러면서도 연비가 좋은 차로 사야한다고들 '여기저기'에서 조언해주었지만 주차도 편할 것 같고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 형부가 누누히 말했던 작은차를 사야한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미니, 로 마음이 쏠렸다. 어차피 내가 탈 차니까 내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차로 결정하는게 맞는 거 아닌가?
그렇게 내 첫차는 미니로 결정됐다. 언니와 친구들의 반대를 뒤로하고.
(이후 반복되었던 번복과 번뇌와 고민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기술하지 않겠다. 다만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내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만 남겨둔다)
자, 이제 차종을 정했으니 두번째 고민은 컬러 선택과 3 door VS 5 door 선택하기!
결과적으로 무난한 페퍼화이트/5 door로 결정했다.
미니는 하나같이 컬러감이 특색있고 예쁜데 여기서 하나를 고른다는게 쉽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이 제주도 여행에 타고갔던 레드칠리도 탐이났고,
여행가서 세워두기만해도 그림이 나올것 같은 아일랜드 블루도 갖고 싶었지만
둘다 질리거나 너무 튈 것 같아서 쉽게 선택을 하지 못했다.
3 door 는 뒷문 열때마다 앞좌석 폴딩을 해야하는데, 뒤에 누굴 자주 태우진 않더라도 내가 짐을 넣고 뺄때마다 폴딩하는게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다.
차를 살까말까 결정한 때보다 더 오래 고민했던 부분이 이 지점이었다.
세상 심각한 고민이 시작된 시기.
며칠내내 출퇴근 시간에 미니 오너와 미니 딜러들이 올린 유튜브를 봤는데,
실상은 그렇게 며칠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2023년식 미니 클래식 3 door에는 페퍼화이트 컬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페퍼화이트로 하고 싶고 + 뒷자리 폴딩도 귀찮으니 5door 페퍼화이트로 하면 고민 끝!!!
5 door, 페퍼화이트 너로 정했다.
미니 전시장으로 전화를해서 생판 모르는 딜러 한분을 소개 받고 그에게 방문 견적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는 세상 바쁜 월요일로 날을 정하고, 심지어 약속시간 보다 15분 늦게 나타났다. 그 흔한 브로셔도 가지고 오지 않은 채로. 운전을 전혀 하지 못하고 차에 대해 1도 모르는 나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이해하셨죠?>하고 묻는데, 대체 뭘 이해해야하는건지도 모르겠고 도통 이 분야에는 자신이 없는 내게 재차 이어지는 <고객님 이해하셨죠?>라는 그의 질문이 어느순간부터 꽤나 불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문제일까. 그의 문제일까.
그러면서 나를 좀 돌아봤다.
그간 나도 내 후보자들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굴지는 않았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위주의 설명만 늘어놓으면서 정작 후보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진심을 다해 들여다보지 못한것은 아닐까? 후보자들에게 이해를 강요한 건 아닐까?
예전 같았으면 내 스타일에 맞는 딜러를 찾을때까지 딜러를 바꿨겠지만 내 나이 어느덧 마흔 둘.
그의 과오에서 나의 과오가 보이는 경지에 이르게되니 바꾸면서 상처주고 번거롭게 하는것보다 차라리 상대를 이해,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고민은
현금으로 살 것인지/ 할부로 살 것인지에 대한 차량 구매방법을 결정하는 것.
딜러의 준 할부표를 비교분석해서 결론을 내보자면 할부로 사면, 원래차값보다 +960만원을 더 내고 사는 꼴이었다. 셀토스 견적내러 갔었을땐, 할부 이율이 2.8% 여서 5년간 할부로 구입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미니는 6~7%대 이율이 붙어서 할부보다 현금으로 사는게 낫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근데 4천만원 가까이 되는 현금이, 나에게 있을리가....없...
자동차 보험도 높고....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1차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도 그닥 불편하지 않았는데 그냥 다 때려치우고 차를 사지 말까? 하는.
나태주시인도 평생 차없이 자전거로 충분히 사셨다는데 나따위가 무슨 차냐고, 도로에 이렇게나 차도 넘쳐나는데, 나까지 거기에 일조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
그러다 혹시나 다른 딜러는 다른 해법을 주지 않을까 싶어 페북과 인스타, 네이버에 후기가 많은 딜러를 찾아 두번째 견적을 다시 받아봤다. 다들 견적은 두세군데 받아봐야한다길래.
역시나 두번째 딜러가 처음 만난 딜러보다 전체적으로 빠릿빠릿했고 견적도 더 잘 내주었다.
핸들열선 옵션이 있는데, 그걸 할꺼나 안할꺼냐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차알못이니까 또 막 고민을 해야하는데 그때 두번째 딜러분은 적절하게 질문을 치고 들어왔다. 실내 주차주로 하냐 실외주차하냐, 미니는 히터 틀면 금방 온기가 도니까 굳이 추가 안해도 된다는 미니 오너로서 의견도 주면서. 코딩도 가능하니 코딩도 해주겠다면서.
핸들 열선은 안하기로 했다.
역시나 두번째 딜러가 보내온 견적이 첫번째 딜러가 제안해준 견적에 비해 할인이 더 많이됐다.
그러나,
나도 sales 인데, 세일즈 마음 세일즈가 안다고. 곧 계약을 앞두고 설레고 있을 세일즈맨에게 결정을 번복해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첫번째 딜러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 두번째 딜러에게 실망감을 주었지만 처음 컨택한 그 딜러로 쭈욱 밀고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변덕스러운 제니퍼씨의 이상스런 고집이었다. 그가 조금은 답답해도 더 믿음이 가서였을까....
두번째 딜러가 ‘2배 더 할인해준다고 해도’
첫번째 딜러가 '다소 답답해도'
그가 처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첫번째 딜러에게 내 차의 운명을 맡기기로 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둘째언니와 셋째언니 지원 덕분에 현금으로 계약했고, 6개월안에 모두 다 갚았다! 드디어 수호가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 내 첫차 미니의 이름은 수호로 정했다. 나를 지켜줄 수호천사 수호!! ㅎ)
** 차를 구입할때 현금결제하는 경우 tip
** 현금결제할 경우 현금영수증처리가 안된다. 자동차는 사치품이라 안된다고 한다.
(필수품도 아니고 사치품을 내가 정말 사야하는가 두번째 위기가 오려고했으나 재빨리 보내버렸다. 이번에도 운전 안하면 평생 못하는거다, 생각하면서)
** 현금결제시 오히려 혜택이 하나도 없으니 카드결제를 선택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카드마일리지나 연말정산 카드실적에 미미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너는 무조건 자동차보험이 비쌀꺼야. 한번도 운전을 안해봤으니까"
42세가 되는 동안 한번도 운전을 해보지 않았기에 자동차보험이 비쌀거라는 가족과 지인들 이야기 덕분에 긴장했지만 보험금은 예상했던 것보다 그리 높지 않게 나왔다. 121만원 정도.
한화, DB 몇군데 알아보니 한화 보험료 조건이 내겐 제일 나아서 한화손해보험으로 선택했다.
1년에 121만 4천얼마. 매달 10만원이 보험료로 나가는 구조다.
차를 시면 다들 매달 10만원씩 보험료+기름값+할부내느라 생활이 빠듯하겠다, 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를 사면 돈은 못 모은다’ 는 지인들의 굴레에 나도 들어가게 된 게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던 순간,
역시 차를 사는게 아니었어 후회하려던 찰나,
도로연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한때 추앙했던 GD 의 생년월일을 떠올리며 188더에
왠지 느낌이 좋은 4자리 숫자를 선택했다.
한번 정한 번호판은 바꿀 수 없다는 딜러의 카톡을 받자마자,
간절히.....네자리 숫자를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번호판이거늘.
후회해도 늦었다.
에필로그
이 드라마를 볼때만해도 뭐 차가지고 저렇게까지 하냐면서 창희맘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왜 다들 차에 대한 로망이 있는건지. 하기사 저 차는 5억도 넘는다는데.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의 것과는 달랐다.
차도 그랬다.
2편은 21일에 차량인도받은 후 다시~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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