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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ug 28. 2022

의정부에 다녀왔다

금사빠+초보운전자의 의정부 모험기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가야할 길, 가본 길, 가보고 싶은 길, 보고 싶은 길.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길까지.

오늘 나는 가보고 싶은 길에 다녀왔다.

의정부, 필굿뮤직을 찾아서!


일찍이 코엘료가 말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있을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를 만든 목적은 정박해두기 위함이 아니다, 라고.

내 차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주차장에 주차돼있을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내가 차를 산 목적은 집앞에 차를 전시해두기 위함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어찌된영문인지 도저히 운전대에 앉아서 시동이 걸어지지 않는거다. 벌써 두주째.


그래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자마자, 기도하고, 그에게 줄 선물과, 어딘가에 도착해서 앉을 캠핑의자, 마실물, 읽을책, 손편지를 쓸 노트와 애정하는 펜과 지갑만 간단히(사실 챙기다보니 한짐이 되었다,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챙겨서 차에 몸을 실었다. 망설임이 들기전에 바로 출발.

목적지는 필굿뮤직! 다행히 네비에 찍힌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타이거 JK 음악만 나오는 플레이리스트도 좋고~~

중간중간 길을 잘못들어 돌아가기도 하고 차선이 헷갈려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왠지 타이거 JK의 영롱한 에너지 같은 고주파가 나를 안전하고도 무사히 의정부에 도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느낌같은게 들었달까. 초긍정 에너지로 에스코트 받으며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최대한의 볼륨을 높여 그의 음악을 따라부르면서 갔다.

(일찍이 로빈슨은 나같은 초보 운전자는 6개월간 운전하면서 음악같은건 들을생각도 하지말라고해서 자제했었지만 오늘은 그럴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련은 의외로 의정부에 도착한 직후 찾아왔다.

의정부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필굿뮤직이라고 안내는 종료됐는데 그 어디에도 필굿뮤직은 보이지가 않는거다. 부족한 운전실력으로 같은곳을 몇바퀴 돌았으나 전혀 오리무중!

이대로 포기하고 서울에 가야하나........야심차게 짐을싸서 나온 수고로움이 부끄러웠지만 돌아갈까 싶은 생각도 살짝들었다. 때마침 맥도날드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필굿뮤직은 포기하고, 의정부 동네서점을 다시 찾아서 서점에 들르고 커피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반가운 맥도날드!!!!

#맥도날드_의정부녹양DT점 #천년만년흥해라!


얌전히 차를 세워두고, 네이버지도를 켜고 다시 한번 필굿뮤직을 검색했는데 네비와는 다른 길을 안내해주는게 아닌가! 네비상 3분거리라고 하는데, 네이버지도상 도보로 20분이란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같은데가 맞나?


일단 네이버지도에 의지해서 찾아가보기로 결정했다.




와우.

이 뙤약볕에 (아침저녁 가을밤이 선선한데, 오늘은 날씨가 햇빛이 쨍쨍 따사롭기만했다. 하기사 비오는것보다는 백배 낫지만!) 길치가 네이버지도에 의지해서 생전 처음가보는델 찾아가려니 땀이 삐질삐질....

에어팟을 소환해서 음악을 장전했다. 노동할때는 노동요, 길치가 길찾을때도 희망쏭이 필요하다.

선곡은 당연히 JK 음악.

그래, 우리 타이거JK 만나는 길이 이렇게 쉬우면 재미없지. 시련도 좀 있어야지, 하며 걷고 또 걷고 걸었는데 (예전에 봤던 인도영화가 열번쯤 생각났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하는 영화. 필굿뮤직은 어디인가 대체!!)


그러다가


아파트 사이 어느 작은 음악학원 아래에

간판도 없고, 설명도 없는 그러나 2층에서 바라보는 밥말리 이미지가 왠지 이곳이 필굿뮤직 사무실이다, 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공간을 발견했다. 호옥시나 여기가 아니면 안되니까 확인사살을 위해 2층 슈퍼로 갔다.

"이 아래가 필굿뮤직 맞나요?"

이런 류의 질문을 백번쯤 받아본, 그래서 심드렁한, 아주머니가 파리채로 파리를 잡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맞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슈퍼에서 뭐라도 사드리고 싶었지만 목적지를 찾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어진 나는, 바로 필굿뮤직 사무실 옆에 자리잡고 편지지와 펜을 꺼내 즉석에서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2층처럼 보이는 곳 창문에 있는 밥말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 다녀간다고, 내 편지와 내 선물 부디 비로부터 낯선이로부터 잘 지켜달라고.

밥말리는 그런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듯, 시종인관 같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no woman no cry 정신은 어디로 가고;;)


두서없는 글들을 세장정도 써서 고이 접어 사무실 문 오른쪽 옆에 끼워두고

미리 가져간 많은 선물들 중 #써모넥스 넥밴드만 두고왔다. 언니가 올해 팔았던 제품중, 올여름 가장 요긴하게 썼던 아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했었는데 지금 이순간 소중한 그에게 주면좋겠다 싶어 가지고 왔다. 근데 여름이 다 가는데....내년 여름에라도 꼭 사용하시길 바라는 맘으로. 사용법을 알고 써야 한다고 간단히 팁도 적어두었다.


헤이즈 라됴에 나올때 보니 꽃을 엄청 좋아한다고 해서,

다음엔 #줄리의정원 에서 꼭 예쁜 꽃을 사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짱친 고줄리가 운영하는 성내동 감각있는 꽃집 #줄리의정원 ㅎㅎ

타이거 JK에게 선물할거라고 하면 황당해하면서도 엄청 정성스럽고 풍성하게 만들어줄게 틀림없다,

편지와 선물 두고, 필굿뮤직 다녀오기, 미션 클리어!!


의정부라는 낯선 곳에 함께 동행해준 나의 반려인형 시몽이!! 백호다!


미션을 끝내자마자 허기가 찾아왔지만

왕초보 운전자이기에 깜깜해지기 전에 집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집에 갈 채비부터했다.

당초 계획은 의정부 서점도 가고, 부대찌개도 먹고

미리 챙겨둔 캠핑의자 꺼내서 길거리에서 의정부 바람만끽하는 것, 등 다양했는데

목적을 달성하고나니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귀소본능만이 남아서,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이 차를 주차장에 넣어두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리고 뭐?

서울에 무사도착.

끝이다 오늘 여정에 대한 기록은.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을 생각에 급 이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ㅋㅋ


한가지 과한 바람이 있다면 인스타 DM으로 편지 잘 받았어요, 하는 그의 메세지를 받고싶다는 것?

뭐. 안와도 상관은 없다. 또 가면 되니까!!



에필로그


척수염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무브먼트 콘서트에서 아주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료들과 윤미래 그리고 팬들을 위해 무대에 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많이 못 움직여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느껴주세요,
보고싶은 게 있으면 눈을 감고 이 시간을 마음에 담고.

막간의 상식

드렁큰타이거의 앨범을 10집으로 끝내고, 그가 tiger JK 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가지고 돌아왔을때

윤미래+비지와 MFBTY를 결성했다. 그룹명참 어렵네, 생각했는데 그의 다큐를 보다가 알게됐다.

MFBTY뜻을! My Fan Better Than Yours.

타이거 jk 팬이 미래팬보다 낫고 미래팬이 비디 팬보다 낫다, 결국 모든 팬들이 최고다. 라는 one love. 평화를 의미하는 이름이란다.

엽고 사랑스럽고 타이거jk 스러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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