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Clumsy driver’s diary
처음으로 혼자 양평을 내려왔던 3주전 새벽.
카카오 네비가 하남 고속도로로 인도해줘서 하이패스도 없는데 고속도로로 양평엘 오게됐다. 언니들, 형부로부터 얼마나 놀림을 받았는지! 양평오는데 무슨 고속도로냐며. 니가 내 차를 타고 양평에 온것만해도 수백번인데 어떻게 그길로 갈 수 가 있느냐, 며.....
일부러 새벽같이 차 없을시간 고려해서 5시 반에 출발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길로 오는 바람에 진땀뺐다. 삶이란게 내 맘대로 안되더니 운전이란것도 그렇구나....집에 도착하자마자 고속도로 통행료 어플부터 다운로드 받아서 800원 미납요금 내려고 했는데 (뭔가 연체되고, 가산금 붙는 걸 두고보는 성격이 아니기에) 정산이 며칠뒤에 되서 사흘이 지난뒤에야 정산이 가능했다.
6시 40분쯤 집에 도착하니 엄마와 둘째언니가 버선발로 마중을 나왔다. 편측마비로 몸이 불편한 엄마가 뒤뚱뒤뚱 친히 내 차앞까지 와서 기도를 해주었다. "주님 우리딸 처음으로 차 운전을 하는데 가는 길 굽이굽이 주님이 여호와의 눈동자처럼 지켜주세요. 안전하게 도와주세요". 남들은 차를 사면 고사를 지낸다는데, 큰언니와 아빠차를 샀던 몇십년전만해도 부적같은걸 준비했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그 모든걸 기도로 대신한다. 고사나 부적을 줬던 어린시절에도 그닥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는 우리 엄마가 훨씬 좋기는 좋다.
여하튼 간에, 엄마와 언니 기도덕에 무사히 양평에 도착했는데 그주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에 서울올라올때는 큰언니가 태워다줬다. 양평에서 한달간 더 연습하고 차 가지고 가라는게 가족 모두의 의견이었다. 큰언니, 넷째언니, 셋째형부, 심지어 조카들까지도.
그리고 그 다음주 내내 비가왔다. 장마니까 당연히.
엄마는 내가 양평에 오는 금요일까지 월화수목 내내 아침에 눈을뜨면 내 차부터 내다봤다고 한다.
지나가는 차가 긁고 가지는 않았는지
밤새 비에 무사한지
창문이 열린건 아닌지
새가 똥을 싸진 않았는지
수호는 (극강의 초보인 나를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차 이름을 지어줬다)
암시롱도 않게 제 스스로 씩씩하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요일 오후 6시 반 차를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까지 오는길에 차선 변경하다 뒷차의 빵!! 빵!! 두번 정도 경고받고, 잠실역으로 가기전에 우회전으로 빠져야 하는데 못빠져서 그 복잡한 잠실사거리 접어든 것, 도착해서 주차하는 도중 골목에 진입하는 차들때문에 멘붕이 온 나대신 낯선남자분이 대신 주차를 해준 것. 이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
엄마에게 치매예방법으로 일기 쓰는게 좋다고 속인뒤 (꾸준히 글을 쓰는게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좋겠다. 엄마를 속인게 내심 미안하니까 ㅋㅋ) 엄마는 5개월간 꾸준히 매주 일기를 잘 쓰고 있다.
엄마 글을 읽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다.
꾸밈없는 엄마 글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한주간 엄마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어떤 걱정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달까.
매주 금요일 집에오면 합법적으로(;) 엄마의 일기를 들춰본다.
지난주 엄마 걱정은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것.
너무 더운 것.
옥수수 삶아놨는데 옥수수좋아하는 넷째언니가 옥수수를 가지러 오지 않은 것.
다행이다. 사소한 일들이어서.
다음주는 엄마 78세 생일이다. 3주전부터 음력달력앞에 앉아서 날짜를 세면서 본인 생일만 기다리더니 드디어 다음주다.
"앞으로 몇번의 생일을 더 챙기겠냐..."
10번은 더 챙기고도 남겠다고 했더니 좋아라하는 엄마.
오늘도 행복하게 보냅시다.
형부가 '카카오 네비 보면서 운전하다가는 사고 날 것 같다'고 해서, 바로 티맵을 깔았다.
티맵은 일단 카카오네비처럼 양평오는데 고속도로를 알려주진 않을뿐더러, 티맵은 목적지를 양평으로 두자 내게 "하이패스가 있냐?"고 물어보는 친절함도 발휘해주었다. 카카오 네비는 내가 하이패스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초보맘 초보가 안다고 초보들에겐 티맵이 나을 듯 하다. 혹은 아틀란 네비를 쓰거나(넷째형부 추천 어플이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콩닥콩닥, 한시바삐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어지는 불안한 마음은 언제쯤 사라지는 걸까.
우리 수호는 주행할때보다 정차되어 있을때, 나보다 우리 언니나 형부가 운전할때 가장 편안해보인다.
(나랑도 빨리 호흡을 맞춰야하는데 ㅠ)
우리 셋째형부는 세상 다정하고 스윗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운전석에 앉을때 그렇고
내차 오른쪽 운전석 옆에 앉아 있을때면 세상 말많은 잔소리꾼이 된다.
좀 더 속도를 내, 속도낼땐 안내고 안내야될 커브길에서 속도를내냐, 카메라있다 70이하로 속도 줄여라, 왜 차선을 어기냐, 가운데로 가라. 깜빡이 안키냐. 네비보지마라. 등등등
평상시 잔소리가 많은 둘째언니는 웬일로 조용하다.
오히려 형부를 나무라며 "얘 아직 초보야 당연히 그게 다 안되지" 하고 편을 들기도 하고.
생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
**이날 언니가 기름 가득 넣어주었다!!! 오예~ 내 차는 연비가 11~12km/L 정도, 친구 차는 니로,인데 연비가 무려 20km/L 가 넘는다. 연비와 하이브리드 주차비 지원때문에 다른차로 갈아타기 어렵다는 것.
5자매 중에서 둘째언니와 나만 운전을 못한다.
언니는 필요성을 못느껴서 필요할땐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사실 나도 그렇게 자차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50이 되기전에, 두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운전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도전인데, 이 도전이,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기동력을 발휘하여 내 삶에 조금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좋겠다. 이왕 산 차니까. 주구장창 잘 탔으면 좋겠다.
일단 무사고로 안전하게.
아침에 마당에 주차된 내 차를 내다보며 엄마가 말했다.
"서울에서 양평오는 길에 셋째네 들러 니가 짐도 갔다주고 오고. 살다보니 이런날이 다 오네"
그러게 말이야 엄마.
셋째언니네 아파트 들어가는건 두려웠는데 형부차 옆에 마침 주차칸이 비어있길래 긁더라도 형부차를 긁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봤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게 한번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른 큰언니 가게 앞 주차장 (왼쪽)
방해물이 없는데도 후진이 왜이렇게 어려운 건지.
몇번의 진땀을 뺀 끝에 제대로 넣을 수 있었다.
하다보면 나아지는 거 맞는거겠지?;;;;
몇번 길을 나섰지만
나설때마다 길을 잘못들어 한번도 가지 못한 내 친구네 집. 새벽 6시, 눈 뜨자마자 다시 도전을 위해 길을 나섰는데 좁은 길에서 공사중인 차량을 만났다. 내가 후진을 못해서 그 큰차가 몇미터를 후진해서 내 차 갈길을 열어주는데 너무도 죄송했다. 괜히 새벽부터 운전연습은 한다고 길을 나서서, 일하는 분들을 방해했나 싶기도하고. 후진도 못하는데 차를 가지고 나온것도 미안하고;;;
어쨌거나 나름의 우여곡절끝에 이번엔 드디어 친구집에 도착했는데 주차를 못해서 그대로 직진했다. 어디서 유턴해야하지? 이길의 끝은 어디인가 고민하다가 마을회관 하나를 발견해서 마침, 방향을 바꿔 다시 친구네 집쪽으로 올 수 있었다.
양평에 가볼만한 까페 #그린망고 주변이라 일단 문이 열린 그곳에 차를 댔는데, 몇분뒤 사장님이 오셨는데 오히려 더 놀다 가라며 얼마든지 주차해도 된다고, 초보같은데 대신 차를 빼주겠다고, 도 해주셨다.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커피도, 피자도 다 맛있고 인테리어도 훌륭한 그린망고. 양평에 들르게 된다면, 찾아가보셔도 좋을만한 까페다. (내게 친절을 베풀어서가 아니다, 진짜로 아니다. 엄마 모시고 몇번, 큰언니랑 자주 가는 까페다)
6시에 친구를 깨우기 미안해서 친구 남편 (친구 남편도 친구다ㅋㅋ)에게 전화를 했더니
" 나 깨어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묻는다.
어떻게 알긴. 몰랐지. ㅎㅎㅎ 다만 이 새벽에 내친구 깨우기 미안하고 더 재우고 싶으니까 너님에게 전화한거란다 ㅎㅎㅎㅎㅎ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온건, 친구 남편이 아니라 바로바로 내 친구였다 ㅎ
전날 과음해서인지 일찍 깼다는 거다.
가지고 간 선물 주고, 인증샷 한방 찍고, 두번째 찾아갈 한결이네 집 주차공간과 위치를 설명받고 집으로 왔다. 다음번 목적지는 우리 박한결네 러브 하우스!!
조금만 기다려랏!
지난주 수요일인가 목요일 무렵, 아직 야근중인 팀원에게 "태워다줄까?"물었더니 좋다고 하길래 길을 나서게 됐다. 주변동료들 대부분은 아직 내 차 타기를 꺼려했는데 처음으로 기꺼이 내 차를 타겠다는 아이가 나타난 것. 이 아이가 사는 수원으로 호기롭게 출발하려는데 차에 서리가 껴서 어떻게 제거하는지 몰라 형부에게 전화를 하고 해결책을 (에어컨/난방방향을 난방으로 두고, 에어컨 온도는 높이는 것) 배우고, 출발하는라 30분 넘게 소요했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갑자기 마른번개가 쳤다. 네이버 날씨 확인해보니 오늘 밤부터 비가 쏟아진다는 것. 서둘러 생전 첨 타보는 수원방향 고속도로를 타고, 수원시내 접어들어 이래저래 요기조기로 가서 마침내 팀원 아이를 집앞에 내려주고 혼자 판교를 거쳐 성남으로해서 서울에 들어오는데 드디어 비가 올 조짐이 보였다.
하늘의 도움으로 다행히 주차장에 다다르자마자 비가 쏟아져내렸다. 그야말로 억수같이.
차에 서리도 해결하기 어렵고, 차선 지키는 것도 미흡한데 비까지 오면 난리났을텐데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래도 이날 밤에 수원을 다녀오면서 밤운전을 경험해서인지 이번주 일요일 밤시간에 서울올라가는게 크게 두렵지는 않아졌다. 수원은 초행길이었지만 양평이야 형부랑 언니들이랑 지난 20년간 주구장창 다니던 길이니까 한결 낫겠지싶기도 하고. 이번주는 막히는 시간 지나서, 밤에 출발해봐야겠다.
회사선배가 선물해준 키홀더.
사고없이 안전운전하라는 바람으로 사주셨는데 빨리 시승식 한번 해야하는데 걱정이다. 이분을 태우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도 스무스하게 잡아야하고, 길도 미리 아는길로, 주차도 주행도 능수능란해야하기 때문인데...내년 봄쯤 꽃구경 모시고 가서 누룽지 백숙 먹고 오는 코스로, 잘 아는 곳으로 예행연습 여러번해봐야겠다.
감사합니다. 상무님!!!!
드디어 엄마 시승식!
"나이제일 많은 사람이 차를 타면 차가 오랫동안 안전하대"
진짜?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이야긴데!
무튼 집에서 무료하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넷째언니랑 엄마랑 연수리 #리틀포레 커피숍에 왔다.
다행히 주차도 한번에 성공!!
오늘 언니한테 받은 지적은 뒷차때문에 빠르게 가지 말라는 것. 뒷차는 알아서 답답하면 추월할거고 이런 시골길에서 빨리 달려서 나에게 득이될 건 하나도 없다는 것. 20년전에 처음 차를 운전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잔소리가 많은 우리 언니ㅋㅋㅋ
차를 가지도 다니면 기동력도 생기고 편해야하는데 난 왜 이렇게 불편한건지.
커피를마시고 당케를먹으면서도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서 집으로 돌아갈 걱정뿐이다. 휴!
첫차가 온날, 친구 두마리가 선물로 첫 주유를 해줬다. 다른분들 블로그 보면, 처음 미니 받을때 핑크 리본도 달려있고 굿즈도 자랑하고 하던데 나는 리본도 없었고
딱히 자랑할 굿즈도 없어서 별로 쓸만한 내용이 없다. 다만 첫날 내 친구들이 첫 주유를 해줬는데 내가 너무 운전을 못해서, 브루클린 햄버거 먹고 한강가기로 했는데 도저히 한강까지는 갈 엄두를 못내고 집에와서 쉬었던 미안한 기억이..ㅎㅎ
그날 이후로 친구들은 도로에서 만나는 답답한 운전자를 마주하거나, 코너를 15km 속도로 도는 초보자를 만나더라도, 화를 내기보다
"내친구 제니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 되았지, 싶다....ㅎㅎ
나같은 어설프고, 서툴고, 이런저런 이슈많은 친구 둔 덕에 두사람은 이해심이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럼 된거 아닐까, 친구둘아.
이 곡을 참 좋아한다. 우리 엄마도 어느덧 할머니, 나이가 되어 브로콜리 너마저에 등장하는 할머니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이제는 내가 몇번의 생일이나 더 챙겨 먹고 가겠는가'
라거나 '옷은 사서 뭐하냐. 있는걸로 죽을때까지 충분히 입는다, 괜히 나중에 태우기 어렵다'
같은 말들.
그래도 새옷을 사다주면 세상 좋아하면서.
어느덧 할머니가 된 엄마는 비록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몸의 반응도 느려지고, 이도 성치않지만
엄마가 40살때 4살인 내게 해주지 못한 것들과
엄마가 50살때 14살인 내게 해주지 못한 것들과
엄마가 60살때 편측마비로 쓰러지기 전, 24살인 내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해준다.
따뜻한 말한마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니가 좋아하는 된밥 해놨다고.
내가 태어난 이래, 엄마가 쓰러기지 직전에 내 나이 스물다섯까지는 전혀 들어본적 없는 여유와 다정함,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젊은 시절 엄마보다, 조금더 다정하고 여유로워지고 미안한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할줄 알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겐 사랑을 표현해주는 할머니가 된 우리엄마가 훨씬 더 좋다.
마흔네 살 되던 해에 우리 어머닐 낳으신 나의 할머니는 갓난 엄마를 안고
'아이고 야야 내가 니가 시집가는거나 보고가겠나' 하셨다는데 어제는 내 두 손을 잡으시면서
'이제는 니가 이래 많이 컸는데 내가 언제까지 살라 카는지' 하시네요 내 잡은 손을 놓지도 못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없던 일이 되나요
수많은 세월이 더 많은 시간으로 덮혀도 변하지 않는 것들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가만히 있으면은 시간이 잘 안가 이제는 내가 뭐 잘 할 것도 없고 이제 니를 몇번이나 더 보겠노'
하시네요 난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_브로콜리 너마저, 할머니 가사 중에서_
https://www.youtube.com/watch?v=S4hKEb9oV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