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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25. 2022

  그린 라이트라고 생각했는데

때는 바야흐로, 2018년. 아니면 2019년...그 언저리,

삼성동에 하머스키친이 들어왔다.

누구는 후머스라고도 하고, 허머스라도도 하는 여전히 이름이 헷갈리는 그런 레스토랑이 생긴거다.

보통 가는 밥집만 주구장창 가는데다 새로운 음식점에 대한 호기심이 1도 없는 나는 당연히 그 존재를 몰랐다. 점심메뉴에 진심인 A 상무님 추천으로 처음 그곳에 가게됐다.


거기서 처음 그를 봤다.

이름도, 성도 모르고, 당연히 나이도 모르는 그를.


그는 첫눈에 반할만큼 잘생기진 않았다.

볼수록 반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사람이었지만.


그날도 하머스는 여느 점심때와 다르지 않게 분주했고 정신이 없었다.

다른 테이블도 인원이 상당히 많았고 웨이팅도 길었는데, 그날 따라 메뉴 선정에 더 까다로웠던 우리테이블에서 시간이 상당히 지연되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당연히 주문해야 하는 피타를 서비스로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멤버들.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나섰다.

 

"(멤버들을 보며)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제가 주문할것들 정리할께요. (그를 바라보며) 이거 저거 요거 주시고요, 피타는 그냥 두개 더 추가하겠습니다. 서비스 이야기는 잊어주세요!! 근데, 이 정도 메뉴면 7명이 식사하기에 부족하진 않을까요?"


글로 적고보니 정말 더 별거 아닌 첫만남이다.

지극히 평범하달수밖에 없는 메뉴 주문.

근데 이것 밖엔 내가 뭘 한게 없고 그날 별다른 일이 없었다.

아 있다면 있었지! 평소처럼 남김없이 싸그리몽땅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 뒤로 하머스 키친에 빠진 나는 ‘종종보다 자주’ 그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저탄고지를 시작했던 때라서, 그곳 메뉴가 내가 원하는 식단에 잘 맞았다.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피타만 빼면! 그래서 일부러 피타는 빼고 병아리콩위주로 메뉴를 주문했다.


근데 주문하지 않은 피타가 나왔다. 

우리 멤버들이 서비스로 요청했지만 서비스되지 않았던 바로 그 문제적 피타.

피타를 서비스로 달라고 했던 진상 테이블을 기억하고 그가 피타를 서비스로 준건가?

그이후 몇번 더, 그러니까 갈때마다 나는 피타를 제공받았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중이라 일부러 피타를빼고 병아리 콩만 주문한건데 그걸 알리없는 그는 매번 내게 피타를 서비스로 챙겨준거다. 삼성동에서 근 10년간 일하면서 이런 식의 이유없는 호의를 받아본 적도 없고, 나름 다이어트 중이기도 해서 용기를 내서 그분께 말씀드렸다.


 매니저님. 저, 피타 서비스로 안주셔도...돼요!


그래서?

그래서는 뭐. 이후부터는 그가 음식값을 할인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그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마라탕집 매니저님도 나에게는 할인혜택을 적용해준다!!

왜? 단골이니까;;; 그럼 나는 마라탕집 매니저에게 청포도 주스를 선물하곤 했다. 왜? 고마우니까.


무튼 그러니까 여기까지는,

자주 출몰하는 단골에게 매니저가 재량껏 줄 수 있는 서비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왜 그 서비스를 내 동료들에게는 해주지 않는거지?

우리 회사사람들 중, 허머스 키친을 자구가는 동료들 중, 피타를 서비스로 받거나 할인을 받아봤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린 라이트 아닐까?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친구들은 어이없어했다.

나같은 호갱에게 그정도 서비스는 할 수 있는거라고 했다. 자기들도 나같은 호갱에겐 서비스를 줄거라면서;;;


'그래. 그럴수도 있지.'


그러던 어느날.

팀분들과 하머스 키친엘 갔는데,

나에게(만) 혹은 나에게(도) 별다른 이유없이 할인해주는게 부담스러워 일부러 팀원에게 내 카드를 주고 대신결제를 부탁했다.  


“팀장님. 저분이, 팀장님 지칭하면서 자주 오는 분이라 할인해드린다고, 할인해주셨어요 ㅋㅋ”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 

그날따라 밥먹으면서 동시에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메뉴 주문 후에 추가로 커피 세잔을 더 요청했다. 그때 그의 워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제가 그냥 드리는 거에요" 하며 나와 나의 동료둘에게 커피 세잔을 주셨다.


아무리 단골손님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해도

나도 그에게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다. 워낙에 일방적으로 받는 걸 잘 못하는 타입이기도 하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허머스 키친 옆에, 우리 회장님 단골 쿠키집이 있었다. 몇번 사주셨는데 맛있길래 쿠키집에서 쿠키를 샀다.


"언니. 이왕이면 쿠키안에 언니 명함이라도 넣자" 고 동료들은 말했다.

쿠키를 드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는데, 명함은 왜?

그걸 받으면 그가 당황스러울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쿠키만 전했다.


아니 쿠키 하나 전하는게 뭐 그리 어려운지! 나란 인간 참.

여자들에겐 쉽게 쉽게 필요이상으로 넘치게 호의를 베풀면서 그게 왜 남자들에겐 잘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 범인류애적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 가능해지려나?


무튼 어렵게 용기낸 '손 부끄럽게' 그가 나의 쿠키를 사양했다.

나를 사양한게 아니라 쿠키를 사양한거라 믿고 싶었다.


"같이 일하는 분들과 드세요.

그간 이런저런 서비스 감사해서요"


라고 말하니, 마지못해, 그는 손님이 건네는 쿠키를 받아주었다.

여기까지가 끝.

이후 뭐 더 대단한 에피소드는 없다. 다른걸 기대하며 글을 읽어내려와준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들정도로 별일없었다....



그리고 근 1년간?  재택을 하는동안 허머스 키친을 가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재택은 핑계고 언젠가부터 맘편히 식사하기가 어려워서 점심약속을 그곳에서 잡지 않았다.


2022년, 드디어 해가 바뀌었다.

문득 그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아주 오랜만에 그곳엘 갔다.



도착하자마자 눈으로 그를 찾았는데. 없었다.

그 대신 예전엔 없던 화려한 조명이 생겼다.

내부 인테리어에 큰 변화가 있었네.

몰랐다. 늘 반갑게 볼 수 있었던 그 사람이 더이상 거기에 없다는 게 조금은 허전하고, 서운하기까지 했다.


오늘도 우리 상무님들은 새로운 매니저에게 피타를 서비스로 요청했고 또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거슨 데자뷔인가. 왜 또 그러시는거지...하하하.


아!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 하나.

우리 회장님도 이곳에ㅐ서 10% DC를 받으셨다는 것. 그러니까....그린 라이트는 아닌 것이었던 것이었다.



Part II. 네가 울면 나도 눈물이 나


오늘 두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났다.

저녁에 인사를 하러 온 친구 때문에 눈물이 났다. 우리 팀원이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주책맞게도 눈물이 난 거다. 그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아마도 진심은 말로만으로는 전해질 수 없기 때문에 눈물이란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악어의 눈물은 구분할 수 있는 나이니까.


인하우스 리쿠르터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나랑은 같은 층도 아니고 같이 많이 코웍해본것도 아닌데 꼭 얼굴보고 본인이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단다. 소문으로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고 고마웠다.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독서모임 떠나는 건 아쉽지만 새로운 곳에서 긍정적인 기운으로 원하는 바 성취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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