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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큘이 뭐라고

Letters to Juliet (연뮤덕)

by 책읽는 헤드헌터

칭구야, 보통의 경우 나는 서브남을 응원하지는 않는 것 같아.

어쨌거나 드라마나 만화든 모든 중심은 남주와 여주니까. 뮤지컬도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오늘 나는 서브남에게 입덕하고 왔다. 서브남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라서? 그건 아닌 것 같고, 차라리 남주가…무매력이라서, 라는 편이 더 맞겠다. 초대권으로 *** 드라큘라를 봤는데 음…나도 서브남의 일행이 되어 드라큘라를 처단하고 싶어지더라니까? (두번보고 와서 이 문장을 다시 봤는데, 생각해보니 서브남이….가히 매력적이긴 하더라. 미리뽕과 나란히 이충주 배우에게 입덕했어ㅎㅎ)


아니, 근데, 친구야 드라큘라는,

4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오로지 한여자 엘리자벳 (환생한 후 미나)만을 사랑하거든? 근데 그런 그 앞에, 그 길고도 긴 400년이란 세월이 지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엘리자벳이 나타난거야. 미나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이 여인이 곧 서브남(약혼자, 변호사, 조나단)과 곧 약혼을 한다네?


조나단과 약혼을 한다는 미나(엘리자벳)에게 드라큘라가 그때 400년전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노래로 들려줘.

이때 나오는 곡이 She, 라는 유명한 넘버야. 믿기지는 않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듣고 미나가 된 엘리자벳은 흔들리지. 마치 베르테르의 롯데처럼, 약혼자 알베르트와 결혼을 앞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감수성 예민한 베르테르 때문에 흔들리는 그 롯데. 내용은 좀 다르긴 하지만, anyway 우리의 미나도 흔들려. 결국 영혼과 몸, 송두리째 드라큘라에게 끌려가야할 정도로 드라큘라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나도 약혼자는 있지만 이미 400년전 사랑했던 드라큘라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그 둘을 응원해야 하는데, 근데, 내가 서브남인 약혼자 조나단을 응원하고 있더라고.

(꽤 훈남이고 노래도 잘해서 입덕했는데, 입덕하고나니 한가지 큰 흠이 있다는 걸 알게됐어. 결혼…했더라!!!!!!!! 에라이!!! 했더라 벌써. 뮤지컬 배우랑. 우리 승우, 준수, 기준, 지상이도 뮤지컬 배우랑 결혼하는건 아닐까?ㅠㅠ)


암튼 극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없었어. 김준수 동영상 보면서 엄청 좋아한 작품인데.

그래서 칭구야……특단의 조치. 다음주에 한번 더 도전해보려고. 시아준수 드라큘라 (샤큘)로 보고와서

다시 후기를 공유할께.



샤쿨을 보고 와서


공연 후에 청하 한병 마셨어.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걸까? 충분히 울려고 손수건도 2개나 준비해갔는데 하나도 제대로 못쓰고 왔네. 눈물이 한방울도 안났어. 이상하게 몰입이 안되고, 감동도 못 받았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처음엔 옆자리 커플 핑계를 댔어 (네가 옆에 있었다면 좀 달랐을까?ㅜㅜ)


대체 뭘 먹고 온 건지 저 밑바닥 깊숙한 곳에서부터 갖고 있던 그네들의 특유한 냄새랑 같이 묻어 나오는 그 냄새때문에 너무 괴로웠어. 너도 알겠지만 내가 꽤 예민한 편이잖아, 냄새에도 그렇거든. 옆자리 분이 향수가 너무 진해도 어지러운데…마늘냄새, 깻잎냄새가 공연내내 날 따라다니더라. 역시나 공연이란 게 나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거창하게 인생까지 들먹이긴 과하지만 인생도 그렇듯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상황과 사람과 연결이 되어서 영향을 미치잖아. 나는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 본다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커피도 안 마시고,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고 갔거든. 준비해간 손수건으론 결국 눈물을 닦는 대신 내 코를 틀어막는 용도로 썼어. 어쨌든 쓰긴 썼네, 손수건;;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10만 8천원. 작은 돈이 아닌데.


(다시 본론으로) 처음엔 옆자리 커플의 냄새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어. 내가 1막에 집중못하는 이유. 그런데 정말 단지 그 이유였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이겠지만, 일단 내가 나름 정리해본 이유는 이래.


조금 과한 캐릭터 해석-백발의 드라큘라가 신선한 피를 마시고 청년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더 극적으로 표현해야 해서 첫장면에 등장하는 드큘은 백발에, 어기적 걷고, 주름 많은 나이든 노인이어야 하는 건 맞는데 거기서부터 충격이 온게 공연끝까지 해결이 안된것 같아. 드라큘라가 처음 10분 간은 늙은 백발 노인이었다가, 서브남 조나단의 피를 빨아 먹고 fresh blood 라는 곡을 부르면서 무대 위에서 가발&가면을 벗고 멋지게 변신하는 장면이거든. 놀라보게 젊어지고 또 굉장히 멋지게 변해야하는게 포인트야. 그럼 멋있어야 하잖아? 근데 이렇다 할 변화가 별로 없는 느낌이랄까. 앗. 변했는데…멋있어야 하는데 왜 그대로지? 하는 갑분싸 느낌? 나는 매글(연예인 팬이 아닌 일반인을 머글로 칭하는데, 준수가 잘못 매글이라고 표현하여, 이후 준수 팬들은 준수 팬이 아닌 일반인을 매글이라고 불러)도 아닌데 말이야.

비율의 문제? 내가 우리 준수를 이렇게 풀샷으로, 이토록 가까운 자리에서, 3시간 동안 본 건 처음이거든? 근데 비율이 문제였을까? (김준수 팬들이 혹시라도 이글을 볼까 두렵지만 용기내서 내 느낌을 말해보자면) 얼굴이 크고 키가 생각보다 작은 느낌? 신발에 굽도 있던데, 이상하게 작아 보이더라. 같이 나온 손준호나, 이충주가 키가 커서 그리 보였나 싶었는데 심지어 이충주 배우랑은 키도 엇비슷 한 것 같드라고.




She

드넓은 숲 펼쳐진 곳 맑은 공기 가득한 곳에 한 젊은 왕자가 살았었죠
헌신적인 사랑으로 신을 따른 믿음의 왕자 신에게 모든 걸 다 바쳤죠
자 이런 이야기 속엔 빠질 수 없는 아름다운 한 공주님
순결한 사랑 영원토록 굳게 맹세했죠 언제라도 어디라도 그대 곁에 함께!
행복한 날도 잠시뿐 암흑의 시간들이 덮쳐 신을 위한 전쟁이 터졌죠
(맞아 칭구야 니가 생각한 그 십자군 전쟁이야ㅋ)
온 힘을 다 바쳐 왕자는 싸웠죠
밤 깊은 침묵 속에서 공주는 매일 기도했죠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제발 지켜주소서
(그런데 그만 전쟁 통에 공주가 칼에 찔려 죽어….)
신이시여 나의 모든 것을 바쳤잖아.
내 말 안들리나 대답해봐
좋아 신따위는 필요없어 정말 미치도록 널 저주해
평생 그녈위해 복수하려해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라도
무엇도 이젠 의미없어
내 몸 저주받아 아파하고 아파해도 그녀에게 갈 수 없죠
차라리 내 고통의 삶 끝내주소서


AT Last

미나: 왕자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죠?
드라큘라: 절대로….
미나: 그의 영혼은요?
드라큘라: 영원히 저주받은 생명을 얻었죠
미나: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끝나죠?
드라큘라: 당신과 함께. 이제 깨달았나요? 참아야 했던 긴 기다림 가슴은 이미 알고 있었던 그대를 찾아온 우리 이야길
미나: 이제 안개가 걷혀 마음 속 의문 사라지네.
드라큘라: 운명을 피해 방황한 그때, 내 앞에 그대 서 있네요
미나: 안돼요 악혼자에게 가야돼요
드라큘라: 진실을 알고서도 이전의 삶을 선택한다구요?
미나: 우리 다신 만나선 안돼요 약속해줘요 제발…내가.내가
드라큘라: 그건 약속 못합니다.
미나: 난 결혼을 약속 한 사람이 있어요
드라큘라: 당신은…..이미 나와 결혼했어!


Loving you Keeps me Alive

미나: 꿈 같은 삶 완벽한 인생 눈 앞에 선명한데 내 맘은 왜 안개처럼 흐려지나 날 사랑한 내가 사랑한 그 이를 찾았는데 알 수 없이 찬바람이 불어오네
드라큘라: 그댄 내 삶의 이유 나를 살게 한 첫사랑
오랜 시간조차도 지울 수 없던 사랑 당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와요 나의 곁으로
그댄 나만의 숨결 아물지 않는 내 상처 그대 마음속에도 내가 남아 있잖아
당신의 진심을 외면하지 말고 내게로 와요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모든 게 변해버렸어 그 이름만 속삭여도 내 세상은 떨려
우리의 인연은 시간을 넘어 함께한 운명
다시 내게 돌아와 나와 춤춰요 새벽을 향하여

미나: 이런 내 자신을 혐오해야 되는데 두려움 떨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마음 한 곳에선 삶을 지키라고 해 뭔가 잘못된 듯 불길해

미나&조나단: 꿈 같은 삶 완벽한 인생 눈앞에 선명한데 이런 내 맘 계속될까 난 두려워 이 완벽한 인생을 가야하지만

드라큘라: 그댄 내게 단 한사람 내 허무한 삶의 유일한 빛 당신만이 날 채워줄 나의 사랑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숨조차 쉴 수 없었어 그 이름만 속삭여도 내 세상은 떨려

드라큘라& 미나: 우리의 인연은 시간을 넘어 함께 할 운명 이제 내게 돌아와 함께 춤춰요 새벽을 향하여





에필로그

전동석 드라큘라 공연을 보고 온 로빈슨은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덕분인지, 이전의 드라큘라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드라큘라가 죽어가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만약 드라큘라 공연에 배우 호불호가 없다면, 입문자들에게는 전동서 드큘을 추천하면 어떨까 싶다. 2020년 숙제였던, 코로나 상황 가운데 드큘보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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