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4일차
우리나라 16강 경기도 보지 못했는데, 그것도 제주에서, 새벽 2시 11분에
내가 이토록 남의 나라 월드컵 우승을 간절한 맘으로 응원하게 될줄은 몰랐다.
경기 80분이 지난 후 1분차이로 두골을 넣은 음바페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나 지금 내가 응원하는 팀은 아르헨티나이기 때문에 그런 음바페의 멋진 슈팅이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결국 연장. 연장전반 9분이 흘러간다. 초조해서 더는 볼 수가 없어서 아이패드를 집어 들었다.
여행 4일차 기록이나 남겨야지, 하는 맘으로, 경기에 관심없는 척.
오늘 한번도 쉬지않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메시.
메시의 월드컵 우승컵을 위해서만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36년만의 우승을 바라는 기적이, 두번 연속 우승팀이 되고자 하는 바람보다 더 간절할 것 같아 아르헨티나 승리를 확신하면서 경기를 봤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프랑스가 분위기를 반전시킬줄은 몰랐다.
결국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다행이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36년만에 월드컵 우승을 했다> 로 끝내고 싶다.
연장 전반이 끝났다.
메시가 연장 후반까지 또 전력을 다해야 한다. 15분 후면 역사의 주인공이 나타난다고 안정환은 중계했지만 지금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은 얼마나 피가 마를까, 목이 마를까. 맘 졸이고 있을까.
연장 후반 3분이 지나면서, 기적처럼, 메시의 골이 들어갔다.
역시 메시.
(클리셰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다.
리오넬 메시가 메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연장후반에 음바페가 또 골을 넣었다. 패널티킥이었다.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득점자 답게 음바페 발에 공이 닿으면 위협이 됐다.
결국 2:2 동점. 이제 승부는 승부차기로 정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안 룰렛, 운명의 장난이라고 불리는 승부차기로승자가 결정되는 것.
메시가 승부차기 진영을 아르헨티나 팬들이 있는 곳으로 골랐다.
승부차기에서 진영선택은 중요하다. 이 진영선택이 과연 어떤 운명을 가르게 될지…
프랑스 1번 킥커는 음바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손끝에 볼이 닿았지만 워낙 볼이 강력해서인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성공!
아르헨티나 1번 킥커는 당연히 메시. 요리스 상대였지만 가볍게 넣었다. 왜? 메시니까.
프랑스 2번 킥커는 실축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잡아내면서 아르헨티나가 유리해졌다.
아르헨티나 2번 킥커도 당연히 성공!
프랑스 3번 킥커도 빗나갔다. 실축이다. 승리의 여신이 아르헨티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것 같은 예감!
일단 승부차기는 진영을 정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정말 중요한데, 역시나 우리의 메시가 진영을 잘 정했다.
프랑스 선수들이 공을 찰때 그 뒤엔 아르헨티나 팬들이 버티고 있었다. 집중력이 분산될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르헨티나 3번 킥커는? 당연히 성공!
총 다섯번의 승부차기중 프랑스에게 남은 기회는 두번. 두골을 다 넣어야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프랑스 4번 킥커는 성공!
아르헨티나 4번 킥커 몬티엘이 골을 넣으면 이대로 경기는 종료된다. 역사에 기억될 킥 한방의 순간.
네덜란드와 승부차기에서 3번 킥커로 나와 성공한적이 있는 선수니만큼, 기대해볼만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36년만의 아르헨티나 우승이 확정됐다. 월드컵 통산 3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역시나 더 간절한 쪽이, 명분이 더 강한쪽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아르헨티나 선수들.
나의 조국이 아르헨티나는 아니지만;;;;;
결국 아르헨티나가 2022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고맙다 메시!!!
제주여행 4일차
아침에 눈을뜨자 마자 창문을 열고 날씨부터 살폈다. 전날밤에 눈이내리기 시작해서 걱정됐었는데 역시나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
전라도지역도 폭설, 제주도 산간지방도 폭설. 나 혼자 있었더라면 이런 날씨에 운전은 힘들었을텐데 20년차 넘는 경력이 있는 친구는 의연하게 미끄러운 길을 헤쳐나갔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귀포 숙소 칼. 서귀포시 안덕면 근처인 제주 신화월드에서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칼로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지나가면서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하고, 책방에 들러, 김밥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저녁으로 김밥을 먹는 일정이었는데 무사히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했다.
겨울의 제주에서는 여행객이 누릴 수 있는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풍경은 장관이었지만.
모루쿠다 > 커피박물관 바움 > 책방무사 (12월 내내 휴무, 겨울방학)> 소심한책방> 분식후경 김밥+떡볶이>식물집까페
** 모루쿠다:
해장탕에 라면사리를 주문했는데 감격스럽게도 생라면이 나왔다. 밑반찬도 깔끔하고, 끓일수록 우러나는 국물맛도 괜찮았다.
**커피박물관 바움:
내친구가 사랑하는 커피박물관. 하루에 커피 6잔 정도마시는, 앉은자리에서 커피 두잔은 기본인 친구가 애정하는 커피다. 커피 좋아하는 분들은 알고 있을듯한데, 빛의 벙커가 바움옆에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음에 온다면 꼭 빛의 벙커에 한번 들려보고 싶다.
**분식후경:
첫날 까망이 김밥이 한달내내 휴가라는 소식을 듣고, 오는정김밥 먹으면 된다고 위안삼았는데, 하필 오는정김밥이 일요일 휴무라, 김밥을 먹기로 한 우리 계획에 차질이생겼다. 그때 친구가 제안한 곳이 바로 이곳. 분식후경. 슴슴한 맛이지만 만드는 과정을 알게 되니 맛있게 먹을수밖에 없었다. 압력솥에 3시간 이상 끓인 비법육수와 열심히 덕어서 만든 보리가루와 마늘기름까지 정성껏 만들었다는 것. 떡볶이는 방앗간에서 직접 뽑은 국내사 쌀떡으로 만들었다고 쓰여있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스토리다.
그제 소리소문 책방을 열게된 책방지기의 사연을 읽지 않고 책방을 둘러봤다면, 나는 그렇게까지는 그 공간을 사랑하지 않았을수 있다.
이 김밥집도 마찬가지다. 비법육수를 3시간 끓였다는 것과 보리가루를 열심히 덕어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슴슴한 김밥에 대한 평은…..
** 식물집까페 (서귀포시 서호로 21-3)
서울에 있는 친구가 시간되면 한번 들러보라고 한 식물집까페. Jeunesse, Deuxgarcons, Karnezcen, Berg (제네스포터리, 듀가르송, 카네즈센, 베르그) 집결체. 전국에 그런 곳이 세곳이라는데 그중 한 곳이 제주도에 있는 식물집까페라고 했다. 서울에서 이곳 소식이 궁금할 친구를 위해 영상을 촬영해서 보내줬다.
우리가 오늘부터 이틀간 묵게 될 서귀포 칼호텔과 7분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