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란 무엇인가
하루, 더
왜 내일은 월요일인가
저는 하루가 더 필요합니다,
월요일을 맞을 준비를 위한 하루, 더.
고작 월급 좀 줄었다고
인생에 좋은 것만 오지 않는다고
툴툴댔는데
보란듯
1980년생 지인의 지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고작
월급이 줄었다고
살이 좀 쪘다고
자궁에 혹이 커졌다고
다된 일이 엎어졌다고
인생을 들먹였는데
누군가는 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내려놓을 것들
비교하는 마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내 잘못은 줄이고, 타인의 잘못은 더 크게 드러내려는 마음
벌써 6년
회사인간 14년 차.
그 중 5번 이직.
평균 근속년수 2.8년이란 소린데
현재 회사에서는 용케도 6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대표님이 된 ex팀장님과
동료들 그리고 나의 팀원들,
나를 믿어주고 일을 맡기는 고객사와 후보자들 덕분이지만
무엇보다 나는, 나에게 고맙다.
참 좋은 인내였다.
25년째 근속 중인 애상님이 보면 비웃으실 것 같지만,
내게는 참으로 값진 시간의 열매다.
상무라인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옛말이다.
아무 편견없이 나를 예뻐해주는 여자그룹도 있다.
대부분 67년생 70년생 74년생 상무라인.
요며칠 이 언니들이
생일이라고 불러내서 밥사주고 술사주고 화장품도 사준다.
그런데 이 언니들 일하는 동안 참 많은 것들을 얻었더라.
긴장성 편두통
갱년기
습관성 부종
호르몬 불균형
지칠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용기주는 이 그룹 언니들이
모쪼록 그 모든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오래오래 회사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건강하게!
서러운 밤
누구는 남편백도 있다하고
누구는 학교빨도 있다하는데
나는 오롯이 나 하나다.
내가 기댈 것은 나
더 열심히 해야지
나에게 내가 버거웁지 않게.
일터
코엑스가 세상 한갓지다
늘 인산인해를 이루던 나의 일터
빛을 볼 수 없는 지하세계
코로나 때문에 재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롯이 출퇴근을 감행하고 있다.
왜냐면,
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칭함받는 신천지에 빠진 남편도 없고
이러한 외부바이러스로부터 최우선 보호해야할 자식도 없는
혼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간이라
쪼는 고객사도 없다.
세상 한갓지다.
코엑스도 내 마음도.
**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든 분들 그리고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는 새삼 죄송합니다ㅠ
때려 죽여도 안 되는 3가지
잡코리아에 컬럼하나 기고했다
담당자가 잘 썼다고 칭찬해주니 ‘기분이’가 좋다.
글이 퇴보하고 있어서
우울했는데.
일도 글도 하고 싶은 건 잘하는데
하기 싫은건 때려죽여도 못하겠다
성과도 안나고
물론, 하고 싶어도 잘 안 되는 게 있긴 있다.
세개씩이나!
영어
다이어트
…
연애!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
일요일 밤 9시 30분!
기어이 이 시간이 오고 말았다
오늘은 집밖으로 스무 발자국
쓰레기를 버리고 온 게 외출의 전부데쓰!
예배는 인터넷 설교로 대체
이렇게 하루 종일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안 해도 괜찮은 걸까?
나머지 5일 열심히 일한다 치면 주말엔 이래도 될까?
뱅갈나무랑 꽃기린에게 물을 주고
겨우겨우 밀린 설거지랑 빨래 방청소를 했다.
이거라도 해야지.
어느새 또 일요일밤.
아아아아 만감이 교차한다.
도시인에게도 농한기가 필요하다
매일 아침 깜짝 놀라 시계를 본다.
혹시라도 출근시간 지나도록 자고 있을까봐.
(실제 그런 날이 존재한다)
유일하게 그런 강박없이 잘 수 있는 날이 일주일에 단 하루
5년 후에 나는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출근시간 알람압박에 더이상 놀라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말했다.
"세상천지 안 바쁜 사람 없더라"
다들 뭐 대단한 거 한다고 그렇게 바쁠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쳐가면서 바쁘게 사는 이유가 뭘까?
삶이라고 포장해놓은 돈일까?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허례허식일까?
농번기지나 농한기가 있는 것처럼 도시 유목민에게도 그러한 쉼의 여유가 필요하다.
회사 이모님
밤 8시
대부분 사람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라 사무실이 한산해지는 시간이다.
낮엔 집중할 수 없는 일들을 몰입할 있는 한갓진 시간.
이 시간에 오롯이 혼자 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아서
거의 매일 추리닝을 싸와서 야근하던 시절, 매일 이모님을 뵈었다.
모두가 퇴근 한 후에 사무실로 출근하시는 분.
굉장히 익숙한 사투리
투박함 속에 묻어나는 정스러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고향이 어디냐 굳이 물어보고
궁금해하지 않으시겠지만 엄마랑 동향임을 알려드렸다.
엄마는요, 뇌경색으로 왼쪽 몸이 다 불편하고 (어쩌고)
저는 딸 다섯있는 집에 막내로 태어났는데요 (저쩌고)
우리 일은 한만큼 보험처럼, 성과받는데 지난해는 매출이 글쎄 반토막 난 거 있죠 (안물, 안궁금;)
자궁에 난 혹 때문에 쉬이 피로감이 쌓여서 요즘 칼퇴하느라 자주 못뵌거에요 (TMI;;;)
그렇게 우리 관계가 시작됐다.
주로 내가 말하고 이모님은 들어주는 일방적 관계가;
5번의 이직 끝에 남은 나의 동료들
약속자체를 피곤하게 여기는 타입이다.
되도록이면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하거나
일단 잡힌 약속도 온갖 핑계를 대서 취소하는 약속에 있어서만큼 유도리가 과한 편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의 모습.
누군가를 자주 만나는 행위나 그러한 모임 자체가
(나란 인간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1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
이런 내가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가 나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5번의 이직 끝에 남은 나의 동료들은
그러므로 모두 나의 친구다.
나의 온갖 변덕에도 나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줘야(만) 하는 사람들.
탈덕은 없다.
COVID-19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살지를 타인이 결정하는 기간’
단신부임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정의였다.
(꽤 신박하군!)
앞으로 2주간,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권고가 시작됐다.
여기서 논점의 대상이 되는 것은 휴가와 재택의 정의
우리 업의 특성상 휴가라도 일을 팔로업해야 할 때가 있고
재택을 하더라도 회사에서처럼 9 to 6로 타이트하게 일하진 않을텐데
그렇다면 과연,
휴가에 일하는 것과 재택인데 놀기도 하는 것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신천지와 개독교만큼 구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COVID-19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금 사상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요즘은 차라리 초미세먼지가 그립다.
구관이 명관이다.
싱글병 (feat. 회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회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자비롭고 자애로우며
타인에 대한 배려로 똘똘뭉친 멋쟁이 신사요,
귀감이 될만한 으른이다.
하나님이 내 안에 있고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면
다른 게 부럽지 않다며 언제나 하나님 사랑을 설파하던 분으로
신앙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그런데 오늘, 충격 발언!
“이부장.
솔로 셋이 친하다는 그 모임 아직 나가고 있나?
탈퇴해 그 모임.
의리 챙기지 말고 등 돌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처럼 되어버린 싱글병.
같은 종족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면
내 병은 정말 치료되는 걸까?
회장님 어록
자식하고 딜 하지 마라.
도덕적 가치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뇌물이 왜 잘못됐는지 모르게 클 수 있다.
실수에 야단치면 안 된다.
아무리 큰 잘못해도 너그럽게 대해라.
하지만 습관이 될 것 같으면 하찮은 것이라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애들은 커 간다. 이 순간이 다가 아니다.
출근의 이유
묵은 해 청산해야 했을 빚의 일부를
올해 초에 갚았다.
꾸역꾸역.
정말로 조금 조금 모아 모아서
꾸역꾸역 갚았다.
문에 진 빚.
2년 전 해가 잘 드는 투룸으로 이사 오면서,
빛과 함께 빚도 생겼었다.
출근의 이유는 많다.
자기 계발, 꿈의 실현, 뚜렷한 목적의식…
내게도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