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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2. 2020

미련

연애란 무엇인가

다시 사랑한다면?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가면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반기는 한 사람이 있고

그의 손을 잡고 이 밤을 보내고

나머지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과

관계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주변부로 사라진다고.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는 것

사랑하는 이를 따뜻하게 끌어 안는 것

그래서 연애라는 건 그렇게도 놀라운 것


며칠 전 교보문고에서 발견한 ‘연애는 놀라운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그  놀랍도록 좋은 연애, 를 하는 동안 나는 왜 그렇게 찌질했을까? 한마디로, 찌질 그자체였다.

늘 불안했고, 상대를 의심했다.


더 사랑하는 것을 창피하다 생각했고,

저혼자 달아오른것 같아 애처로운 마음을 식히느라,

무던히도 애썼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느라 정작 사랑은 하지 못했고,

그래서 힘들었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뚱아는 말했다.

그건 내 문자가 아니라 그녀석 문제라고.

그 녀석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정말 그럴까?

그럼 그녀석이 아니라면, 다음 사람이랑은 불안해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내가  손해란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나는 똑같을 것 같다.

그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 같은데, 아니라면, 정말, 뚱아말이 맞는지 아닌지 한번 테스트해보고 싶은데, 웬걸.


다음사람이 안 오고 있다.

벌써 십 년 째.


땅끝마을

미리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혼자 여기에서 생일을 맞게 됐다. 한반도의 땅 끝이자 시작이고 실패의 종점이자 성공의 출발점이라는 해남 땅끝. 온갖 인연들이 끊어지더라도 다시 이어지는 곳.  


정말로,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간절함 담아, 빌어보았다.

다시 그와 만날 수 있기를.


인연이 끊어지더라도 다시 이어지는 곳?

이어지기는 개뿔, 그것은 개구라였다.


나의 잉글리쉬 티쳐

좋아했는데 다음달이면 삼성 센터를 그만둔단다

왜 때문이지? 내가 좋아한 걸 눈치채고 옮기는 건가?

오랜만에 피해의식이 고개를 든다. 거울 보다가 온몸이 셀룰라이트로 덮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운동 없이 셀룰라이트 없앨 방법 어디 없나.

피해의식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로 옮겨간다.  



somewhere only we know

당시에 즐겨 듣던 음악을 들으면 선명하게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곡들은 그날의 공기까지 기억난다. 햇살이 맑았는지, 비가 와서 축축했는지도.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걷던 사려니 숲길을 떠오르게 하는 찬양. 이스탄불의 거리와 너무도 잘 어울렸던 <남과여>라는 노래. 비가오는 허버트 애버뉴를 생각나게 하는 Kean의 노래. 그날 우산을 들고있던 녀석의 손과 닿았을 때의 감촉. 그를 향한 내 감정을 절대로 먼저 들키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나날들.


괜히, 씨디를 꺼냈다.

요새 누가 씨디를 듣는다고.



그게 그거!

<봄날은 간다> 이영애는 라면먹고 갈래? 스킬을 어리버리 유지태에게 시연했다. <사랑을 놓치다> 체대 나온 남자 설경구는 돌직구로 물어본다.


나 자고 갈까?


어차피, 결국 그게 그 소리 아닌가.



멜랑콜리

어떤 음악은 나를 바다로 가게 하고 어떤 음악은 나를 숲 속으로 안내한다. 또 어떤 음악은 나를 달리게 하고, 기어코 나를 울리기도 하는데 왠지 이 곡은 항상,

너를

..

너를 떠오르게 한다.



개구리 쏭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니 무작정 전화를 걸어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졌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이가 없어도 날이 새도록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개굴 개구리 목청도 좋다.


이제 내 개구리쏭을 들어줄 그는 없지만,

여름밤 논길을 걷노라니, 또 그렇게 개구리쏭을 불러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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