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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20. 2023

뮤지컬 베토벤에 대하여


뮤지컬 <베토벤>의 솔직한 리뷰들은 대략 두가지로 정리된다.


1. 실망했다

2. 기대안했던 것에 비해 괜찮았다


나 역시 비슷한 피드백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굳이 고르자면, 나의 경우엔 2번에 가깝다.

기대를 1도 안하고 가서인지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스토리에 대해서 만족스럽진 못했다.


재연때는 스토리라인이 조금 더 보강됐으면 좋겠다.

베토벤이 누구인가. 지킬앤하이드. 모차르트. 돈주앙. 베르테르. 레베카. 이들중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할 것 없이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베토벤의 생애가 아니던가. 베토벤의 생애가 오직 브렌타노와의 관계에만 집중되어 그려졌다는 것에 대해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지대했고 뮤지컬에서는 아마도 그 여인을 브렌타노로 설정한 것 같은데 사실상 알려진바와 같이 베토벤의 인생을 뒤흔든 여인은 유부녀였던 브렌타노 하나가 아니었다. 뮤지컬을 통해서 베토벤을 만난다면 그가 마치 한 여자에게 일생을 건 순애보같지만 베토벤은 차라리 금사빠에 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브렌타노에게 품은 연정까지 아니었다고할지라도 그를 거쳐간 연인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그가 연정을 품었을때마다 작곡한 곡들로도 유추가 가능하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거절당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베토벤은 환희를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신분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릴적 상처가 드러났을 것이다. 그러한 고뇌는 고스란히 그의 음악에 담겨있는데 뮤지컬은, 그 많은 에피소드를 담을 수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꽤나 단편적인 시각으로 베토벤의 인생과 음악을 조명한다.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순간> 같은 대표넘버는 아직 없지만 <매직문> 빼고는 넘버들이 다 멋있기는 하다. 베토벤 곡의 샘플링에 대해 과도하다며 부정적인 입장들도 많지만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익숙한 <운명교항곡> <엘리제를 위하여> <월광> <비창> 등에 노랫말이 얹어진 넘버들이 내겐 편안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뮤지컬 이후 이전에는 어려웠던 베토벤의 곡들이 더 잘 이해되었달까. 


요즘 출퇴근길 음악리스트는 한달 내내 베토벤이다 .

운명교향곡 4악장을 들으면서 뮤지컬 가사를 읊조리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한때, 그러니까 바야흐로 12년전...신성록 배우가 <몬테크리스토>라는 작품을 하던 시절에, 

EMK 대표가 유럽판권을 고르는 과정에 대해 직접 전해들으면서, 당시 무대에 올렸던 뮤지컬에 대한 품평을 해드렸던 영광의 시기가 있었다. 당시 EMK는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 이후, 유럽 뮤지컬 판권으로 지속적인 기회를 엿보던 차였고 당시 대표가 뮤지컬에 대한 경험이 많지는 않았던 상황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분이 대표로 계시지만 더이상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는 아니기에 조언을 드릴 수는 없지만 한마디는 하고 싶다. 


즈음의 뮤덕들에게 EMK가 왜그렇게 욕을 먹는건지는 모르겠지만(사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베토벤을 사랑하게 된 + 오래된 뮤지컬 덕후로 첨언 하자면,

단조로운 지금의 스토리라인을 무조건 다시 보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에서도 대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되려면 지금 스토리로는 어렵다는게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이다. 


혹시 이 공연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단 자리는 가급적 앞자리로!

배우조합은 박은태+조정은!!


물론, 나의 사랑 대장 박효신도 사랑하고 카이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지만, <이 공연의 베스트 조합>을 묻는다면 박은태 +조정은을 추천해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조합으로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일단

시츠프로브 통해 한번 훑어보고 더 보고 싶은 배우를 고르는 방법도 권해주고 싶다. 

시츠프로브 보고 결정하기



뮤지컬과 배우에 대한 평가도 까다롭기 이를데 없는 제니퍼씨가 사랑한 뮤지컬을 말씀드리자면 다음의 작품들이다.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도와 개취를 무시할수가 없는 바 평가기준이 다소 주관적임을 밝혀둔다

프켄 (앙리지상 좋아했었다 낫 애니모어!!!)
지킬 (조승우 입덕뮤지컬)
돈주앙 (퀘백 배우들에게 반해버렸다)
카르멘 (스토리가 섹시하다)
드라큘라 (김준수때문에 빠졌었다)
지크슈 (하나님이 주인공이니까)
몬테크리스토 (어릴때부터 암굴왕을 좋아했다)

[한국 창작작품]
베르테르 (조승우때문에 사랑하게 됐다)
베토벤 (올해 초연이지만 나의 베스트 리스트에 들어왔다)
빨래 (비싼 공연 아니어도 감동적인 공연이라서)
형제는 용감했다 (최초로 우리가족 전체 초대한 공연, 남녀노소 재미있게 볼 작품)


미리줄리와 2023년 베토벤 초연/ 박은태 조정은



오랜만에 *=OP석에서 봤는데 와우!

이 뮤지컬의 백미는 오케스트라였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들 연주+외모가 어쩜 그렇게도 매력적이던지 OP석에 앉아서 무대 전체를 보기는 어려웠지만 배우들의 표정, 연주자들이 무대 아래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만약 한번 더, 보러 가게 된다면 그건 오케스트라, 덕분이다. 베토벤 뮤지컬팀 연주자들이, 막공 후 베토벤 오리지널 곡으로 특별 클래식 콘서트 한번 열어준다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무조건, 갈텐데. 베토벤 곡을 전부 연주하는게 어렵다면 메들리 형식이라도....



* OP석: 1층 중앙의 VIP석보다도 무대와 가까워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표정, 호흡까지 느낄 수 있지만 무대 전체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베토벤 뮤지컬 플레이 리스트


박은태 플레이리스트

베토벤 오케스트라 버전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뮤지컬 베토벤 원곡 플레이 리스트





만약 베토벤이 살아서 이 공연은 관람했다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이뮤지컬에 대한 베토벤의 평가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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