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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pr 16. 2023

신성한 변호사를 보며 생각한 것들

부제: 하고싶은 '딴짓'하려고 '하기 싫은 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하여


자야할 시간, 일어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고 싶을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싶지 않은 인간이 대체 몇이나 될까.

어쩌면 직장인들이 주말을 그렇게나 학수고대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출근시간걱정없이 맘껏 늦잠을 자도 되고, 알람을 끄고 일어나고 싶은시간에 일어나도 되는 자유로움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선생은 언제까지 억지로 일어나서 출근할거냐며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책을 통해 서른살 초반의 나에게 가슴 뛰는 꿈을 심어주었더랬다.




그 가슴뛰는 꿈이란 건,

알람없이 자유롭게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나는 더 이상 그 꿈을 쫓지 않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인이 원하는 꽃집을 차려서 꽃집 사장이 된 내 친구도, 내로라하는 회사의 대표가 된 지인들도 직장인일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쏟고 있는 것을 목도했을 뿐더러, 그런 꿈을 실현하고 살기에 어쩐지 이번 생애는 적합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이제 그런것에 가슴이 뛰지 않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들고, 때가탄 마흔세살의 제니퍼를 가슴뛰게 하는건 더이상 그런것들이 아니다.


일도 해야 하고,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도 산적하고,

보고싶은 드라마도 쌓여가는데 하루는 24시간이라 항상 잠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2023년 상반기.

피로가 누적되면서 짜증과 화가 많아졌고 그로인해 당연히 PMS 증상도 심해졌다.  


<환자혁명>에서 조한경 의사는 아무것도 못할바에야 차라리 잠을 더 자라고 했던 글이 자꾸 떠올라서 가급적 6~7시간은 자려고 노력하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것 같다. 야근하거나 학교수업후 자정가까이 집에와서 어떤날은 그 시간에 늦은 식사를 하고 속이 부대껴서 새벽 서너시까지 깨어있다가 억지로 네시쯤 잠이들고 하니, 몸의 리듬이 깨져간다. 당연히 피곤한 아침이 다시 시작되지만 과도한 업무를 하고 학교에 간다 ㅎㅎㅎㅎㅎ


자정쯤

집에오면, 그제서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는 시간을 즐기다 늦게 잠들고 다음날은 다시 피곤한 아침이 시작되는 무한반복의 일상들.

그러나 이것이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게 문제.


어떤 이들은 내게 갓생을 산다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늦게 퇴근하는 동료도 많고 더 열심히 몰입하며 일한다. 가정도 있는 분들인데. 대부분.


정말 다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가정은 평안하게 돌아가는거 맞나. 집은 청소가 되고 있나? 세탁소에 맡긴옷을 찾으러 가지 못한지 벌써 두주가 흘렀는데? 친구를 만날시간을 내는것도 여의치가 않다.




하고싶은 '딴짓'하려고 '하기 싫은 일' 하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예전 직장 사수에게 '이렇게나 바쁜와중에 딴짓하느라 요며칠 일에 집중못해서 야근이 더 길어졌다“고 하니,


“제니퍼! 원래 하고 싶은 딴짓하려고 하기 실은 일 하고 그러는거야" 라도 말씀하셨다.


하고싶은 딴짓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닌가.

내 일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재밌을때가 더 많다)

때때로 너무 많은 (고객사) 기대와 업무량에 빠져있다보면 피로가 쌓여 무기력이 찾아올때도 많다.

무리에서 이탈할 용기도 없고 지속적인 인정에의 욕구를 바란다면, 나는 계속 이렇게 나를 <하루 14시간 업무 업무 업무> 라는, 생활속에 놓아두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즈음의 나에게 단비처럼 찾아온 베토벤 그리고 신성한 변호사.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통해 오랜만에 또, 참으로 행복했다.

요즘 애정해마지않는 베토벤덕분에 이 드라마의 재미가 배가가 됐는데 안본 분들 혹은 요즘 드라마 볼것 없네, 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억울하게 죽은 여동생의 아들 양육권(후견인 권리)을 위해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하고 늦은 나이에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여 변호사가 된, 그것도 이혼전문변호사.


멋쟁이 신성한 변호사와 모자르지만 사랑스러운 싱글친구들 케미가 매력적인 드라마다. 빨리보기로, 결론을 다보고나서 다시 한편한편 소중하게 정주행하는중이다.

정문성 김성균 조승우 케미가 볼만하다


첫회에서는 예전같지 않은 조승우 미모때문에 실망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역시나 우리 사이에 (22살무렵부터 좋아했으니까 올해로 21년차 팬이랄 수 있겠다. 꾸준히 21년간 한결같은 맘은 아니었지만 중요한건 꺾이지않는 마음아닌가. 그에 대한 애정은 202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외모따위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어느날 갑자디 하늘에서 <오페라의 유령, 티켓>이 떨어진다면, 좋으련만. 돈이 있어도 예약할수 없는 조승우 공. 연. 티. 켓. 이. 여!


이래저래즈음에 글을 쓸 시간도 없을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기록하던 즈음, 신성한 변호사 이야기를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니 그간 내 일상에 <사랑>이 없었던 게 어쩌면 가장 큰 힘듦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은 깨달음이 온다, 현타가 왔다고해야 할까.


너의 모습 그대로도 완벽해,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그런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정전선의 이상이....................43세 과도한 업무를 하는 직장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크다니!



슈베르트 마왕의 초반 연주는 조승우 배우가 직접했다고 들었다.
베토벤처럼 신성한 변호사도 조카의 후견인이 되는데 마침내 성공한다

이렇게 신성한 변호사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또다른 신성한 변호사 캐릭터를 찾아내어 안주하면서,

2023년 하반기도 버터봐야겠다.


저녁에 집에 도배를 도와주러 온, 어떤 청년에게 반했었는데.

깨어보니 꿈이었다.



<신성한 이혼, 대사>

나, 쟤 이제는 미루어짐작하기도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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