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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r 26. 202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때   보게 된 드라마



새해 다짐같은걸 거하게 시작할 나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마흔셋이 되면 그런것들로부터 초연해질 줄 알았다. 내나이 스물일고여덟, 서른 한둘에는 그랬다. 그런데 막상 마흔셋이 되어보니, 마흔 여덟이 된다하더라도 나라는 유형의 (성과지향형+인정추구형+자기개발 추구형+목표및 결과지향형) 사람은 새해다짐 같은걸 거하게 세워놓고 나를 달달볶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깨달았다. 내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인데 나는 쉼을 원하나 쉬는 것에 guilty를 느낀다.


이제 일주일정도 남은 3월을 보내면서 해야할일은, 두가지다.

회사에서는 1분기 성과보고 리포트를 내야하고, 개인적으로는 올해 계획했던 일을 차질없이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의외로, 올해 시작했던 계획들 대부분을 잘 지키고 있고, 1분기 성과도 나쁘지 않은데다 새로운 공부도 시작해서 좋은 에너지도 얻었다.

그럼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몇주간 다운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다운되면, 팀에도 영향을 주는 터라, 다시 에너지업을 시켜야하는데 왠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때 자고, 성과에 대한 부담이나 해야할 일들에 대한 듀데잇 같은거 다 내려놓고 마음껏 늘어져있을 수 있을 그런 순간은....아마도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말을 핑계삼아, 주말이라도 다른사람 눈치 보지않고 마음껏 내마음대로 나를 쉬게 해주고 싶어서

늦게까지 침대밖을 나가지 않고 해야하는 공부들과 과제도 미뤄두고 드라마 한편을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넷플릭스 스크롤을 내리다 우연히 보게된 12부작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웹툰 원작 드라마에 설현과 임시완이라는 조합이 궁금했다.

다른사람 눈치보느라 급급한 착해빠진 ‘여름’과 가족의 해체에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고있는 ‘대범’이 시골의 어느 도서관에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서관 로맨스라니! 오랫동안 꿈꾸던 럽스토리다. 장흥이모네나 연고지는 없지만 살아보고 싶은 안동 같은데서 한달살이 하면서 도서관 럽스토리를 꿈꿨는데 여의치 않았다. 아쉬운대로 교보문고 로맨스나 영풍문고 로맨스라도…)


주영현 작가의 웹툰 <아무것도 하고 싶지않아>를 원작으로 한 성장드라마


(스포일 있음, 참고로 내 모든 영화 드라마 리뷰에는 스포일이 있다. 조금도 아니고 왕창!)


‘여름’은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이후 꾸역꾸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파업을 선언한다.

자발적 백수를 선택한 여름은 삶의 방향에 대한 물음표를 안고 서울을 떠나기로 한다.


서울과 반대편으로 가는 평일 오전의 지하철은 같은 세계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어쩌면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남들과 다른 반대쪽을 향해 가면 좀 더 한산하고, 좀 더 조용하고, 평화롭지 않을까?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다. 인생 파업이다.


그렇게 서울을 떠난 여름은 안곡에서 말못하는 도서관 사서 대범을 만난다. 사실 대범은 말을 할줄안다. 다만 처음 만나는 이들과는 말을 하는게 쉽지않아 종이에 글로 써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 대범에게는 사연이 있다. 어릴적 누나의 죽음을 목격한 대범은 누나의 살해자로 현장에 있던 아버지를 지목하게 된다. 순식간에 대범이네 집은 친부가 친딸을 살해한 문제많은 가정으로 집중 조명을 받게 되는데 대범의 어머니는 이에 충격을 받고 자살을 하게된다. 어린 대범은 살해당한 누나에 이어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까지 최초로 목격하게 되고 이 충격으로 어른이 된 이후에도 하루도 마음편히 잠을 자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대범은 우연히 도서관에 들어온 여름을 만나 잊고 있던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여름이 사는 곳에서 또한번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대범은 범인이 어릴적 누나를 살해한 진범과 동일인물임을 밝혀내고 아버지를 찾아가 잘못을 구한다.


소름끼치게도 진범은 오랜기간 한동네에 살던 아버지친구의 아들이었는데, 여름과 대범에 의해 범행이 밝혀진다 (심지어 그자는 커서 경찰이 되었다). 이모든 과정에서 여름과 대범은 서로의 상처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남들 기준에 맞춰살다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여름은 서울을 떠나 정착한 안곡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을 통해 다른사람이 아닌 자신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쓸데없는 눈치보기나 가식없이 대해도 되는 유일한 상대, 안곡을 만나게 된거다(부럽다. 여름이...)

타인과 잘 말을 섞지 않는 대범이지만 여름앞에서는수다쟁이가 되고, 여름 또한 대범이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 것.


원작 만화와는 전개가 좀 다르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던 토요일에 나름의 위로를 받았던 드라마였다.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여기서는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되고,

보고 싶은 영화를 밤새도록 봐도 되고,

듣고 싶으면 듣고, 걷고 싶으면 걸어.

심지어 새벽 조깅도 해봤다?

나는 시간 부자니까.




임시완같이 나의 모든 이야기를 (담담히, 아무런 평가없이) 들어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조깅 잘 할 수 있는데...

임시완의 여러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편안하게 연기하는 이 배우 특유의 아우라가 좋았다.

임시완만의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맑은 연기와 꾸밈없이 최선을 다해 여름이를 보여주려는 김설현 덕분인지, 드라마가 참 무해하고 좋았다.



언제봐도 예쁜 설현

세상평범한 티셔츠 하나 입어도 예쁘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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