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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01. 2023

차원이 다른 창작뮤지컬
사랑스럽고 유쾌한 <레드북>



2023년 삼연 공연을 보게됐다. 절친과 함께. 

레드북은 국내 창작뮤지컬로,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만든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작품에, 박소영 연출이 함께한 공연이다. 


공연을 보는 두세시간 동안 완벽하게 몰입하는 내친구 덕분에 그녀와 함께라면 그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감동이 배가되는데 

<레드북>에 대해서는 사전정보 1도 없이 즉흥적으로 예매한거라 조금 걱정이 됐다. 


역사에도 관심많은 내 친구를 위해 좋아하는 양준모 배우 공연으로 <영웅>을 예매 했었는데, 아무래도 마흔세살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며 행복해하는 내친구에게 무거운 주제보다 조금 가벼운 럽스토리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레드북>으로 변경했는데....

혹시 안나라는 여인을 아십니까? 라는 <난 뭐지>라는 넘버로 시작하면서, 외로울땐 올빼미를 생각한다면서 owl owl~ 하고 울어제낄때만해도, 

<영웅> 예매할껄, 하며 속으로 후회를 열번쯤했는데 세번째쯤 <신사의 도리>라는 곡이 나왔는데 친구랑 빵터져버렸다. 


오늘따라 그 넥타이가 자네의 온화한 성품을 한층 더 빛내주는군!

자네의 그 자켓역시 세련된 매력의 대변자로군! 


익살스런 대사와 함께 캥거루처럼 뛰어다니는 그 시그니처 뜀박질때문에 공연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 조합도 훌륭해서 주변 곳곳에 추천중이다. 



뮤지컬 배경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게 있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시기에 안나는 자신의 연애담을, 잡지에 기고하면서 인기를 얻는다. 여성들이 모여만든 문학모임 <로렐라이 언덕> 일원이 되어 <레드북>이라는 잡지를 연재하던 안나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것도 금기시된 시대에 성적인 내용을 묘사한 레드북으로 인해 재판에 회부된다. 당당하고 이상한데 매력적인 안나를 사랑하게 된 브라운은 안나의 변호를 맡게 되고, 사랑하는 안나의 해외추방+강제노역을 막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재판은 무기한 연장하는 것을 끝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레드북이 문제라는 입장뿐만 아니라 레드북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팽팽한 바, 레드북에 대한 판결은 레드북의 연재가 끝난뒤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 







레드북 넘버

이번 공연 덕분에 #김국희 #송원근 #김대종 세배우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 


사랑은 마치

이른 아침 온 세상에 안개가 자욱해도 오후에는 어느샌가 햇살이 눈부시죠 
하루종일 비가 내려 기분이 울적해도 언젠가는 맑게 개어 무지개를 만나죠 
사랑은 마치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흐렸다 환해지고 추웠다 따뜻해져 
사랑은 마치 마치 노을진 하늘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빨갛게 피어나죠
두둥실 떠다니다 스르륵 흩어지는 구름의 모양을 하나로 말할 수 있나요 
투명한 아침부터 어두운 새벽까지 하루의 빛깔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
사랑은 마치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끝없이 자라나고 새롭게 변해가죠
사랑은 마치 우리의 만남처럼 예상할 순 없지만 기대하게 만들죠

참 이상한 여자

[브라운] 그러니까 그게... 그게 그러니까, 그... 안나. 그, 아니, 저, 그게...  
말도 안되게 뻔뻔하고 믿을 수 없게 솔직해요  
제멋대로 나타나 이리저리 휘젓고 터무니없는 말들로 나를 쩔쩔매게 만들죠  
무서울만큼 특이하고 지나칠만큼 당돌해요  
제멋대로 사라져 걱정하게 만들고 나를 들었다놨다 정신 못 차리게 만들죠  
생각하면 할수록 괜히 화가 나는 여자 생각하기 싫어도 계속 떠오르는 여자  
자꾸만 나를 점점 더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당황하게 만드는 참 이상한 여자  

또 그 여자가 무슨 짓 했는지 알아요? 나 갖고 소설 썼어요!  
나는 나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그냥 뭐 여자니까. 그게 자연스러운거니까.
그래서 이해하고 용서하려니까 그 여자가 뭐래는 줄 알아요?  

[로렐라이 언덕 회원들] 뭐라 그랬는데요?  

[브라운] 내가 아니래! 누가 봐도 난데! 눈코입 묘사한게 딱 난데, 내가 아니래!  

[로렐라이] 그럼 헤어져요.  

[브라운] 네?  

[로렐라이] 그렇게 안 맞으면 안 만나면 되잖아요.  

[브라운] 어, 그렇죠. 그럼 되는 건데요, 아뇨. 그럴 건데요. 그게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왠일인지 허전해  
머릿속이 복잡해 지금 뭐할까 궁굼해 나만 이런걸까 서운해  
이해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않은 여자 잘해주고 싶어도 내가 필요없는 여자  
자꾸만 나를 점점 더 나를 허전하게 만드는 서운하게 만드는 참 이상한 여자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렇지 않은 여자 내가 아니더라도 상처받지 않는 여자  
그래서 나를 그렇게 나를 이상하게 만드는 슬퍼지게 만드는 참 이상한 여자  
참 이상한 여자


당신도 그래요

[브라운] 나는 내 심장이 어떻게 뛰는지 몰라요
왜 수염이 자라고 왜 나이를 먹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맘에 들어요  
나는 저 별들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몰라요 왜 빛나고 있는지 뭘 말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겐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도 그래요
내게는 그래요
이해할 수 없어도 좋아할 수 있어요 설명할 수 없어도 당신이 좋아요 당신이 좋아요 좋아요  
미안해요. 갑자기 이런 말 해버려서. 그래도 너무 말하고 싶었어요.
아니, 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제 무례를 용서하세요.  

[안나] 잠시만요. 나도 그래요.  

[브라운] 예? 뭐라구요?  

[안나] 나도 그렇다구요.  

[브라운 / 안나] 설명할 수 없어도  당신이 그래요  당신이 내게는 그래요 내게는 그래요  
세상 그 무엇보다 내겐 어려운  사랑 가장 특별한 사람 당신이 좋아요 당신이 좋아요  

[브라운] 내게   더 많은 얘기를  들려줘요  

[안나] 들려줄게요

나는 나를 말하는사람

[안나] 난 늘 궁금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늘 기다렸어 날 이해해줄 알아봐줄 한 사람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되물어 봤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애써 모른 척 했어 혼자 자신이 없어 계속 외면해 왔어 나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  
당신과 같은 심장으로 숨을 쉬고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꿈을 꾸는
하지만 결국 당신과 다른 당신이 아닌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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