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무엇인가
나의 로망
오랜만에 참석한 모임에서 아직도 혼자야? 라고 묻는 이에게 '저 결혼했어요. 혼인신고만 하고 식은 안올렸어요. 라고 말하고 손가락 반지 보여주기
책방 규재에서 내가 쓴 책을 파는 것
지인들이 시간 내서 나를 만나러, 내 책방을 구경하러, 규재에 와주는 것.
내 차로 직접 운전해서 조씨네 가는 것
9호선 출근길 전철이나 석촌호수 같은 내 나와바리에서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와 커피한잔 할 시간 있냐고 묻는 것
<연애시대> 감우성과 손예진처럼, <동백꽃필무렵> 공효진과 강하늘처럼 서점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것
그게 안된다면, 첫사랑 그XX 다시 만나 결혼하는 것.
그것도 안된다면? 남은 반 평생은 그럼 좀 마른 몸으로 살아보는 것;
차라리 판타지였다면..
나의 로망 중 하나는 석촌호수나 코엑스 혹은 한강에서 마주친 매력적인 남자가 가던 길 뒤돌아 내게 말 걸어 주는 것. "저기요"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났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12월.
샤롯데에서 뮤지컬을 보고 걸어가는 길에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저기요!!"
어머어머어머 콩닥콩닥 (나름 생겼잖아! 어머나!!!!!!!!!!!!!)
“여기가 지금. 서울 어디죠?”
휴. 눈도 안마주치고 내갈길 갔다. 여기가 지금 서울 어디냐는 질문은 대체 모지? 취한건가? 차라리 지금 몇 년도에요? 라고 물었으면 이건 뭐지, 판타지인가? 착각이라도 했을텐데.
에필로그>> 친구들은 대답이라도 해주지 그랬냐고 아쉬워했다.
남편이 생기면?
종편 김갑수 선생은 부인과 따로 산다. 별거나 이혼을 한 게 아니라 각자 독립된 공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가능하다면 나도, 결혼해도 따로 살고 싶다. 201호 202호 이렇게 나란히.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생기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살고 싶다는 거다.
친구들은 혀를 찼다. 기껏 결혼해서 하고 싶은게 따로 사는 거냐며.
그래서 혼자 사는가봉가;;
왜 꼭 배우자가 남자여야 해?
왜 꼭 반려자가 남자여야 해? 여자도 될 수 있고, 개도 될 수 있지 않아?
내 오랜 친구는 대답했다.
친구야 난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뭐가 됐든,
여자든 남자든 로봇이든 개든 니가 좋다면
다 좋아.
내 친구 클라스가 이 정도다.
707일 만의 소개팅
좋았는데 도망쳤다.
철벽을 뚫고 그가 들어와주길 바랐다.
그는 철벽 앞에서 망설이다 이내 돌아서버렸다.
애인이 없는 삶
함께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자주 생각나고 보고 싶어져서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어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술을 마사지 않기로 했다.
술을 마시면 내가 나를 절제할 수 없을 것 같다.
같이 있고 싶다고 할 것 같고 자주, 보고 싶다고 고백하거나 손잡고,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럴 수 없고 그렇게 하자고 한들 상대가 그렇게 해줄지 확신도 없다.
나는 끝내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간들. 이 고민들. 내가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생각하고 괴로워했다는 것에 대해서.
하나님은 왜?
하나님은 왜 짝짓는 걸 자연의 이치로 만드셨을까?
반려인간이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이랑 살면 1인 가구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부동산 값이 내리지 않는 원인이 정녕 1인 가구 때문이란 말인가! 태어난 이상 우리는 반드시 짝을 이루고 살아야 하나 2인 1조 달리기도 아니고.
혼자 사는 삶은 언제나 미완이며 미생인걸까? 하나님은 왜 이러한 고민 속에서도 배가 고프게 만드셨을까?
점심을 배불리 먹어도 저녁엔 왜 배가 고픈 걸까.
인생은 배고픔과 배부름 사이의 어디쯤인 것 같다.
유일하게 내게 소개팅을 제안하는 가족, 삐용
스무살 후반에 삐용은 내게 건축가를 소개해줬다.
그사람 부모와 같이 테니스를 치면서 알게 됐는데 세상 성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만나보니, 안면근육 장애가 있었다.
물론 그 장애는 사는데 큰 걸림돌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는 이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서른살 후반에 (그러니까 작년이다) 삐용은, 두번째 소개팅을 주선했다.
3년간 테니스를 함께 쳤는데, 한번도 화낸 적이 없고 사람이 믿을 만 하다고.
“아니 그럼 테니스치다가 만난 나이 많은 형한테 화낼 일이 뭐가 있어?
모하는 사람이래? 돈은 많이 번대?”
언제나처럼 언니들이 나보다 먼저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런저런 검증을 했다.
코렐 그릇 연구직이라고 소개받았으나 만나보니 코레일 자회사 직원이었다.
제대로 된 검증일 리 없었다. 결국, 그와는 인연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큰 언니가 반대했다. 그가 반대하자 미저리도 ‘따라서’ 반대를 했다.
처음에 나는 그의 솔직함, 투명함, 조금의 허세라고는 찾아볼 수 있는 Too Much Open이 좋았는데
언니들 반대라기보다는, 나도 확신이 서지않아, 더는 만나지 않기로했다.
넷째언니는 이혼한 사회복지사를 만나보라고 전화를 했다.
어쩌다 사랑에 빠지게 된 남자가 이혼남이라면 만나보겠지만 굳이 이혼남을 소개받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휴. 그래도 내게 싱글남 소개팅을 제안해오는 건 역시나 삐용 뿐이다.
10년에 한번 꼴로, 그 텀이 길긴해도, 유일하게 내게 소개팅을 제안하는 사람.
어디까지 순해보여 봤니?
생각할 수록 기분 나쁜 말이다. 친구 남편이 했던 말,
“순해 보이는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남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요.”
왜 때문에 그가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도록 내버려뒀을까?
그분 보란듯이는 아니더라도, 나도 내게 꼭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나는 이 가설을 증명할 자신이 있다.
왜냐면…
순해 보이는 이미지도 아니고, 물론, 남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이런 나의 있는 그대로를 (간헐적으로나) 좋아해주던 극소수의 그네들이 있었으니까. 그 모든 것들이..백만년 전의 일이라서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는 그렇지만…anyway, 오늘도 가능성은 열어두겠다.
순해보이지 않는 우리집 개들도 연애만 잘하더만! 흥!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네 나이만 됐어도..”
라며, 로빈슨은 그때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내게 종용하곤 한다. 본인이 내 나이만 됐어도, 하고싶은 일이 많다고 덧붙이면서. 나는, “내가 네 나이땐 말이다…..” 하며, 그때 겪었던 재미나고, 슬프고, 때로는 어이 없기도 했던 많은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쨌거나, 내후년이면 마흔살이 된다. 끔찍하진 않지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 나이가 벌써 불혹이라니?
오늘은 사랑하는 멋썸과 멋썸의 페이보릿 인생푸드, 곱창을 먹기로 했다.
나도 퇴근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좋겠다.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8
이제는 연상의 남자를 만나야 할때
주디에게는 키다리 아저씨, 캔디에게는 알버트 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주디나 캔디처럼 로맨틱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는 아니지만 키다리 아저씨같은 '연상의 남자'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동안 연애 경력을 살펴보면 짧게 만났던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동갑이나 연하와 만나왔다.
연하의 애인이 즈음의 트렌드라서가 아니라, 체질상 연하에게 어필이 되는 그런 타입의 여자인거다. 나는.
자기 주장 강하고, 나름 자기 전문 분야가 확실한 여자들에게 연하남이 어울린다는 세간의 이야기도 헛소리만은 아닌듯하다.
며칠전, 나이든 언니로부터 고마운 충고를 들었다.
다정한 후견인이자 사려깊은 멘토, 젊음을 수시로 각인시켜주는 연상의 남자친구야말로 정말 쓸모 있는 존재,
라고 언니는 말했다. 결혼을 함께 고민할 수도 없고, 힘들 때 의지가 되기는 커녕 좋을 때만 좋고 힘들만 그냥 떠나버리는 연하의 남자들. 여자의 능력앞에 위축되는 그네들보다는 오히려 정신적으로 대등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야한다고 했다.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요지였다.
공감한다.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다.
훈남 조혼의 법칙같은 것? 괜찮다 싶은 연상의 남자들은 이미 와이프가 있거나, 애가 둘이거나, 혹은 셋이거나, 어느CF처럼 남자친구가 있거나 뭐 제각각 이유들이 있다. 현명하면서도 재빠른 여인들이 모두 다 낚아챈 것;;
어찌됐건 친구들은 즈음의 나를 걱정한다. 너무 바빠 소중한 모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이미 놓친 보석같은 애인일랑 깔끔하게 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라고. 맞는 이야긴데 지금 여유가 없다. 새로운 무언가(일이건 연애건)를 시작할 에너지가 거의 제로상태다. 캔디랑 알버트 아저씨랑은 길고도 지난한 만화 연재 끝에 결국 사랑을 이룬 걸로 기억하는데(맞나?). 이 길고도 긴 과정의 끝에 알버트 아저씨가 뿅! 하고 나타나주기를 기대해보는 건 말도 안되는 바람일까? 아놔, 이러다 정말 일만하다 '독거노인님'이 되는건 아니겠지.
설마, 는 사람을 잡는다는데. 설마..아니겠지..
_2011. 비오는 금요일 이태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