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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17. 2023

[교수님 책] 가끔은 제정신

좋아하는 분이 글을 쓴다는 것이 주는 행복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생겼다. 바로 화요일.

화요일에는 허태균 교수의 <사회적 판단과 착각>이라는 수업이 있는 날이다. 첫 수업에서 그는 자신의 수업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하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심리학은 인간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 본질이 옳건 그르건, 바람직하건 아니건, 아름답건 추하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게 될거라고. 실제로 그의 수업은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했지만 불편한 그 만큼 내 생각이 조금 더 자라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오늘도 수업 후 충만한 감정으로 집엘왔다.

진즉에, 고등학교때도 이렇게 즐겁게 공부했다면 입결높은 대학에 들어갔을텐데. 이건 무슨 종류의 착각이려나. 과한 자의식....?


수업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와서 교수님 책을 마저 읽었다.


이책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과 실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착각한다는 사실. 그러나 모든 착각이 부정적인건 아니다. 지나간 내 사랑은 대부분 ‘착각’에서 싹텃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착각은 위험하다. 그 사람을 피하게 만들어서 그에 대한 내 착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태균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건 내가 틀린거 아닌가. 착각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

(오늘이후부터는 이질문을 늘 간직해야겠다)


여전히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거라는 착각. 그리고 두 아들들이 교수님을 꽤 괜찮고 멋진 아버지로 믿는 허교수님 착각도 깨지지 않길 바라마지 않는다.



제니퍼의 편애하는 밑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착각하는 것보다 덜 착각한다고 믿는다.


가장 훌륭한 탐정의 표상인 셜록홈즈. 그가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오히려 그들이 믿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믿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 혹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다 내말을 못 알아듣는 상대방이 머리가 나쁘거나 가치관이 이상하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그게 바로 당신이 순진한 사실주의에 빠져있다는 증거다. 그순간 상대방도 당신과 똑같이 당신에게 답답함과 한심함을 느낄 확률이 100% 다.


합격엿과 헛짓, 기도가 통하면 부정입학이다

한국 사람들은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고통 받으면 고통 받은 만큼, 그에 대한 보람이나 보상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모든 인간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살짝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고양적 귀인, 이라고 하는데 단지 겉으로만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공을 늘리려 거짓말하는게 아니라 실제 성공은 자기 덕이고 실패는 남때문이라고 믿는것이다. 이러한 착각에는 어쩔수없는 측면도있다. 다른사람과 함께 일할때 자신이 얼마나 그 일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하는지는 알지만, 파트너가 얼마나 걱정하고 고민하는지는 전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착각을 즐긴다. 자신이 원하는것과 일치하는 정보를 편안하게 느끼고 더 잘받아들인다. 이를 선택적 사고라부른다.


가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주장을 접할때 열린마음으로 나의 믿음을 돌아보자. 착각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현실감을 갖게 될테니까.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확시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일이 일어난 후에 이미 알았던 것처럼 착각하긴 쉽다. 사후예견 편향. 이런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그 착각의 여파로 다른 사람을 비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치 그런일이 일어날 줄 예측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착각은 마치 그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하고 그래서 막지 못한 사람을 더 비난하게 만든다. 만약 어떤일 후에 당신의 상사가 "그 뻔한걸 놓치냐? 그렇게 될줄 몰랐다는게 이상하다, 나는 다 보이던데"라고 말한다면 꼭 이렇게 얘기해주자. " 그렇게 다 알면 그렇게 될거라고 알려주지 그랬냐? 항상 지나고 나서 이야기해주지말고"


사람에 대한 착각은 특히 위험하다. 그중 부정적인 착각은 더 나쁘다. 긍정적인 착각은 실제 타인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고, 설사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착각 여부를 확인할 기회라도 준다. 그 사람을 멀리하지 않게 만드니까. 하지만 부정적인 착각은 그 사람을 피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착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할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린다. 그결과 자신이 옳았다고 더 큰 착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무엇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포기할 것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와 같은 말이다.


한국 부모들이 선호하는 '스스로 선택할 기회박탈'이라는 자녀 교육법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문화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짬짜면이 그것이다.지금 먹는 짬짜면이 인생의 마지막 식사가 아니라면 오늘 짜장면 먹고 내일 짬뽕먹어도 되는데 짬짜면으로 결국 선택을 회피한다. 짬뽕과 짜장면을 고르는 사소한 선택이었는데도.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은 태어난지 19년째 되는 해에 실패했다는 낙인에 찍힌다. 이들은 선택하지 않았고 그래서 실패하지 않았고 그래서 스스로 배운것이 없이 20년째 되는 해에 그냥사회에 던져진다. 그리고 이제부터 알아서 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집에 가서 크게 외친다. 여기 짬짜면 하나요!


은퇴한 사람들 중 다음 생에 성공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바로 자신이 하는일에 준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등산을 원래 좋아해서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산을 이미 가보고 등산장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등산용품점을 차리면 손님들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이세상에 모든 유니폼은 탈 개인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엄친아들이 극소수의 돌연변이 수준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알면서도 우리 사회는 왜 그렇게 엄친아에 열광할까? 우선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만은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로 보고 싶은 아주 기본적이고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이를 ‘자기고양동기’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과 하향비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뭔가 다시 해볼 만한 찬스가 있고 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심리적 고통을 감수하며 상향 비교를 한다.


그 말을 들은 나와 내 아내는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의사에게 송곳니부터 나오는 것이 정상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미국인 이사는 주저하지 않고 “정상이다. 걱정할 거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제야 안심한 나는 밝게 웃으며 의사에게 다음과 같이 확인질문을 던졌다. “이런 아이들이 가끔 있는 모양이죠?” 그랬더니 그 의사가 “아니요. 저는 처음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황당한 나머지  화를 내며 의사에게 그런데 왜 정상이라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의사가 내게 되물었다. “왜 송곳니부터 나오면 안 되는데?” 나는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이 그렇다고 그게 더 옳은 것처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과 다르거나 평균에서 벗어났다고, 또는 튄다는 이유로 그것을 옳지 않다고 보는 것도 우리가 만들어낸 ‘착각’이다.


힘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눈이 맞게끔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신중하고 싶다면 가끔은 확 질러라

때로는 확 질러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연봉협상에서, 가격흥정에서, 위자료 협상에서 우선 원하는 금액을 불러봐도 괜찮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보다는 낮게, 혹은 그것보다 높게 조정하려 들 것이다.


모두를 이해하면 배신자가 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모습보다는, 다양한 가치에서 두 세력으로 나누어져 서로를 죽일 듯 비난하는 모습으로 꽉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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