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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20. 2023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심리학적 관점 세가지  

헤드헌터에게 심리학은 필수다!


헤드헌터로 일하는 13년동안 내 안의 것들을 모조리다 탈탈탈 털어내서 썼다.

더이상 내 안에서는 꺼내어 쓸 것이 없고 그래서 텅비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죽음'을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게 불과 작년1월의 일.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친한친구와 뮤지컬을 보면서 아주 찰나 '사람들이 이래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건가,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정도의 단계였다. 그런 생각이 든 계기는 회사내 top performer 순위에서 멀어진게 직접적 원인이었는데, 그 단계에서 더 심각해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성과관리>에 집중했다.


헤드헌터로 일하는 동안 나를 자존감 뿜뿜하게 하는 것도 성과였고, 죽음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 것도 그것이었기에 다시 성과를 올리면 해결될 일이라는걸 알았다. 근데 대체 그 성과가 뭐길래, 나란 사람은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괴롭히는 걸까? 왜 그렇게까지 성과에 집착하는 걸까? 낮은 자존감 상태를 높은성과를 통해 높게 올려높고 싶은걸까? 그래봤자 그 상태 자존감이 얼마나 지속된다고?


자존감이 그닥 높은 유형은 아닌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또 과한 자의식이 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는데, 나라면 남다르게 했을텐데, 하면서. 그런 자의식이 지금의 나를 있게했는지도 모르지만.


브랜딩 수업 과제로 발표자료를 만들어야해서 <헤드헌터, 심리>에 대해 검색해보았는데 정작 insight를 줄 수 있는 자료가 별로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헤드헌터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서 실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중언부언 늘어놓고 있었다. 이글을 읽는 다른 헤드헌터들이 나를 향해 <대체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냐, 다르냐>묻는다면 할말은 딱히 없다. <자의식이 과한 타입입니다만>이라고 말할 수 밖에.


나는 나를 향한 기준과 잣대가 높다. 그 기준이 높으니까 일로써 행복에 이르는 길이 좀 멀리있는 편이다. 그래도 최근에 자기효능감 뿜뿜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스타트업에서 힘든 채용건 하나를 마무리 한 것. 한국에 인사 담당자가 없어서 짧은 영어로 삼인삼색 이해 당사자들(인도인, 중국인, 미국인)을 하나로 모아, 원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서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채용건이었는데 시차때문에 새벽 2시까지 대응해야 하는일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상황을 모르는 세명의 외국인들과, 나를 믿고 채용포지션에 지원하고 인터뷰하고 오퍼레터를 기다리고 근로계약서에 사인한 후보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두번 세번 확인하는 작업들을 거치면서 나에 대한 확신같은게 생겨서 밤새 일해도 피곤한줄 모르고 즐겁게 임했다.

그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까지 걸린 시간이 5개월 반이다. 심지어 어떤 채용건은 8개월, 1년도 늘어지니까 5개월 반이면 어쩌면 그리 긴시간은 아니다. 내게는 몹시도 길게 느껴졌지만.


그나저나 도대체 왜 나는 그렇게 '남달라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


후보자들에게 하는 질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포지션으로 몇명의 동료가 더 있습니까?
그럼 그 10명의 풀스택 개발자 중에서, 6명의 세일즈 중에서, 5명의 파이낸스 팀중에서, 15명의 HR 동료중에서 그러니까 당신과 같은 일을 하는 그들에 비해 당신이 남다르게 해온 성과가 있나요?
그 성과로 인해 조직에서 인정받은 경험이 있는지요?


내가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주로 묻는 질문들이다.

채용면접관으로 활동하다보면 빠른 시간내에 (대부분 10분) 6-7명의 지원자중 역량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내 감으로, 편견으로, 학연지연으로가 아니라 전문성을 묻는 질문을 통해 후보자들이 대답하는 답변을 통해 채용사가 원하는 요구사항과 역량에 맞는 1인을 뽑기 위해서는 역량검증을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트레이닝을 받는데 상기 질문들도 그중 일부다.


아무래도 채용면접관으로서 그런 질문들을 후보자들에게 자주 하다보면,

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제니퍼, 너는 90여명의 동료 헤드헌터들에 비해 남다른 게 뭔데?
너의 성과로 인해 조직에서 인정받은 경험이 있는지 최근 1-2년 사이 구체적으로 말해봐,


내가 후보자의 역량평가를 위해 했던 질문을 그대로 나에게 대입해봤을때, 최근 1-2년 사이 답변할게 없어서 괴로웠다. 분명히 5년전에는 있었는데, 최근 1-2년 사이엔 없었던 것 같은거다. 남다른 헤드헌터가 되라고 회장님이 누누히 말씀해주셨는데 과연 나는 남다르게 하고 있나, 내 일을? 그런 회의감이 들었는데 그러던 차, 채용면접관 자격증을 획득해서 면접관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면접준비하러 다니는 후보자들을 만나고, 속에는 많은것들이 있는데 겉으로 표현못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면접장을 나가는 후보자들도 만나보면서 텅빈 가슴속에서 열망같은게 하나둘 올라왔다. 그래, 내가 갈길은 코칭이다.

커리어 코칭을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아무리 성과가 좋았어도 작은 프로젝에 실패해도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타입의 사람들, 기껏 시험보고 면접장까지 와서 한마디도 못하고 퇴장하는 사람들, 과잉 자의식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 같은 말이라도 비수가 꽂히게 하는 사람들. 그들이 리더의 자리에 갔을때 생기는 조직의 크고 작은 불상사들.....


나는 그런것들을 코칭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하고 알아보다가 작년말 원서를 내고 올해 3월 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그리고 심리학을 배우면서 심리학도 모르고 그간 어떻게 헤드헌팅일을 해왔는지 용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심리학은 헤드헌팅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 꼭 필요한 필수과목이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심리학을 배운지 3개월밖에 안된 햇병아리라 심리학을 나의 일에 접목한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선무당이사람잡을일이지만 허태균 교수말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view 라는게 생기기는 게 중요하니까.


최근에 회사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기술할수는 없겠지만 요는 언제나 그렇듯 조금 특이한 행동을 한 사람의 일부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은 00이다" 결론짓는 흔하디 흔한 사건 중 하나였다. 딱히 사건이랄수도 없는.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수가있지? 정말로 이해가 안돼>하면서 그 사람이 너무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일들이 다반사인데 그런 상황속에서 나는 A가 왜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는지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그 태도를 왜 형성하게 되었는가,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은 그 태도를 바꾸겠는가. 이런거에 고민하다보니 그사람 자체에 대해 험담하는 상황에서 피해있을 수 있었다.




첫째. 사자가 노루를 통째로 삼키면 안되나?

흔히들 우리가 믿고있던 고정관념. 가치관들.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오래전부터 믿어왔던 생각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손가락질하거나, 편을 나누거나, 선을 긋고, 엑스자를 쳐놓고 피하고 보는 경향이 크다. 나역시 전형적으로 그런사람이었다.

그런데 허태균 교수의 두번째 수업이었나. 교수님이 여러분 <사자가 노루를 통째로 삼키면 안되나요>라고 물었는데 유레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가 특이한 행동을하면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인간의 특이함에는 날을 세우는걸까? 그 행동이 결국은 내게 피해를 줄수있고 안전하게 나를 보호하려고 형성된 태도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인지하고 싶은 삶의 태도는 포용과 이해다. 편협과 아집이 아니라.

그래서 나는 이 관점을 널리 유용하게 쓰려고 노력중이다.

이상하고 특이한 행동을 하는 저 사람을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읊조려보자.

사자가 노루를 통째로 삼키면 안되는 건가?



둘째, 사람들은 의외로 합리적이지 않다.

실제로 많은 구독자를 두고 있는 면접왕 **님은 면접시작하자마자 특정 후보자가 마음에들어서 질문을 많이 하지도 않고 속으로 높은 점수를 준 그 후보자를 다른 면접관에게 입증시키기 위한 질문을 한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날들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다만, 그런데 그게 옳은방식은 아닌다. 내 느낌으로, 그사람 스펙으로 판단하기보다 역량검증을 위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을 보면서 면접을 봐야하는데 착시효과 (영어를 잘하는 후보자가 일도 잘할것이다. 입결높은 학교 졸업생이 더 일을 잘 할것이다 등등)와 고정관념, 스펙들에 가려져 후보자의 진짜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힘든일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헤드헌터니까, 헤드헌터라면 그 과정을 공부해나가야한다, 고생각한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헤드헌터들도 있을테니, 그건 각자 알아서!

사람들의 사고/생각은 의외로 체계적인 순서로 합리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냥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내 결정이, 선택이, 그렇게 합리적으로 도출된것은 아니라는. 그럼 상대방이 말도 안되는 결론을 도출해내도 그렇게 화가 나거나 이해 안될일도 줄어들게 된다. 매직같은 효과!

그래서인지 좀 위험한 발언일수있지만 심리학은 어떤 면에서 내게 있어 매직이기도 하고 종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님, 제가 하나님 외에 심리학을 섬기겠다는 말은 정녕 아니옵니다!)



셋째, 내가 틀린거 아닌가? 내가 착각한거 아닌가?

두번째 결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 첨예한 대립에도 내가 틀린거 아닌가? 내가 착각한게 아닌가? 생각할수있다. 근데 나만 옳고 내가 합리적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에게서는 내가 틀린거 아닐까, 라는 생각자체가 나올수가 없다.


생각의 문과 마음이 열려야 사자가 노루를 통째로 삼키면 안되나, 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 사람들이 의외로 합리적이지 않지, 라는 입장도 이해하게 되고

그럼 내가 착각했을수도 있겠나, 하는 타협점이 생기는거다.


앞서 말한 세가지 관점들은 그래서 하나하나 개별적인 게 아니다.

세트로 다녀야 하는, 일맥상통한 관점인 것이다.




심리학을 배운지 겨우 3개월차가 심리학적 관점을 운운하는것이 너무도 부끄럽기짝이없지만

브랜딩 발표과제를 위해 공부하다가 몇줄 끄적이고 싶어서 쓰게 된 글이 본의아니게 길어졌다

이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면서 불현듯 기시감 같은게 스쳤다.


심리학교수나 심리학도들이 내 글을 보면서

아까 오전에 말도안되는 몇몇사례로 그게 헤드헌터의 전부인양 이야기했던 유튜브 상에 어설픈 헤드헌터들을 보고 느낀 감정을 느끼고 있겠구나, 하는 낯부끄러움.



와우.

팀 막내가 내게 자주해주는 말이 떠오른다.

팀장님, 저는 살면서 팀장님처럼 자기 객관화가 뛰어난 분을 본적이 없어요, 진짜 대단해요.



자기 객관화가 뛰어난 제니퍼씨는 그럼 부끄러움을 느끼며 이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오전 11시 48분.

밥을 좀 지어봐야겠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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