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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Sep 09. 2023

생일이 뭐 별건 아니지만

43세 생일


1981년 가을, 그러니까 추석전날.

송편빚을 준비를 하다가 엄마는 병원에 실려가 나를 낳았다.

종갓집 큰며느리로 대가족을 위한 명절음식을 책임져야하는 엄마는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눈코뜰새없이 분주했는데, 그와중에 진통이 오자 5번째 아이는 아들일거라 확신하며 너무도기쁘게 병원에 달려갔(을 거)다. 너무도 선명한 아들 태몽을 꾸었고, 반무당으로 동네의 대소사를 예언해주었던 이층집 할머니가 이번만큼은 아들이 확실하다고 몇번이고 확답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날 내가 태어났고 엄마는 울면서 미역국을 드셨고 아빠는 끊었던 담배를 꺼내 태웠다, 고 전해진다. 5번이나 같은 기대를 했지만 매번 기대와 다른 결과를, 심지어 아주 오래도록 모진 진통을 끝내고 마주해야 했을때,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들 기분좋게 모여 곧 태어날 아이(그 아이는 반드시 아들이어야했다)를 기대하며 기다리던 추석 전날, 내가 태어났다. 모두의 바람을 등지고 하필이면, 여자로.

그날의 분위기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가끔, 7살 이전의 내 유년시절의 기억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명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그 시절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제일 큰 정서는 단연코 슬픔이다.

그시절 내 기억엔 슬픔의 정서가 감돈다.


아들을 바라는 집에 다섯번째 딸로 태어나, 대접을 받지 못했던 다섯살 제니퍼의 전략은,

이 집안에서 서바이벌 하면서 인정도 받기위해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집안일과 청소를 도맡아 하는 것. 다른 언니들에 비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집안의 대소사에 관여하면서 존재가치를 인식시켜가는 것.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가 되는 것, 이었다.


이 이야기는 뭐 그렇게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거나,


그 어린 제니퍼가, 자신에게 척박한(덜 호의적이었던) 환경 하에 세운 전략때문에 어디서든 누구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도움을 주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어디서든 리더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뜻을 관철해나가고 있으니 나름 잘 자라온 것 같다. 남을 챙기고 배려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는데는 소홀할때가 많다는게 문제는 문제지만.


43살이 되어서도, 5살~7살 무렵의 나를 떠올리면 슬픔이란 감정이 밀려온다.

어린 제니퍼가 선택한 전략은 그런대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줬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었으니 나를 좀 더 보살피면서, 나에게 더 관대해지면서, 나 먼저 보듬고 사랑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도 되지 않을까, <BDPI 성격검사 해석상담>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self compassion. 이라는 개념.


지인의 생일축하에는 진심이지만 내 생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비중을 두는 편은 아닌 나.

어떤 해는, 선물 보이콧을 선언했고, 또 어떤 해는 혼자 훌쩍 땅끝마을로 떠나서 아무도 만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애인이 있었을때는, 그 친구랑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애인이 없는 대부분의 해, 나의 생일에 나는 딱히 하고싶은 게 별로 없었다. self compassion 의 일환으로, 올해는 내 생일을 원없이 축하받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조금 더 즐거운 감정으로, 조금 더 소중하게.



Part 1. 4인방 모임 (feat BDPI)

넷다 공연을 좋아해서 뭉친 4인방.

오늘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수연언니 덕분이었다. '제니퍼는 매번 다른사람 생일만 챙겨주었는데 이번엔 네 생파도 하자'고 제안해준 텔레그램 메세지를 보고 감사했다. 우리 둘째언니 외에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평소라면 일이 바빠서 생일은 그냥 넘겼을텐데, BDPI 상담을 받은 직후라 '하루정도 반차를 내서라도, 내가 직접 판교로 가서 나의 지인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다 오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도 BDPI 심리상담 받아보고, 꼭 해석 상담 받아봤으면 좋겠다. 리더들은 정서지능이 높아야 퍼포먼스도 높아진다고 하는데, 정서지능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는데 그렇게 유용할수가 없다. 믿어보시기를!)




전자매님이 올해 내 생선으로 골라준 제품은  toun28 아로마오일과 바디스크럽으로 모두 인체에 무해한 것들이었다. 인위적인 향이 들어간 화장품이나, 화학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쓰지 않는데 언니들이 알아서 좋은 오일을 사주셨다. 오일쓰는 방법 메뉴얼 안 읽어보고 엉뚱하게 발랐다고 수연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세번 정도 맞았지만 괜찮았다.




Part 2. 그인더팀

어쩌다 세사람의 생파가 되어버렸지만, 다들 바쁜 사람들을 생일이라는 명목으로 모을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는 모임이다. 두분의 상무님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화장안하고 다니는 나를 위해 립스틱을 사다주셨다. 립스틱이라도 좀 바르라는 의미로 감사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요즘 이례적으로 거의 매일 립스틱을 바른다. 의외로 은은한 컬러톤이 잘 맞는것 같다.



판교에서 잠실로 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을바람이 너무 좋다.

<외딴섬 로맨틱>을 들었는데 이곡을 들으면서 왜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울진 않았지만 거의 울뻔했다.

그녀로 인해 생긴 가슴의 멍들은 푸른 젊음이었다는 김동률이나, 가슴아픈 상대의 거짓말도 잊어가면서 지금은 비록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건 볼품없을지라도 또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가다듬고 기다리겠다는 잔나비의 노래가사처럼 지난 사랑의 상처도 승화해서, 새로운 사랑을 아름답게 시작해보픈 그런 분을 만나고 싶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 더위에 자리를 내주고 있던 연애세포가 활기를 찾는 것 같다.


잔나비는 대체 어떤 감성을 가지고, 어떤 사랑을 한걸까? 김동률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연애를 했길래 이렇게나 멋진 곡을 남겼을까?


Part 3. 한그루 (aka 미리줄리)

이 친구둘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훨씬 덜 재미있고, 꽤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줄리는 생일 카드에 각서를 쓰라고 썼다. 어디가지말고 우리들 트라이앵글을 지키자고.

나는 쓰지 않았다. 그 각서는, 차마 쓸수가 없었다 하하하하!


우산없는 나를 위한 미리의 센스있는 선물과 고줄리 선생님의 사랑스런 꽃다발


강동 성내 꽃집 <줄리의 정원>

자기가 만든 꽃 자기가 더 감동하고 좋아하는 <줄리의 정원> 고사장님,

우리 한결같은 미리짱 고맙습니다.

강동구 꽃집, 성내꽃집으로는 #줄리의정원 추천합니다. 언제나 기대 그 이상으로 감동을 주는 꽃다발 만들어주시고 사장님도 진짜 진짜 찐친절합니다 ^^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객관적인 타입입니다~~ㅎㅎ)


Part 4. 드림팀

우리 팀분들이 선물해준 새로운 에어팟. 다나썸머캐롤엘레나, 로 이름 새겨달라고했더니 너무 길다며 제니퍼,로 각인을 해왔다. 모쪼록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는 하나!




회사 동료들, 친구들, 지인 대부분이 화장품을 사줬다.

그간 너무 화장을 안했던건지....이번기회에 화장을 좀 잘 배워봐야겠다. 차근차근 열심히 배워봐야지!


제니카 카라의 방향제, 제시카의 립스틱, 켈리+안젤라의 클린저


대학원 베프가 보내준 독서대, 회사 전무님이 사주신 키엘 그리고 베상님이 직접 써보고 강추한 손상개선크림


월요일 아침, 내 생일 맞아 선물을 골라준 센스 있는 언니들.

카라, 제시카, 안젤라, 켈리. 전무님, 그리고 수정이 모두 고맙습니다.

p.s 혜정이의 커피+케익세트도 감사해요.



나의 베프가 보내준 신박한 선물 &

실용주의자들의 선물  



인도네시아에 있는 내 베프가 보내준 yes24 모바일 금액권, 이 선물이 올해 받은 선물중에서는 가장 신박했다. 미래 책방주인이 되기 위해 좋은 책 많이 읽으라는 맘으로 보내준 것 같은데 그 소중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꼭 좋은책 골라서 읽어보고 후기(브런치 글) 남겨야겠다. 제목은, 내 친구가 선물해준 상품권으로 산책들 ㅋㅋㅋ


그외 뚱아언니와 그분이 용돈을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잘쓸게요~


실속형들







Part 5. 미점 (미녀들의 점심식사)

리프레쉬 데이를 맞아 세시에 끝나는 날. 상무님 전무님과 함께 샤브샤브집 <샤블랑 157>엘갔다. 상무님이 미리 준비해준 와인도 한잔, 기네스도 한잔 마시고, 생활맥주로 자리를 옮기려고했는데 너무 이른시간이라 (네시반) 문이 닫혀있어서 맞은편 깐부치킨에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애석하게도 사진을 한장도 찍지 못했다 ㅠ



Part 6. 가족

아직도 우리가족은 내 생일을 음력으로 챙겨준다. 추석시즌이 되어야 추석전날 생일을 축하해주는게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가족들 선물과, 파티는 나중에 다시 업뎃하는걸로!





에필로그. 그를 위한 기도

올해는 특별히, 내 생일을 축하받고 싶은 the one이 생겼다.

지난주 팀 막내가 <배우자 기도>는 '하나님께 이런 이런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세요'라며 키는 몇이고, 어떤 직업이고,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블라블라 하면서 내 바람을 적는게 아니라 그를 위해 기도를 해주는 거라고 말했었다. 신박한 말이다. 한번도 그런 기도를 해본적이 없었는데....

즈음에 그런 기도를 해주고픈, 사람이 생겼다.

오늘 그의 하루도 부디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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