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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Sep 04. 2023

죽음이란 무엇인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리트리버, 레오 



혼자 남겨진 밤이 되니 

덩그러니 흙바닥에 누워 죽어있던 레오의 모습이 떠올라서 괴로워졌다.






회사는 31년만의 큰 변화가 생겨서 팀장단 미팅이다 뭐다 정신없었고, 

그 와중에 대학원 2학기가 개강했고, 10월 초에 입사하기로 한 후보자는 어떤 이슈가 생겨서 입사자체가 어려워질 상황이 생겼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 일하는 틈틈이 이사갈 집도 둘러보았다. 

그래서 오늘도 이런 저런 정신없는 와중에서 레오를 생각할 틈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었으려나.


그러나 혼자있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우리 레오생각이 났다. 

모든건 그대로인데 레오만 없는 이 상황이 아직도 낯설고 인정하기 싫다.


중고등학교 절친이었던 고향친구와 최근 1년 정도 연락을 하지 못했다.

꽤 친한 친군데 은둔하는 중이었고,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연락을 하지 않고 다만, 기다렸다. 

그런데 낮에, '다이아'라고 그 아이 별명이 전화기에 뜨자 너무도 반가웠다. 드디어 전화가 왔다!! 친구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도 따라 울었다.


친구는 말했다.

"중학교때 니가 희정이네 가서, 내가 희정이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나한테 쓴 편지를 읽었어. 

우연히 방 치우다가."


"그래? 무슨 편지였을까?"


"내가 희정이에게 은숙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라고 썼었는데 그걸 본 니가, 

내게 편지를 길게 써줬더라고. 니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구구절절 진심을 꾹꾹담아서."


15살의 나의 진심이 담긴 편지가 마흔세살의 어른에게도 여전히 감동을 주었나보다.


언젠가 첫사랑과도 이와 똑같은 경험을 한적이 있다.

그에게 매몰차게 이별을 고했는데, 진짜로 마지막같아서 붙잡을수가 없었다던 그가 일주일만인가 집앞으로 찾아와서 그렇게 말했었다.


"너는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니가 내게 보낸 그간의 편지들에는 너의 진심이 담긴 진짜 마음들이 적혀 있었어. 차가운 니말보다 니 편지에 담겨있는 따뜻한 진심이 진짜 네 마음같아…”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결국 헤어졌지만)


평소에 내가 쌓아둔 선한 행동이나 진심이 담긴 일들은 언젠가 내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믿는다. 


조용하고 어두운 나의 침대에 누워 음악도 듣지않고, 인스타도 하지 않고, 유트브 음악도 듣지 않노라니 그렇게 또 자연스레 우리 레오가 떠올랐다. 어떻게 이처럼 큰 동물이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죽는걸까.

물거품처럼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걸까. 

나는 아직도 우리 레오의 죽음이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집 막내 레오의 죽음으로 배운게 있다면 오늘을 살아내라는 것.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오늘 이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더 다정하게 말하고

메세지 하나라도 진심을 담고

한번 더 눈웃음 지어주고

눈마주치는 이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면서

오늘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

그게 내가 레오의 죽음으로부터 배운 일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VZgWjAsBhA&t=15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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