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할 재능은 없으면서 아티스틱한 감성만 타고난, 나란 인간
이사하기 위해 수십군데 남의 집을 보러다녔지만
결국 돌고돌아 내가 제일 맘에 드는 곳은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이다.
조금 더 넓었더라면
방 하나가 더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햇살이 눈부실만큼 잘 들어오고
거실과ㅡ 베란다와 안방까지 통풍이 끝내주고
엘레베이터도 있고 (집 보러 다니면서, 지금보다 넓은 20평형대 빌라는 엘베가 없는 집들이 많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엘베의 소중함을 느끼즌 즈음이다.)
몰리짱 언니 집과도 가깝고
회사랑도 두정거장이고
사실 떠나야할 이유가 없기는 하다.
집주인에게 반전세 개념으로 월 52만원을 내야한다는 것 외에는.
안방에서 바라다 보이는 곳이 초등학교다.
쉬는 아침에는 새소리도 새소리지만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기분좋게 잠에서 깬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꼼짝않고 침대에 있었다.
2021년 11월에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난 직후에는 매일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커피와 술, 밀가루 모두 끊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야지 다짐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지키고 있는거 커피를 안마시는 것 외에 하나도 없다.
운동해야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뱅갈이 가지를 쳐줬다.
가치 친 아이들은 물꽂이 해두었다가 뿌리를 내리면 친구에게 주곤했는데, 집보러 놀러온 아랫층 301호 아주머니에게 선물로 드리니 엄청 좋아하셨다. 바로 흙을 사다 화분에 옮겨심으셨다고 사진도 보내주셨는데
우리 뱅갈이 새끼들
301호에서도 뿌리 튼튼하게 내리고 잘 살기를!
언니가 응원할께:)
해가 저물기 직전,
정면으로 쏟아지는 해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이대로 맘만 먹으면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그래도 맘은 먹지말아야지)
제주에 갔던 여우 언니가
김포공항에서 잠실로 나를 데리러 오는 중이다.
와인 한잔 하고 낮잠 조금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벌써 다섯시 언저리.
해가 지는걸 만끽하면서 게으름을 피웠더니
어느새 밖이 깜깜해졌다.
운동해야하는데
운동은 커녕
라면에 떡사리까지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찬밥까지 말아먹었다.
아아아
왜, 나는, 이토록, 언제나
공복에 지고 마는가.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가.
운동을 미루는가.
해야할 일들을 끝까지 미뤄두는가.
아무래도 올해 이사는 못갈 것 같다.
이 집보다 더 좋은 집 (햇살 좋고 통풍 잘되고 주차 가능하고 베란다나 테라스 있고 몰리짱 집과 가까운집)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