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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Nov 08. 2023

갈등을 조율한다는 것 그리고 서사정체성에 대하여



자주 쓰는 단어인데 가끔 그 뜻을 굳이 사전을 통해 재확인해보는 경우가 있다.

갈등, 이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지만 사전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했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

예를 들어 노사간의 갈등, 같은 것.

두번째, 마음속에 두가지 이상의 욕구 등이 동시에 일어나 갈피를 못잡고 괴로워하는 상태.


올해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심리과학 대학원이었는데 기치가 신선했다. 대략 '복잡한 문제속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우리 일만큼 매일매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없었기에 두번생각하지 않고 지원했었는데 아직은 5학기 중 2학기 과정 중이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했지만, 갈등을 해결하려다 더 속이터지는 경우도 생겼지만, 어쨌거나 오늘도 갈등하나를 해결해냈다.


갈등의 근원을 파악한 게 오늘 오후 네다섯시 경이었고

갈등의 당사자와 한시간 넘게 통화하고, 이해 당사자와 대화해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게 22시 반이었으니까 중간에 급한일 처리한걸 제외하면 4~5시간 정도 이 갈등해결에 내 애를 쓴 것 같다.

결론은 모두의 해피엔딩. 나만 빼고.

사실 나도 뭐 행복하다.

당사자 1이 진심으로 고맙다고했고 당사자 2도, 내 갈등해결의 메일을 보고 <제니퍼는 꼭 책을 썼으면 좋겠다. 헤드헌팅 관련된 일로. 그렇게 되면 유퀴즈에 나갈 것 같다>고 했는데 당사자 1과 2가 모두 만족스런 결론이라는 데에서 나의 미소도 두수푼 정도 가미해볼 수 있겠다.

물론,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도 감정이 상할 때가 종종 있어서 상대가 조금 더 여유롭고 관대해질수는 없는건가에 대해 속상할때가 있지만 이번에도 잘 극복했다. 왜냐하면 서로 소중하게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사이이기에.


갈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고 싶다. 내 이야기라면 늘어놓겠지만 각자의 프라이버시라는게 있는 일이니까. 업계의 비밀, 정도로 살포시 덮고 넘어가기로 하자.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으니까 오우케이.



그런데 갑툭튀 유퀴즈냐고? 웬 유퀴즈냐 싶을 수 있겠지만 내 오래된 꿈은 무한도전에 출연하는것이었다.

어떤 주제로든 상관없으니까 무한도전 멤버들, 특히 유재석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무한도전이 종영됐고 자연스레 내꿈은 유재석의 다음 프로 유퀴즈 출연으로 옮겨졌다. 처음에 길거리에 지나다 평범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컨셉이라 나도 가능할수있겠다 꿈을 키워갔는데 코로나 이후로 명사 혹은 연예인, 독특한 직업 혹은 직업외에 특별함이 더해진 출연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의사가 아니라 복싱선수 대회에 나간 의사라거나, 그냥학생이 아니라 수능만점자라거나, 뭐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런식으로.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사람이 초대된다고 한들, 그 행운의 헤드헌터가 제니퍼가 될리 없지만

다소 평범한 헤드헌터라는 직업 외에 뭔가 더 강력한게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먹방 유투버이자 헤드헌터랄지. 무슨무슨 책을 쓴 헤드헌터랄지? 하기사 뭐, 윤** 출연 이후로, 유퀴즈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서 그 열망이 조금 사그러들기는 했다. 그러나 또 망각의 동물답게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감은 옅어져버렸다. 하하하

유퀴즈 작가들이 브런치를 검색해서 헤드헌터 제니퍼에게 연락해주는 날이 오기를! 먹방 유투버가 되거나 작가가 되어야 가능하려나….


                                                                                            


어제 심리과학방법론 시간에 서사정체성에 대해 배우다가 드라마 두편을 살짝 소개해주셨는데 강의시간에 하마터면 울뻔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에 나오는 고귀남이 아둥바둥 사는 이유와

동백꽃 필무렵의 미혼모 동백이가 황용식을 만나면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립해나가는지에 대한 부분이 짠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해서.



김비서가 왜그럴까 중에서

고귀남이 아둥바둥 사는 이유


언뜻보면 잘생기고 일도 잘하고 다갖춘듯한 고귀남이 너무 아둥바둥 살자 어느날 여직원이 그 이유에 대해 묻는다. 고귀남은 훗날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말’ 듣지 않도록 부자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고 했다. 여기서 그런말이란 그냥 공부를 잘한다고 하면되는데 '집이 어려운데 공부를 잘하는 고귀남'이라고 하는 사람들, 그냥 취직한거 축하한다고 하면되는데 '형편 어려운데 잘됐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이런 말도 다 먼지차별 아닌가!

(요즘 다양성 수업에서 먼지차별이란 주제로 발표를 준비중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건강을 해치는 초미세먼지처럼 드러내놓고 하는 차별은 아니지만 결국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차별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microaggressio이라고 한다. 예를들면 결정장애, 와 같은 장애를 넣은 단어처럼 딱히 비하의 의도는 아닌데 비하가 되는 그런 말들을 말한다)

언어적 먼지차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즈음에 와닿았던 드라마 대사 #집이어려운데공부를잘하는고귀남


엄마가 있는데도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 동백이. 그녀에겐 아주 잘나가는 야구선수 남자친구가 있다. 근데 그는 동백이를 드러내지 않고 동거녀로만 취급하기때문에 동백이는 티비로 남친 야구경기를 볼수밖에없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는데 동백이는 자신의 자식까지 자기처럼 살게 할 수 없어서 남자친구로부터 야반도주한다. 이후 술집 겸 밥집을 하며 사는데 아들을 키우며 혼자 사는 여자가 술집을 한다는 것 자체로 동네에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게 되자 동백이는 점점 더 움츠러 들게 되고 가급적 사람들 눈에 띄지않기위해 ‘땅을 보며 걷는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동백이에게 슈퍼맨같은 황용식이 등장하는데 용식이 역할이 어마무시하게 중요하다. 왜? 동백이의 인생이야기를 새로 써줬으니까. 미혼모에 고아라고 자신의 팔자는

박복하다는 동백이에게 용식이가 이런 말을 해준다.

미혼모에 고아인데도 필구를 혼자서 그렇게 잘키우고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데,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착한 동백씨에게
박수쳐줘야해요


미혼모에 고아라는 같은사건에 대해 용식이는 그 의미를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이후 동백이의 삶은? 용식이가 말해준대로 정체성을 재정립해나가며 멋진 마인드를 갖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님 이야기. 대학교때 오빠랑 집에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전신화상을 입었는데 그때 손가락 마디도 녹아내렸다. 그런 그녀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은 이제 사고를 당했다가 아니라 사고를 만났다, 라는 표현을 썼다. ‘사고를 당했다’고 표현하게 되면 그 사건으로부터 자신은 언제까지나 피해자지만 ‘사고를 만났다’라고 표현하면 그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사고를 <예기치 않은 만남>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아아 멋진 사람!!!! 사고이후 많으걸 잃었다는건 변하지 않지만 사고를 당했다는걸, 사고를 만났다는 말로 바꿈으로써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사고를 만났지만 헤어진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이지선씨. 당신 진짜 찐으로 최고에요!!



박선웅 교수의 서사정체성 수업 중에서




앞서 언급한 세사건 모두 서사정체성과 관련이 높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인의 인생 이야기로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가 그 사람에 대한 정체성 그 자체, 라는 개념인데 그냥 보여지는 고귀남, 동백이, 지선씨가 아니라 그들의 일생일대ㅡ 중요한 이야기들을 듣고나면 고귀남, 동백이, 지선씨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진다는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서사정체성을 시작하는  첫단계인데, 수업을 들으면서 메모해봤다. 제니퍼는 어떤 사람이지?


자존감이 낮았지만 그걸 극복해서 결국 자존감낮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을 준 사람?

반복되는 낮은자존감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엔 해답을 찾은 사람?

스스로 경험해서 아는사람?

가족들에겐 예민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

혼자있고싶은데 오지랖을 부리게 되는 고슴도치 같은사람?

부정적인 정체성에서  긍정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긍정적인 정체성으로 시작해서긍정으로 정의하는 사람대비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부정적으러 끝내는 사람의 우울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늘의 갈등을 겪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갈등속에서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여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이끌어낸 사람, 이 되었고

지금 당장 내가 손해보더라도 타인의 니즈를 먼저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로 정의해도 될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3시 21분.

일찍자고 일찍일어나서 내일  주어진 일을 하고 20시엔 학교에 가서 <리더의 정서지능> 수업도 받아야하는데 또 자정이 되어간다.



자정에 퇴근하는게 익숙한 사람........................................



내가 나의 정서지능을 키우는데 자정퇴근이 그다지 긍정적인 역할을 할것같진 않다. 그래도 밀가루 끊은지 일주일째. 인스턴트+밀가루를 제외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낀다.그런 연구도 있을까?

밀가루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 같은 거?

논문을 읽어본건 아니지만 난 유의미한 영향이 있다고 주장하는바다.

어쨌거나 밀가루를 멀리하니 좋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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