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때문에
쓰레기통을 뒤져본 엄마

by 책읽는 헤드헌터



2023년 11월 6일 월요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에어팟이 없어진 걸 알았다. 분명히 지난주에 엄마집에서 영어 공부할때 썼었는데. 잊어버렸을리가 없다고 굳건히 믿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주중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는 막내딸의 전화에 낮잠을 자다 화들짝 놀란 엄마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앗. 근데 뭐라고 설명하지.

우리 엄마가 에어팟을 알리가 없는데.


"엄마, 엄지손톱 세개 합친 크기 만한 하얀색 플라스틱 같은게 있어. 그게 좀 비싼 거거든? (비싼 걸 잊어버렸다고 말해야 엄마가 더 집중해서 찾아주기때문에 꼭 덧붙여야한다) 내가 쇼파 근처에 두고 온것 같으니까 좀 찾아봐줘"


뭐든 대강 하질않는 엄마.

한시간이 훌쩍 지나도 전화가 없길래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거 그냥 둬요. 너무 작아서 내가 주말에 가서 찾아볼께 집 아니면 갈데가 없어 걱정하지마요"


안봐도 비디오지, 한시간 넘게 엄마는 여기저기 이방저방 알지도 못하는 물건을 찾으러 다녔을게 뻔하다.. 앞으로는 엄마한테 '잃어버렸다'는 말로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지...괜히 엄마 속을 볶았다.


그렇다면 나의 에어팟은 대체 어디에?

내가 찾아봐달라고 요청했던 쇼파에 얌전히 있었다. 엄마는 왜 못봤냐면, 쇼파 위에 목도리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안에 너무도 살포시,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목도리를 들추자 에어팟이 떨어져나왔다. 너무도 손쉽게, 단한번에 찾!았!다!!


"엄마, 이게 에어팟이라고 내가 귀에 꽂고 음악듣는거야."



찾아서, 다행이다.
엄마는 쓰레기통을 세번이나 엎어서 찾아봤잖아.
혹시라도 엄마가 버렸나하고.
엄지손톱 세개 만한 크기의 뭔가가 있는지, 찾고 또 찾아봤지.
없더라고.



내가 다급하게 에어팟때문에 전화했던 그 시간 엄마는 언니들이랑 점심으로 비지찌개를 먹고 설거지를 한뒤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었을거다.



오늘 아침은 비가 오고 바람도 많이분다.

점심 비지찌개 했다.

수진, 진영 점심먹고 갔다.

설거지하고서 낮잠자고 있다. 내일은 추워질 것 같다. 제라늄 꽃기린 현관에 들여놨다.

잘했지 은숙아.



그런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 이후는 안봐도 뻔하다.

뭔지도 모를 그것을 찾느라 안달복달 안절부절.....


그런데 엄마.

참 잘했다. 양평오니 이렇게 추운데, 제라늄 꽃기린 현관에 들여놓지 않았으면 여름내내 소중히 키운 그 이쁜이들, 다 얼어죽었겠네.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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