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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01. 2023

이번 생은 틀렸다고 느껴질 때

교회 청년이 선물해준 책



교회 청년 H가 남자친구가 생겼다. ‘심지어 교회오빠’라고 했다. 기숙사 문제로 교회에 매주 참석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데이트겸 그 오빠네 가서라도 매주 예배의 자리에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성가대 대장님은 ’교회 오빠라고 무턱대고 믿지 말고 혹시라도 신천지가 아닌지 잘 살펴보라고 ’교회 아저씨‘다운 조언을 해주었다.

교회아저씨인 그와 나는 동갑이다. 어디서 만나도 무작정 반가운 81년생. 교회 꼬맹이들의 배려로 나는 아직 '교회아줌마'로 불리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나도  '교회 아주머니'로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

 이 책 <이번생은 틀렸다고 느껴질때> 는 최근 연애를 시작한 그 청년, H가 내게 준 선물이다.

과제와 독서클럽 때문에 읽어야할 책이 산적한 상황에사 선물받은  이 책 먼저 펼쳐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이분이 상황이나 사건 요약을 꽤 잘하고, 문장도 어색한 부분없이 너무 매끄럽게 잘썼다, 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폭력이나 데이트 폭력같은 즈음의 뉴스를 짚어줄때 심리학적 관점으로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태도나 인식 등에 대해서 언급해주었는데, 궁금하지 않았던 이 작가가 급 궁금해졌다. 이분은 어떻게 심리학적 관점을 장착하게 되었을까? 세상 모든일이 심리학과 별개인게 없구나, 싶었고.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그가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다는것을 알았다. 각고의 노력끝에 해결했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는 오랜기간 심리상담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결벽과 강박의 배경에 대해 공부한 흔적일 수도 있겠고, 무튼 흥미로웠다. 이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향한 시선들 모두가!)



편애하는 밑줄

사실 진짜 문제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았음에도 말을 걸 용기를 못내는 것이다. 거절당했을때의 민망함과 자괴감같은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희대의 사랑꾼 카사노바의 비법은 ‘거절당하는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거절당한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F.후지오는 “노진구는 나 자신이었고 나는 도라에몽을 통해 그 소년을 안아주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어린소년을 발견하고 그 소년이 평생 갖지 못했던 친구를 선물해주었다. 로봇 고양이 도라에몽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인만 걸리는 병이 있다.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편람 ‘DSM‘ (Diagnostic and Statisit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에 한국어 발음 그대로 HWA-Byung 화병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때문에 발생하는 병을 일컫는다. 억울함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오랜기간 혼자 속으로만 삭히다가 생기는 병으로 정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고치기 힘든 병이다.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지만 살인은 면했을지 몰라도 나 스스로를 죽이고 있었던것일수 있다.  박명수는 말했다. ‘참을인자 셋이면 호구된다’고.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오히려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이 감정을 가지게 되는 비합리적인 심리현상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한다. 1973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전과자 ’에릭 올슨‘이 은행에서 6일동안 인질들과 대치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인질로 갇혀있던 은행원들이 에릭올슨에 대해 우호적인 변호를 해주어 에릭 올슨이 감형된 사례가 있었다. ’미녀와 야수‘ 실사화 영화에서 벨을 연기한 엠마 왓슨도 인터뷰를 통해 “벨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은게 아닐까”하며 감정연기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50%는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공포유대 terror bond  또는 트라우마적 유대 trauma bond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는 자존감이 무너져 부모의 티끌 같은 사랑에 의지하게 되고 연인이 폭력을 자주 휘두룰수록 상대적으로 작은 애정 표현에도 사랑을 더 크게 느끼게 되어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한 남성이 동거녀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여자친구를 폭행해왔기에 경찰에 수차례 연행되었지만 여자친구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했다.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사랑해서 그랬다’는 가해자의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사람 중에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일부러 아프게 하는 사람은 없다.


소년은 밤새 잠을 설쳤다. 오늘은 그에게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복을 챙겨있고 필기구 외 한가지를 더 가방에 넣었다. 부엌칼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너무나 두려웠지만 더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학교에 도착한 소년은 실날같은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려고 담임을 찾아가 힘들다고 말했지만 오늘도 아무런 조치없이 반으로 돌려보내졌다. 보복은 나쁜거라는 말 외에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내밀어 주지 않는 선생님. 1교시가끝나자 어김없이 그녀석이 다가와 머리와 뺨을 때렸다. 칼은 꺼내지 못했다. 2교시 수업이 끝나고 가해자는 소년에게 화장실로 따라오라고 했고 소년은 칼을 품에 감춘 채 화장실로 향했다.

2016년 원주에서 벌어진 중학생 칼부림 사건의 전말이다.

가해자는 10여곳이 넘는 자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지만 상태가 호전되었고 생명은 건졌다. 그리고 소년은 살인미수로 체포, 구속되었다. 당시 이사건은 ‘정당방위를 인정해줘야한다’는 의견과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해치려 한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로 팽팽하게 맞섰는데 어떤 언론에서도 판결이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판결은 매우 중요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피해자가 극단적인 복수를 했을때 받게 되는 처벌의 기준이 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14살이던 조지 서베이드는 같은 학교 상급생인 딜런 누노를 버스 정류장에서 칼로 찔러 숨지게 한뒤 체포되었다. 조사결과 서베이드는 매일같이 극심한 구타와 욕설, 왕따 생활을 견뎌야했다. 사건 당일에도 어김없이 폭행이 이어졌고 서베이드는 준비했떤 칼을 꺼내 직접 끝을 냈다. 이 사건도 미국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여론은 서베이드의 편을 들어주었고 플로리다주 법원은 서베이드에게 정당방위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이들은 혼자 이겨낼힘이 없다.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sos 신호를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1944년 미국 조지 큐커 감독의 영화 가스등 Gaslight. 영화에 등장하는 아내 폴라는 점점 희미해지는 방안의 가스등과 다락방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예민해져간다. 하지만 남편 그레고리는 오히려 폴라가 상상속에서 꾸며낸 일이라며 그녀를 몰아세운다. 사실은 남편이 조금씩 가스등을 희미하게 만들고 다락방에서 소음을 내며 아내가 점점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불안감이 커져가는 아내는 점점 더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고 남편의 말에 복종할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처음부터 그녀의 보석을 노리고 접근한 남자의 철저한 계획이었다.

이 영화 이후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겨났다. 상대방의 심리와 주변 상황을 치밀하게 조작하여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그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폭력을 일컫는다.


가난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부각시켜서 대중적, 상업적 효과를 얻는 것을 빈곤포르노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빈곤포르노에 노출되고 중독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잣대를 만들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 '그래도 틴트 살돈은 있나보다?'하는 질문에서나, "내가 낸 세금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원금을 받으면서 나와 내 아이가 가는 비싼 돈까스집에서 돈까스를 사먹는게 말이되냐"고 항의했다는 어떤 남자의 전화도 모두 뉴스에 등장한 사실이라는게 충격적이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 자는 생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서는 안되고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행복만 허락되는 사회. 과연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그들의 행복과 욕망을 불편해 하는걸까.



편애받고 자란 아이들은 끝 모르는 자신감이 결국 자만심으로 이어져 성인이 된 이후 범법행위나 비도덕적 행위에 무감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기도 어렵기에 아이의 개성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게 편애다. 반면 소외되면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부족해지고 가족외의 인간관계에 치중하며 약물이나 알콜 담배 등에 중독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키우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결국 다른 형제들보다 더 사랑받는다고 좋아할것도 소외당한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다 장단점이 있다.


루시드 드림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꿈을 통제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수 있다. 하늘을 날수도있고 원하는 장소로 어디든 갈수있다.


공원 벤치 팔걸이는 좀더 편안한 자세로 앉으라는게 아니라 노숙자들이 공원 벤치에서 편히 누워 자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적대적 건축 디자인이다. 일명 노숙자 방지용 팔걸이. 이 뿐만 아니라 길가에 매장 창틀에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철심을 박아두거나 건물 기둥 사이에 눕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두는 경우도 많다.  영국 본머스에서는 시민들이 공분하며 이 팔걸이를 없애달라는 청원끝에 팔걸이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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