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요즘 나의 최애 컬러 orange 편지지로 나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굿모닝 밀리(미리 하는 내일인사) 그리고 굿나잇 밀리 (이글을 쓰는 시점의 인사).
아마 이글은 내일 출근 후에 보게 될겁니다. 수요일은 재택이니까 집에서 아마도 업무시작 전에.
멀리서 귀뚜라미랑 강아지짖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너른 들판과 산이 보이는 풍경이 참 좋습니다.
방마다 에어컨이 24시간 돌아가는데-1인 1실이고, 심플하게 있을 것들 다 갖춰져있어서 혼자 지내기 불편함 전혀없이 좋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이곳에서 지낸다면 화가들은 그림을 몇점 그릴수있을것 같고 작가들은 책한권은 써내지않을까 싶은 그런 고즈넉한 곳입니다.
제일 좋은 세가지는 첫째, 삼시세끼 '맛있는 밥'이 나온다는 것 (제겐 늘 밥이 우선입니다). 둘째, 청소를 안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뜨면 반드시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것도 두가지 있습니다. 업무시간내내 통화가 어려워서 고객사분들께 문자로 소통하자며 불편하게 해드리는 상황과 나대신 고객사들 대응해야할 팀원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배려를 받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런 팀을 구축해왔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면서, 행복하고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올라오네요.
하고싶은 말들을 종이에 끄적이다보니 길어지고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이렇게 브런치로 편지를 보내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지인들에게 블로그 편지를 보내는것인데 이번 여행(여행은 아닙니다만)에서는 많은 일정들을 처리해야해서 짬이 잘 안나지만 밤잠 줄여서 간단히 편지를 남겨봅니다. 최근에 예쁜 엽서에 이런저런 마음을 표현해준 밀리에게 다시금 감사하단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고마워요.
D-10일인데요.
저녁에 땀흠뻑 배드민턴을 치고 아침엔 안하던 조깅을 해서인지 밥맛이 좋아서 큰일입니다. 그간 왜 감량후 운동하라고 안내했는지 조금 이해가 됩니다. 밥맛이 두배로 좋아져서 오늘 점심에 그만…
(카메라는 보안 스티커가 붙여져 있어서 퇴소시점까지 그 어떤 사진도 담을수가 없습니다. 이곳 규칙이에요)
오늘 점심엔 두부와 김치제육볶음, 전병이 나왔는데 정말 배불리 먹었습니다. 말씀주신대로 밥양은 7숟가락 지켰지만, 반찬들이 너무 맛있습니다. 여기서 지내는 3박 4일 너무 좋지만 밥이 넘 맛있다는 점이 참으로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게다가 과자들이 매순간 지천에 깔렸습니다. wow!!
과자랑 마주할때마다 너무 두려워요. 나도 모르게 그것들이 내입에 들어오게 될세라. 케세라세라;;;
그간 먹고싶었던 모든 과자들이 한곳에 모여있..그러나 일단 하나를 먹는 순간, 걷잡을수 없이 무너질거라는걸 잘 알기에 아직까진 그 어느 과자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물론, 예외적 일탈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아몬드와 땅콩 견과류 정도, 거절못해서 먹은 알밤 2개, 오늘 우연히 발목다친 분 약사러 들렸다 산 '스벅 사케라또 한잔' 정돈데요. 정리하고 보니 예외라기보다 ‘나름 많은 일탈이 있었다' 싶습니다.
강서로 미팅갔을때 말입니다.
식후 마신 아이스 녹차라떼 한잔때문에 하루종일 배가 더부룩해서 고생하면서 <식후 차고 단 음료는 지양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어제오늘 내내 과자를 참은 보상으로 <또> 사케라또 한잔 마시는 선택을 하게 됐는데요(이틀내내 과자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난 것에 대해 다른 보상이 잘 안떠올랐습니다). 무튼, 어렵게 외출허가를 받아 나간 스벅에서 아무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사케라또를 선택했는데, 마시자마자 바로 후회했어요. 저녁 7시 반에 카페인이라니!! 게다가 단 음료를!!! 그리고 다시 결심했습니다. 간식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제하고 있는것 처럼, 이제 커피숍에서도 선택권 없이 '따아'만 마셔야겠다고 말입니다.
내일은 오늘 사온 수박, 복숭아, 옥수수, 방토를 점심식사 후 나눠먹을 예정인데요. 미리 말씀 드립니다. 원래 간식 안먹지만 내일은 손수 산 <과일과 옥수수>는 먹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약속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내일까지 과자를 단한봉지도 뜯지 않겠다는 것. (목요일엔 오전일정 후 바로. 출발이라 간식먹을 타임없습니다). 눈바디로 체크했는데 대략 62.5kg 느낌입니다. 강릉여행, 군산여행과는 또다르네요. D-10이라는 특수기간까지 더해져 체중유지컴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전 체중 기준 61.8kg 복귀희망해봅니다. 62.0kg 될것같지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온갖 유혹적인 과자들앞에서 단하나도 봉지를 튿지않았다는 것만으로 저는 정말, 제게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자 안먹고 차라리 맛있는 밥과 반찬을 . 더먹은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 이런저런 세션 참석할때 앉은 자리에서 거울로 옆모습을 볼때마다 체중감량에 더 열심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과 함께, 배가 부르면 기분이 좋지않고 짜증이 나고 몸이 무거웠는데 지금 이상태의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수있게 도와준 밀리에게 새삼 또 감사한 생각이 들었어요. 통상 D-10에 몸도 더 붓고, 마음의 불안도 불어나면서 짜증이 올라오곤했는데 말입니다. 포기하지않고 도와주어서 감사해요.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더군, 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롤러코스터 노래가 있는거 알아요? 4월부터 지금까지 주말을 제외한 시간을 매일 만나고, 대부분의 것들을 나누다보니 하루하루 느낀것들에 대해서 밀리와 나누는게 너무 익숙해졌나봅니다. 월요일에 겪은 일들, 그리고 오늘 의미있던 시간들 속에서 밀리에게 들려주고싶은 것들이 엄청 많았어요. 아까 낮에 메모장에 메모해둔 내용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대부분 <오프더레코드>라 글로 써서 전할소식이 많지는 않네요.
부족한 저에게 가장 좋은 것들로 제안주고 맞춰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급한일 끙끙대지말고 연락해요.
아침 저녁 공기가 엄청 선선해요, 서울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돌아가서 봐요.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밀리. 굿나잇 그리고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