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를 아세요?
요즘 세대들은 <월간 윤종신>은 어렴풋이 알아도 월간 KINO는 모를거다. 그잡지에 얼마나 연연해하며 영화잡지 기자가 되고싶었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이름있는 잡지는 아니었으나 첫직장은 잡지를 만들던 곳이었고 그곳에서 나는 그토록 바라던 북컬럼, 영화컬럼, 새로생긴 레스토랑 샵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키노에 대해서, 혹은 나의 첫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것은 아니나 오늘은 왠지 그토록 열광했던 키노와, 지금은 가고없는 장국영과 그의 연기 파트너였단 양조위의 잊을수없는 명작 <해피투게더,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미지를 넣고 싶었다.
....다시, 하려던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앞서 영화를 언급했던 건, 좋은 영화와 좋은 책은 여러번 볼수록 빛이난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생각난 것. 지식을 뽐내려던 시절엔 영화를 다시본다거나 책을 다시보는게 <남들에게 뽐낼때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독이 최선이라 믿었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을 반복해서 듣고 보고 읽는다.
작년 신년하례식때였나. 대학원 원장님이 '지도교수님이 돌아가셔서 조금 황망한 겨울을 보냈다'라는 말씀을 주셨었다. 그땐 어떤 마음일지 헤아릴 수 없었는데 지도교수님이 생긴 지금은,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왠지 5%쯤 알 것 같았다. 지도교수님이 생겼다는 건 지도교수님이 생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지도교수님과 20여년을 보낸 후 그 분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지도교수님이 쓴 책 <감정의 심리학>을 추석연휴 동안 읽을 첫번째 책으로 챙겨서 양평집(본가)에 왔다. 작년 10월에 읽었을 때랑 서문부터가 다르게 다가온다.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면서 '감정'이 심리치료의 열쇠임을 깨달았다는 교수님은 내담자가 자기감정의 메세지를 알아차릴때 치유의 절반은 완성되었다, 고 책의 서문을 통해 밝혔다. 감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고 싶었고, 사람마다 감정이 어렵고 다르기에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이유를 탐색하고 이해할 용기를 주고 싶어서 <감정과 삶>이라는 제목으로 고려대에서 감정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책은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감정 마주하기 수업>이라는 책의 전면 개정판이 바로 이책 <감정 심리학>이기도 하다.
오늘의 요약은 감정의 심리학에 대해서만, 박선웅 교수님의 정체성의 심리학은 2번째로 다시읽고있는 중이다. 부디 왜곡된 감정으로 고통스럽거나, 감정을 오랫동안 억압하고 회피했거나, 화와 슬픔과 두려움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의 내용을 일부 요약해보았다. 부디 도움이 되길!
'마음의 힘듦'은 '자기감정의 불편함이나 괴로움'이겠지만 그 실상은 불편하거나 괴로운 자기감정의 의미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까닭일 것이다.
감정이 인간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이유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 감정은 메세지를 주체(나)에게 전달하여 목적이 달성되기 전까지 그어떤 합리화나 억제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압하려 할때 그 고통을 더해 우리에게 목적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2. 감정에 대해 주목하는 두번째 이유는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3. 세번째 이유는 감정은 우리 정신건강+신체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4. 마지막 이유는 감정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감정의 메시지에 귀기울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살도록 도와주는 열쇠다.
그러려면 모든 감정의 문을 열어보아야 한다. feeling good이 아니라 feeling everthing.
감정은 우리에게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리키고, 이성은 그 가치에 도달할 . 수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기감정을 해석하는 스키마를 발달시킨다. 임상심리학자인 나는 내담자들이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스키마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무엇인지 그정체를 알아내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는 감정도 있을까?
이를 테면 '화'가 그럴까? 즉 자기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문제에는 적절한 때와 장소가 있고 적절하지 않은 때와 장소가 있어서 따로 구별된다. 자기감정인 화를 아무때나 버럭 내는 것은 자기 삶에 나쁜 결과를 낳을 수있지만 내가 화났다는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은 자기 삶에 매우 중요한 인식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과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 이 두가지를 분리하여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화는 나의 권리, 나의 가치가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것에 대한 정당한 감정반응이다.
(중략) 자기 존중감은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한 사회계기판이라고 말할수있다.사회계기판은 사회에 내가 소속될 것인가, 배제될 것인가에 대한 이상 신호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자기 존중감에 상처를 입으면 우리는 일차적으로 슬퍼지고 불안해진다. 이때 동시에 나타나는 감정이 바로 화, 이다. 슬픔,불안, 화는 여러색으로 나타나는 빛의 스펙트럼과 같다. 그리고 그 세가지 빛깔의 감정이 나타나게 된 근원에는 상처받은 자기 존중감이 존재한다.
"그대들이여 기쁠때 마음속깊은 곳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슬픔을 주었음을. 그대들이여, 슬플때에도 또다시 마음속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울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칼릴지브란
슬픔에는 공감을 돕는 기능이 있다 (중략). 슬픈기분에서는 평소보다 상황을 냉철하게 보면서 '혹시 내탓인가'하는 마음이 생기곤한다. 왜 그럴까? 슬픔의 감정이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하는것은 아닐까? 그 진지한 마음이 자신의 판단을 침착한 쪽으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그러는 동안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그리하여 잘못된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슬픔은 자기발전의 동기를 부여한다.
두려움은 우리를 분주하게 만든다. 분주함은 인간관계를 망칠 수 있다.
두려움은 나 자신에 대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대상에 대한 나의 애정과 연민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 자신에게 알린다. 그 메세지를 고통과 함께 전달한다. 두려움에서 가치를 발견하려면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그것은 두려운 대상을 피하지 않고 거기에 노출되는 것이다. 두려운 대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려워하는대상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과정에는 심리학적으로 두가지 기제가 관여한다고 한다. 관찰과 수용이 그것이다. 관찰하는 연습의 예를 들자면 지금 먹는 음식을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음식의 색깔, 냄새, 혀의 느낌 , 맛, 씹을때의 소리등에 주의를 기울이는것이다. (회사안을 찬찬히 둘러보며 무엇이 있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연습해봐도 좋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관찰능력이 향상된다). 수용하는 연습으로는 어떤 생각을 글로 써보는 방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마주할 수있지만 잠시 견디는것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노출되는 것에서 한걸음 . 더나아가 그 감정이 나에게 전하는 메세지 (목적과 가치)에 귀기울이는것이 중요하다. 슬픔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내삶에 빠져있다는 메세지를 고통과 함께 전해준다. (중략) 고통스러운 감정에는 때로는 왜곡된 인지적 평가가 반영되어 있다. 이를테면 슬픔, 불안, 죄책감 같은 감정 상테에서 이런 왜곡된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는 완벽해야 한다, 내 미래는 불행할 것이다. 세상은 나를 옳거나 틀리다로 판단할 것이다. 모든게 내탓이다. 등등. 이런 생각들이 들면 애써 떨쳐버리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안에도 나의 소망과 욕구가 들어있음을 알아차리고 찬찬히 들여다보며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나는 완벽해야한다는 생각에는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때문에 힘들다면 왜자신이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하는지를 따지고 질책하기보다 내가 생각해오던 '인정을 위한 조건'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런것들을 갖추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는 것이다. 심리치료사는 내담자가 이런 감정안에서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을때 그것을 본인이 알아차리고 관찰할수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 그생각의 이면에 있는 내담자의 소망과 욕구를 찾으면서 내담자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까닭을 탐색한다.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내가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에서 한걸읆 더 나아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고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면 뇌가 바람직한방향으로 바뀐다.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가만히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즐거웠던 기억들이 묻힌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심하게 받으면 스위치를 꺼버린다. 하지만 감정을 보듬기 시작하고 가치를 찾고 스스로 즐거운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옛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첫번째 읽었을때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
20대 초반에 친한 사람들한테 '우울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던 교수님은 그때는 우울한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우울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왜 우울한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못했다고 했다.
몇가지 더 있지만, 기록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고대 심리대학원은 2.5년 과정인데 1년 반이 남은 시점에 지도교수님을 선정하게 된다.
석사 논문을 지도 받는 과정은 아니고 각자에게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의 1기 학생이다 보니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reference로 남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고대 심리대학원 과정에 관심있는 분들은 문의 주세요. 1기이자 4학기 과정을 듣고있는 대학원생으로 도움될 수 있는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Jennifersonata@korea.ac.kr
https://brunch.co.kr/@jennifernote/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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