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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Sep 20. 2024

까망이가 떠났다

2011~2012년 8월 3일



내가 자라는 동안 우리 시골집에는 강아지가 없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에 대해 반려동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나의 반려견>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는 까망이였다. 내 마음을 보다듬어주고, 강아지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고 돈을 쓰기 시작한 것도 까망이 덕분이었다. 여자아이였고, 눈아래로 털이 복슬복슬 내려오는 귀여운 삽살개였다.

당시에는 목줄에 대한 개념이 그리 엄격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목줄없이 산책해도 항상 내옆에서 나란히 걸었고, 마실이라도 들를라치면 동네 할머니 집마당에서 배를 깔고 누워 내가 나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려더준 친구였다. 그런 까망이는 2년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기상이변으로 유래없는 폭염으로 모두가 힘들어했던 2012년 여름, 목줄이 꼬였던 어느 금요일 까망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는 까망이를 보러 양평에 갔었는데, 양평마당에 도착하자마자 두발로 귀엽게 뛰어오르며 나를 반겨주던 까망이가 웬일인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처음엔, 까망이가 자고 있는거라 믿고 싶었다. 그런데, 까망이는 그렇게 깊게 잠이 드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이 잠을 자는 아이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까망이는 죽어 있었고, 까망이의 귀여운 몸은 차디차게 식어있고 또 굳어있었다. 몸은 또 왜그리 가벼운지 소중히 들어서, 집안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퇴근 후 넷째형부가 와서 아빠 산소 근처로 올라가 같이 묻어주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가 돌아가셨던 순간보다 더 목놓아 울었고 가족들은 그런 나를 걱정하며 바로 다음주에 심바를 데려다주었다. 진돗개였고, 남매였다. 조카 시윤이는 그 아이들에게 피터팬&웬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둘은 매일같이 피터지게 싸워댔고 우리는 더 사나운 웬디를 옆집에 보냈고 피터팬만 키우기로 결정했다. 웬디가 없는 피터팬은 의미없다 생각했고 나는 피터팬을 <심바>라고 이름지어주었다. 그리고 몇달뒤 까망이처럼 까만 삽살이 탄이를 형부가 데려다주었다. 탄이의 보호자는 전원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로 가면서 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고했다. 그때가 아마도 2013년 즈음이었을텐데, 이미 성견인 상태로 우리집에 왔다. 탄이 나이를 추정하자면 min 12살에서~ max 14살 정도되는것으로 보여진다. 심바가 먼저 우리집에 왔었고, 그게 2012년이라 심바를 12살, 탄이를 11살로 서열정리를 해두었는데 사실 탄이가 힘은 더 세서 심바보다 서열이 위였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똘똘뭉쳐 심바를 형처럼 여겼기에 에 탄이도 힘의 서열에선 우위를 차지했으나 항상 심바에게 양보해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다 2020년쯤 리트리버 <레오>가 집에 오게됐다.

원래는 넷째언니네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생각보다 폭풍성장을 하여 엄마집 마당으로 오게 된 아이다. 그런데 레오는 그해 추석 연휴 다음에 알수 없는 이유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2023년 9월이었다. 여름의 무더위를 잘 보내고 이제 제법 선선해지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2024년 9월 19일, 평생을 으르렁댔지만 같은 집에서 같은 마당과 같은 보호자를 공유하며 동고동락했던 심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이제는 정말로 탄이 혼자 남게 되었다.





심바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하려다,

문득 까망이의 기록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해둔 티스토리 블로그가 몇해전 전부 다 날라갔다) 당시 기록을 페북을 통해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사랑했던 강아지 세마리 모두 까망이, 레오, 심바 공교롭게도 선선해지는 가을이 시작되기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나도 잊지 않을테니 나를 잊지않기를

섭섭하고 부족한게있었다면 그런 기억은 부디 지워주기를... .











https://www.youtube.com/watch?v=eaQhCCmTtBY&list=PLRs8DAfTHnqQFc7dkqRDpcCz0ZpBSD7g5&index=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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