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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Sep 28. 2024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20회 쿠폰깨기




숨을 들이마실때 가장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고,
 내쉴때 모든 감정을 내뱉으세요.



몇년만에 요가수업에 참여했다.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라는 요가쌤의 말에서 감정이 건드려졌는지, 내쉴때 모든 감정을 내뱉으라는 쌤의 지도대로 들이쉰 숨을 내쉬면서 모든 감정을 뱉어내다 울음이 터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그 이유는 이글의 하단 에필로그에 기록해두었다)


요가쌤은 말없이 내앞에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아무리 '힐링요가'라지만 요가를 하면서 우는 사람은 근래에 나밖에 없지 않았을까? 

부디 선생님이 너무 당황하지 않으셨기를 바란다. 

#죄송해요 #요가수업중우는학생은 #처음이시죠


어떤 운동도 꾸준히 한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무슨 자신감인지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자리에 꼬박 앉아 월-금 야근을 해왔고 그걸 내몸이 버텨주었으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3년전 수술을 하게됐고 이후로 몸챙김 마음챙김을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2020년쯤이었을거다.

자궁근종을 발견하기 전에 야심차게 PT를 끊었다가 첫날 OT 때 거의 구토직전까지가서 전액 환불을 받고 운동을 그만둔적이 있었는데 그때 PT쌤이 놀란것은 빡세게 운동을 시작한게 아니라 워밍업단계였기 때문이었다. 내몸의 상태가 꽤 형편없어졌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자궁근종 수술도 하고 식이요법도 하면서 '먹는 것'에 대해 식단관리를 시작했다.


식단관리를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6kg 감량에 성공했다. 문제는 정체기가 시작되어 3-4개월째 도통 체중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식단을 시작한 첫달에 비해 이탈도 잦고, 술자리도 갖고, 해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체중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했지만 원인을 다른데에서 찾은 뒤 해결책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다이어트 코치'(함께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일전에 했던 직업이 '다이어트 코치'라 최근 6달 매일 곁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 나의 결심이 용두사미, 작심삼일이 되지않도록 당근을 준다)에게 물어봤다.


그녀는 말했다. "저는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사님의 주말을 생각해봤어요. 주말내내 누워만 계시지요?(소오름! 어떻게 알았을까요?) 주중에 그렇게 야근하고 업무 집중도가 높으니 그럴수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몸은 그렇게 누워있다고 해서 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중과 똑같이 에너지를 쓰는게 오히려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됩니다. 낮잠은 절대 안되구요. 집근처에 인요가 하는곳이 있다면 요가 한번 해보시면 어때요? (그럼 요가로 살이 빠지나?) 요가로 살이 빠진다는게 아니라 요가를 통해 마음수련을 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더 잘들여다보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질 것 같아서 추천드립니다"


10년간 사람들의 다이어트를 도우면서 그녀가 체득한 것은 '살을 빼는 데에는 심리적인 것이 크게 좌우한다'라는 것. 그녀는 요가 지도자 자격까기 갖춘 다이어트 코치이자, 심리학적 관점을 갖춘 헤드헌터이기도 하다. 멋짐이란게 폭발한다. 가을하늘만큼 맑고 아름다운 아이다. 애니웨이,

그 아름다운 아이는 잘 움직이지 않는 귀차니즘 제니퍼씨를 위해 (사실은 24시간 바쁜 나를 위해) 집앞 1분 거리의 #슬로우요가 라는 곳을 직접 찾아주었다. 1일권을 끊고 선생님과 맞을지 한번 먼저 체험해보라,는디테일한 디렉션도 주었다.



첫번째 요가 '힐링요가'

첫번째 체험을 통해 내가 느낀것은?

애석하게도 역시나 나는 요가를 좋아하진 않는다는것. 힐링요가를 하는동안 어지러웠고 머릿속 잡생각들로 괴로웠고 한동작을 유지하는데 애쓰느라 숨을 멈추면서 호흡이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포기할수는 없어서 호흡을 가다듬는 법부터 배우고자, 20회권 쿠폰을 끊어버렸다. 일을 저질러야 꾸준함이라는게 생기는 인간형이라 일단 일을 저질러보았다.


아쉬탕가 마이솔, 빈야사, 힐링요가, 인요가. 와우, 요가의 종류는 또 왜이렇게 많은건지? 

나의 코치는 인요가를 권했으나 인요가 타임은 절묘하게도 대학원 수업이 있는 화/목이라 결국 올해는 경험해볼수없게됐다. 요가를 위해 휴가를 내지 않고서는. 어쨌거나 내일은 '하타'였다. 지난주 수업를 통해 (교육심리학자 김동일 교수님) ‘새로운것을 배울때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있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훨씬 풍성하고 건강하고 좋다'라고 배웠는데 일 외에는 별로 호기심이 없었던터라 일부러라도 호기심을 좀 가져봐야겠다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안쓰던 몸의 고통을 감내하며 요가를 하러 가려는게 내게 그리 즐거운일은 아니다. 이. 일을 즐겁게 하기위해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요가의 히스토리도 좀 알고, 나의 인생의 맥락상 나에게 지금 이시점 왜 '요가처방'이  필요했는지 조금 더 귀를 기울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정리하는데 글쓰기만한게 없으니까. 어떤 사안앞에서 글을 쓰며 정리해간다는 것은 내가 가진 귀한 달란트중 하나다.



두번째 요가 '하타'



여러분은 요가를 왜 하세요?



참 아름다운 수업의 시작이다. 요가선생님은 아니지만 신입헤드헌터들에게 강의할때 나도 그들에게 묻곤한다. 어떤 헤드헌터가 되고 싶으세요? 어떤 꿈이 있으세요? 라고. 그런 인트로를 시작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첫수업 첫질문을 받고 나는 이 박쌤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심지어 마무리 인사도 마음에 들었다. 요가쌤들은 훌륭한 문장가가 될 소양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시는 말씀을 녹음해서 소장해두고 싶을때가 종종있는데 다음 요가시간에는 노트와 펜을 들고가야겠다. 모든 일로 엮으려는 일중독 제니퍼씨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이 멋진 요가쌤들과 콜라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을지,에 대해서. 모든사람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걸 좋아하는 불멸의 오지라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때의 즐거움을 생각하고
아무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사랑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세요.



아무나 사랑하는 마음 (금사빠 제니퍼씨)을 가진 내게 어떠한 당위성을 주었다면 조금은 오버일지 모르겠지만 요가쌤의 마지막 멘트에서 안도감 같은 걸 느꼈다. 앞으로 토요일 하타는 무조건 들어봐야겠다. 토요일에 양평을 좀 늦게가더라도 말이다. 하다보면 안되는 동작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겠지? 내 팔과다리의 근육의 쓰임고 움직임들을 느낄 수 있겠지? 호흡도 배우고, 내면도 치유해갈 수 있겠지? 요가에게 급미안해진다.1회 5만권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는 것 같아서. 미안해 요가야, 그래도 이 복잡하고 무거운 언니를 잘부탁해.

#잠실요가 #슬로우요가



epilogue: these tears

가을아침 공기도 맑고 하늘이 시시각각 너무 예쁘다. 사랑은 연필로 쓰시고 (오래전 전영록 노래.가사라는 걸 아는 분들이 있겠지.....;;) 여행을 가려거든 10월에들 떠나셔야한다. 가을하늘은 오로지 가을에만 볼 . 수있으니까. 어제는 습관처럼 잠들기 직전 숏츠를 보다 눈물이 왈칵쏟아졌다.

를 눈물나게 한 곡은 these tears 라는 곡이었다. 세상엔 슬픈노래들, 위로의 노래들이 참 많다. 그만큼 아픔과 슬픔과 헤어짐과 죽음의 고통을 지나온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인것 같아 다시 한번 슬퍼졌다.


그리고 요가수업을 마친 며칠뒤 최기홍 교수님의 <감정의 심리학>을 다시 읽고, 가만히 내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었다. 펑펑눈물이 쏟아질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서. 

요가매트위에서 요가쌤의 지도아래 오랜만에 내 호흡과 마주하면서,

지난 8월말 <감정세미나>에서 만나서 호흡법을 배울때 유독 숨길게 뱉어내기를 어려워해서 숨을 나눠 얕게 여러번 후!후!후! 뱉어냈던 KS씨가 떠올랐기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났던 한달뒤 추석전후 하늘나라로 떠났던. 당시 나는 숨을 최대한 길게 내뱉을수있었다. 아무 걱정이 없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심바도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내가 볼수없는 곳에서 떠나버린데다) 잘지내기를 바랐던 KS 씨도 세상을 떠났다는 두가지 큰 사건이 생긴 것. 걱정과 근심, 슬픔이 가득하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는걸 경험했다. 그때는 미처알지 못한 경험이었다. KS 씨가 숨을 길게 내뱉는 호흡수업을 유난히 어려워 한 이유를 그녀가 떠난 후에야 알게되었다. 어느날 뜬금없이 요가수업에서. 세상은 요지경이랄 수밖에. 


KS씨가 천국에서 편안하기를 바란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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