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북리뷰 겸 여행노트
한달간 쉬기로 결심했다.
더운 여름지나 시원하겠지 싶은 9월이건만 예상했던 것보다 아침 저녁 날씨가 '조금 더' 쌀쌀하다. 마치 내 휴가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큰언니는 내 휴가 첫날 그동안 미루었던 이사를 감행했다. 이사를 돕고, 그 과정에서 정리된 책과 물건들을 필요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오랜만에 엄마랑 언니들과 점심을 먹고나니 오후 1시 22분. 오늘 처음으로 시계를 봤다. 평소라면 커피 한잔씩 사들고 사무실 내자리에 복귀했을 시간이지만 브람스를 틀어놓고, 책 한권 (Wild)을 집어 들었다. 한낮의 햇빛이, 이렇게도 좋은것을!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인생의 끝에서 수천킬로미터에 이르는 PTC(Pacific Crest Trail) 를 홀로 걸었던 작가가 직접 쓴 책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번은 길을 만든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요, 새 길을 내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마음이 닿았다.
늘, 한달살이 혹은 걷는여행을 꿈꿨지만 시간이 없거나, 돈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가을, 우연찮게 한달정도 여행할 자금도 확보됐고, 쉴 수 있는 시간도 허락됐다. 그래서 무작정 떠나기로 결심했다. 과연 이 한달간의 쉼을 통해 무엇을 회복하고 또 얻고자 하는지 명확한 것들은 '하나도'없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잃어버린지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동행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또 없는대로.
2016.09
제니퍼 여행일지
2016.9.4 전라북도 남원(사랑의 1번지)
마을 어르신들 내리는 정류장까지 꿰고 있는 친절한 버스기사님과, 처음봤지만 인사를 건네는 마을사람들이 정겨운 곳, 남원.
9/5 지리산 둘레길 3코스, 게스트하우스 '소소'
지리산 둘레길 3코스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게스트하우스 '소소'와 '둥이'다.
9/6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 전경보다, 여수산악회 아저씨 한분이 주신 김밥이 더 마음에 남는다. 결국엔, 사람이다.
9/7 전라남도 장흥, 금반지원정대
우리 큰이모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에 목이 메인다.
9/8 전라남도 장흥, 도서관 통합회원카드
내게 있어 세상 그 어느곳보다 가장 따뜻한 도시는 바로 장흥이다. 우리 이모가 있기 때문이다.
9/9 정남진 장흥 편백나무숲, 우드랜드, 억불산
우리 큰이모 같은 좋은 이모가 되어야지.
큰이모부처럼 이쁘고 아름답게 늙어야지.
막내이모처럼 사랑이 많은 어른이 되어야지.
9/10 전라남도 강진, 다산초당, 게스트하우스 '자유(자발적 유배지)'
때로는 돈과 안전을 맞바꾸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숱하게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왜 사람들이 돈을 더 내고서라도 호텔에서 자는 것을 선호하는지 깨달았다. 호텔의 침구가 주는 편안함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이제 막 오픈한 게하에서 나홀로 잠든 그밤, 한숨도 정말 한숨도 자지 못했다.
9/11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 36번째 생일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쓰는데 이보다 더 최적의 공간이 있을까.
게다가, 비까지 온다니. 오예!!!! 역시나 와보길 잘했어. 땅끝마을 게하 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