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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3. 2020

나의 남도여행 (2016)

제니퍼 북리뷰 겸 여행노트


한달 쉬기로 결심했다.

더운 여름지나 시원하겠지 싶은 9월이건만 예상했던 것보다 아침 저녁 날씨가 '조금 ' 쌀쌀하다. 마치  휴가만을 기다리기라도  것처럼 큰언니는  휴가 첫날 그동안 미루었던 이사를 감행했다. 이사를 돕고,  과정에서 정리된 책과 물건들을 필요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오랜만에 엄마랑 언니들과 점심을 먹고나니 오후 1 22. 오늘 처음으로 시계를 봤다. 평소라면 커피 한잔씩 사들고 사무실 내자리에 복귀했을 시간이지만 브람스를 틀어놓고,  한권 (Wild) 집어 들었다. 한낮의 햇빛이, 이렇게도 좋은것을!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인생의 끝에서 수천킬로미터에 이르는 PTC(Pacific Crest Trail) 를 홀로 걸었던 작가가 직접 쓴 책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번은 길을 만든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요, 새 길을 내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마음이 닿았다.

늘, 한달살이 혹은 걷는여행을 꿈꿨지만 시간이 없거나, 돈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가을, 우연찮게 한달정도 여행할 자금도 확보됐고, 쉴 수 있는 시간도 허락됐다. 그래서 무작정 떠나기로 결심했다. 과연 이 한달간의 쉼을 통해 무엇을 회복하고 또 얻고자 하는지 명확한 것들은 '하나도'없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잃어버린지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동행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또 없는대로.

2016.09



제니퍼 여행일지
2016.9.4 전라북도 남원(사랑의 1번지)

마을 어르신들 내리는 정류장까지 꿰고 있는 친절한 버스기사님과, 처음봤지만 인사를 건네는 마을사람들이 정겨운 곳, 남원.

                    


9/5 지리산 둘레길 3코스,  게스트하우스 '소소'     

지리산 둘레길 3코스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게스트하우스 '소소'와 '둥이'다.     


9/6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 전경보다, 여수산악회 아저씨 한분이 주신 김밥이 더 마음에 남는다. 결국엔, 사람이다.



9/7 전라남도 장흥, 금반지원정대

우리 큰이모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에 목이 메인다.
            



9/8 전라남도 장흥, 도서관 통합회원카드

내게 있어 세상 그 어느곳보다 가장 따뜻한 도시는 바로 장흥이다. 우리 이모가 있기 때문이다.
            




9/9 정남진 장흥 편백나무숲, 우드랜드, 억불산

우리 큰이모 같은 좋은 이모가 되어야지.

큰이모부처럼 이쁘고 아름답게 늙어야지.

막내이모처럼 사랑이 많은 어른이 되어야지.

            


9/10 전라남도 강진, 다산초당, 게스트하우스 '자유(자발적 유배지)'

때로는 돈과 안전을 맞바꾸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숱하게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왜 사람들이 돈을 더 내고서라도 호텔에서 자는 것을 선호하는지 깨달았다. 호텔의 침구가 주는 편안함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이제 막 오픈한 게하에서 나홀로 잠든 그밤, 한숨도 정말 한숨도 자지 못했다. 


    


9/11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 36번째 생일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쓰는데 이보다 더 최적의 공간이 있을까.

게다가, 비까지 온다니. 오예!!!! 역시나 와보길 잘했어. 땅끝마을 게하 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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