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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Oct 15. 2019

#1. 처음 만난 휴양지

어서 와 코타키나발루는 처음이지?

 먼저 여행 경험을 소개하자면-

어릴 때부터 낚시와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로 인해 방학이면 가족들과 국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했다고 하였으나, 앨범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기억이 없어 당황스러울 정도다. 모쪼록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끼리 시간의 여유가 조금만 생기면 근교라도 자주 놀러 다니곤 했다.

대학 생활을 끝내기도 전 21살이 되던 해에 운 좋게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대학생의 티를 채 벗지도 못한 최연소 회사원이란 타이틀을 획득하며 기새 등등한 '회사생활'에 심취하게 되며, 여행에 대한 내 눈은 점점 높아졌다. 유럽 혹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아니면 여행은 하는 게 아니라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과 욕심이 가득 생겼고, 그렇게 여행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시간이 흘러 여행과 내 삶이 완벽히 멀어져 가는구나 싶을 때 제안이 왔다. 가볍게 주변국부터 시작해보자는 제안 이였다. 내게 그 제안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행을 시작해 볼까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미루고 미루던 여행을 시작해보려 했을 때 나는 그 시작이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여행이 어려워 진 것이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흠짓 놀랐고 그 자리를 피하기 일수였다. 


그런 내 상황을 알아차린 친구는 급하지 않게 내가 가장 편안해 하는 방법으로 조언을 해 주었다. 바로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출장을 가듯 일주일치 짐을 먼저 챙겨보라고 말이다.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내게 여행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알차게 관광을 하는 것 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 행동에 변함이 없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친구의 조언대로 출장지에 가듯 짐을 챙겼고(단 편한 옷차림으로) 나는 그렇게 무 계획으로 일본 여행을 떠났었다. 

일본 현지에 도착한 지 이틀 차 나는 무언갈 해야 한다는 강박에 한 시도 가만있지 못했다. 주변 맛집을 검색하고 관광지를 검색하기 바빠 정작 지금 와 돌이켜보면 이틀 차까지 기억나는 일본 현지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나를 가만 보던 친구가 내게서 핸드폰을 잠시 빼앗으며 카메라를 쥐어주었다. 그리곤 발길 닿는 데로 혹은 인근 관광지 조금 정도의 여행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렇게 3일, 4일, 5일이 지났고 어느새 나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즉흥으로 여행을 즐겼고, 여행을 새롭게 마주했다.


 한 번 물꼬를 트면 꼬리를 문다는 옛말이 있다.

첫 여행의 즐거웠던 기억 때문인지 나는 여행이 너무나 재미있어졌고,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여행을 기다리는 게 지쳤고, 매년 상/하반기를 나눠 2차례 해외에 나가자는 거대한 꿈을 그리며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또 다시 여행을 위해 도시를 정해야 하고 대략적인 스폿들을 정하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먹고, 다신 오지 않을 것처럼 놀고 구경하며 사진을 남기고 정말 수 없이 돌아다니길 반복하는 계획이 조금씩 추가되어진 여행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즐거웠던 여행이 점차 변질되고 있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

올 초 태국을 다녀온 우리는 여름휴가를 생각지도 않고 있었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으로 여름 휴가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었다. 유럽?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터키?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는 그 먼 해외까지 나가서 여러 곳을 구경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었다. 그렇게 기존의 여행들과 별반 다를 것 없게, 즐겁고자 물꼬를 튼 여행이 점차 정신없이 많은 곳들을 둘러보는 여행으로, 행복하고 즐겁고자 시작한 여행이 여타 패키지 상품들과 다름없는 여행으로 우리의 여행이 조금씩 변하려 하고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해져 볼래?

여행루트며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를 수차례.. 아마 그 쯤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짜증을 내기 시작하며 무척 예민하게 굴었던 때가. 잠시 달디 단 꿀을 먹었던 것과 같았던 여행의 재 시작의 기억은 저 멀리 없어진지 오래였다. 고민이 지속되는 나날들은 반복되었고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내 성질머리에 한참을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컴퓨터 사진들을 정리하다 여행의 재 시작이였던 일본 현지 사진들이 가득한 폴더가 눈에 들어왔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사진을 보며 행복하게 그 당시를 회상하고 있었다. 


 정리된 생각 그리고 결정!

일본 여행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 정리를 끝낸 나는 여행의 재 시작이였던 일본에서의 여행이 좋았었고 그 때와 같은 편한 여행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결과는 당연 대!만!족!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갈 것 인지가 남았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도시를 정해 다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코타키나발루 VS 하와이

장소는 정해졌지만, 최대의 고민이 남았다. 두 도시 중 어디를 선택해서 가느냐.. 아주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각자의 일이 바빴던 우린 직접 만나지 못했고, 대부분의 여행 계획을 전화를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했을 즈음 한계에 부딪혔다. 내가 말하는 걸 상대가 말하는 걸 못 알아듣는 부분이 서로 발생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공유해서 같이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 도시를 비교하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발행하는 순 비용, 휴양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숙소 등을 찾고 공유하며 같은 값이면 최상의 서비스와 최고의 조건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좋을 거란 결론을 지으며 결정을 내렸다. 

이런 여유로움도 '여행'이다



 미리 스포를 하자면, 여행지에서 정말 너무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었다.

(비록 유명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되나 싶어 어색해했지만 말이다.)

나는 내 첫 휴양 여행기를 격일로 연재할 예정이다. 글 솜씨 없는 내 기록이 누군가에겐 공감과 힐링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행에 조금의 도움을 가져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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