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통통배의 세계로 바닷속 세계로
휴식여행, 힐링여행이지만 하루쯤은 즐기자!
항상 빡빡한 스케줄의 여행을 해오던 우리는, 너무 아무 계획이 없는 이번 여행이 불안했었기에(사람은 안 변하는 거 같아요.) 사실 출발 전에 이리저리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지며 후회 없는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작은 준비를 해뒀었다. 코타키나발루에는 다양한 섬이 있는데 쉽게 코타키나발루의 내륙과 가까운 섬과 먼 섬이 있다. 가까운 섬으로는 사피, 마누칸, 마무틱, 세핑가르 등이 있고 조금 거리가 있는 섬으로는 뿔라우띠가, 멍알룸, 판단판단, 만따나니 등이 있고 각 섬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한다. 내륙과 가까운 섬들은 보편적으로 섬 투어를 가장 많이 가는 곳이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많고 바닷속 시야가 비교적 별로라고 한다. 반면 내륙과 거리가 있는 섬들은 한정적인 사람과 바닷속 시야가 좋다는 장점이 있으며 단점으론 액티비티의 선택에 조금 제약기 있고 거리에 따른 이동시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지극히 검색을 통한 개인적 의견이다.)
만따나니섬 너로 정했어!!
우리는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어느 섬을 선택하느냐 라는 큰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귀국을 하면 또 언제 코타키나발루를 시간 내서 오겠냐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바닷속 컨디션이 좋고 사람이 많지 않은 매력적인 만따나니섬을 택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의 액티비티를 꼭 해보자 였기에, 이왕이면 바닷속 컨디션이 좋은 곳에 가자는 마음이 중점적이었다. 또, 이번 여행 목표는 "편안함"을 추구하자 였기에 후기도 좋고 가성비 좋은 세미 패키지를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을 통해 사전예약을 진행했고, 픽업과 드랍 서비스를 포함해 상세히 정리된 안내사항을 받았다.
교통정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따나니섬은 제셀톤 포인트에서 차량으로 약 90분+배로 약 90분가량이나 가야 하는 먼 이동거리를 자랑하지만 동양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곳인 만큼 그 고생은 참을만했다. 오전 7시경 픽업 약속시간이 5분이 지났지만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우린 마냥 기다리면 우릴 불러주는 게 아니었나 싶어 황급히 가이드에게 연락을 취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교통정체로 20분가량 늦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타키나발루의 교통혼잡도 은근 존재한다는 점을 이날 처음 알았다. 그렇게 오른손으로는 조식을 왼손으로는 가이드와 연락을 눈으로는 로비를 바라보며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정말 정확히 20분이 지난 시각쯤 대형 버스 한 대가 호텔 로비 앞에 도착했고, 왠지 저거 우리 차 같은데? 싶어 조식을 급히 마무리 지으며 로비로 향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차량이었다. 차량에는 우리 커플을 포함해 한국인 커플이 꽤 많이 보였고 중국인은 없었다.
에어컨 VS 바닷물 미스트
대형버스라 매우 쾌적했다. 1인이 앉는 공간도 꽤나 널찍했고 좌석 간 간격도 만족스러웠다. 한동안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잡았고 잠에 들 때쯤 극심한 추위가 엄습했다.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옆에 앉은 짝꿍도 춥다는 말을 해왔다. 이미 픽업차량을 기다릴 때부터 래쉬가드를 풀 장작 한 우리는 좌석 위 에어컨을 껐음에도 추웠다. 액티비티 이후 갈아입고자 준비했던 잘 싸놓은 옷들을 꺼내 이불처럼 덮어가며 잠을 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로 갈아타야 하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잠깐 주어졌고 우린 다시 짐을 정리하기 바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배로 갈아타며 들뜨기 시작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졸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드디어 시작되었다. 덩기덕 쿵기덕 배의 액티비티가 말이다. 호수길을 지나 드디어 바다로 접어들며 배의 스피드는 점점 빨라졌고 외부와 내부 사이를 차단하는 문이 따로 없는 배는 우리의 얼굴과 온몸에 바닷물 미스트를 뿌려주었다 그것 또한 마냥 즐거웠다. 우리는 멀미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여행지에서 아프지 말자 싶은 마음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멀미약을 배가 출발하기 전 미리 먹어두었다. 힌참을 스피드 내던 배의 속도가 점차 느려져갔고,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도착해서 알았지만 오늘 날씨가 정말 최고였고 파도도 매우 잔잔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다. 금주 중 가장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다이빙은 일단 근육이 필요해요.
선택한 액티비티에 따라 구분되며 가이드의 안내에 맞춰 '다이빙'이라고 적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다이빙 마스터가 예약자의 이름을 호명하는데 웬걸 4쌍의 커플이 다 한국인이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한국인 많이 없다고 들었는데~"라는 말을 시작으로 한바탕 웃으며 간단한 기본 교육이 시작되었다. 원활한 잠수를 위한 추를 착용하고, 산소통이 달린 구명조끼를 착용하며 엉덩이가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내겐 모든 장비들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하며 마스터를 따라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그 짧은 거리가 지옥.... 같았는데 물속에 몸이 담기자마자 거짓말처럼 무거움이 사라졌다. 좀 전에 들었던 간단한 기본 이론 교육이 물속에서 간단한 실천 교육으로 바뀌며 적응시간이 지났고, 드디어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할 배 위에 올랐다.
모든 건 눈으로 배운다.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할수록 바닷 색이 에메랄드빛에서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배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조금 무서웠다. 이동을 하며 마스터의 설명에 의하면 만따나니는 바다거북이 많고 운 좋으면 바다거북과 듀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드디어 도착한 다이빙 포인트!! 마스터는 아주 짧게 "호흡기 잘 착용하고, 이렇게 하는 거야 잘 봐!"라는 말을 남기고선 바닷속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져 버렸다. 우린 가장 마지막에 바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점차 내 순서가 다가오던 그 긴장감이란 아주 짜릿했었다. 솔직히 나는 상어가 나오면 어쩌나 싶은 막연한 생각에 긴장이 되었고, 내 몸속에 너무 많은 산소를 넣는 큰 호흡으로 긴장감을 표시하고 있어 짝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 짝꿍은 별거 아닐 거라는 괜찮을 거라는 말과 달리 매우 긴장을 하고 있었고, 우리를 담당하게 된 마스터에게 물어 들어가기 무섭다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심호흡과 황홀함-
우리의 긴장을 눈치챈 담당 마스터는 천천히 심호흡하듯 숨을 쉬라는 조언과 함께 우리 손을 잡고 스노쿨링을 하듯 적응시간을 가지게 해 주었다. 짧은 적응시간은 긴장을 풀기 충분했고, 드디어 바닷속으로 입수가 시작되었다. 3m.. 5m... 8m를 내려간 우리는 주변에 함께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와 인사를 나누고 마스터의 묘기를 구경하며 시야를 멀리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 흘러 12m 지점이라고 알려주는 마스터와 함께 드디어 바닷속의 바닥에 내 무릎이 닿았다!!!! 정말 황홀했다. 바닷속 땅에서 위를 바라보는 광경은 너무너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잠깐의 감상 타임이 끝난 후 바닷속 모래도 만져보고 산호도 가까이서 보며 한참 즐기고 있을 때쯤 조금씩 귀에 불편함이 찾아왔다. 교육 중에 배운 이퀄라이징(*압력 평행을 위해 코를 막고 '흥'하는 숨을 쉬며, 귀로 느껴지는 공기의 외 내부 압력을 맞춰주는 행동)을 사용해 볼 일이 없으려나 싶을 정도로 바닷속을 하강하는데 압력에 의한 불편함을 겪지 않았던 나는, 드디어 배움을 실천해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계획
다이빙 체험이 끝났다.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체험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섬으로 복귀해 제공된 점심을 먹고 간단히 씻은 후 우리는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남기고 영상을 남기며 다시 제셀톤으로 이동시켜줄 배가 도착하기 전까지 여유롭게 구경을 했다. 구경이 끝날 무렵 배가 도착했다는 가이드의 안내에 맞춰 해변가를 따라 이동하며 다이버 자격증에 대한 열띤 이야기를 시작했다. 검색을 해보고 위험성을 알아보며 다이버 자격증 취득을 위한 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우린 슬며시 내년도 여행 리스트에 다이버 자격 여행을 추가했다.
밤문화
제셀톤 포인트에서 만따나니섬으로 이동하는 시간의 약 1.5배만큼의 시간이 더 걸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고 우린 빠르게 씻고 짐 정리를 마친 후 인근 쇼핑센터를 찾아갔다. 드디어 내일부터 진정한 휴식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였다. 마트를 들려 간식거리를 사고 면세점 찬스로 구입해온 양주에 맞는 안주를 골라 담고, 각종 선물과, 한국에 가져가 우리가 먹고 즐길 물품들을 잔뜩 사며 호화로운 쇼핑을 끝마친 후 야시장을 찾아갔다. 이미 우리에겐 동남아의 야시장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하며 야시장에 들어선 순간 우리의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잠시 실망을 했지만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들에 이내 지갑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각종 꼬치, 옥수수, 생과일음료며 여러 음식들을 쉬지 않고 배가 터질 만큼 먹고는 우린 그렇게 GG를 외치며 호텔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