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모아봐 그럼 물고기가 다가와
스노클링? 어렵지 않아요
물놀이가 그냥 좋았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았다. 리조트에 도착하면 웰컴 음료와 손을 닦을 수 있는 차가운 수건을 준비해준다. 그 시간 동안 리조트 내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소개고, 동시에 예약도 할 수 있었다. 우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였던 마음에 스노클링과 natural walking를 예약해두었었다. 리조트의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8시 30분까지 다이빙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서둘러 세수와 양치를 하고, 물기를 말리려 널어두었던 수영복과 레쉬가드를 챙겨 입고 다이빙센터를 찾았다. 우린 예약된 시간에 딱 맞춰 도착을 할 수 있었고, 스노클링을 예약했음에 룸넘버 확인 후 장비를 받았다. 스쿠버다이빙을 진행할 때의 장비에 비하면 너무나 아주 어마어마하게 간단한 장비였다. 수경에 호흡기만 달린 장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예약팀이 다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고 우린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후 바로 바다로 향했다. 구명조끼를 물론 착용해서 수월했지만 물은 꽤나 깊었다. 10걸음을 걸었을까 싶었는데 어느새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우리' 넣기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었다. 그래서인지 물에 대한 거부감은 그렇게 없었던 터라 너무 신나서 혼자 막 앞으로 나가고 있었나 보다 멀리서 희미하게 부르는 소리에 뭘까 싶어 물속에서 들어가 있던 머리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짝꿍이 부르는 소리였다. 그는 360도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 맞춰 방수 케이스를 장만했고, 함께 영상을 찍기 위해 나를 부른 것이었다. 함께 손을 잡고 바닷속을 구경하길 한참 산호 주변에 크고 작은 물고기는 정말 많은데, 이상하게 우리의 주변으로 오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 우리의 헤엄치는 행동으로 물고기가 도망 아닌 도망을 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우리와 물고기의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헤엄치던 발장구를 멈추고 가만히 물 위에 동동 떠다니며 물고기를 기다렸다. 세상에 정말 우리의 예상이 맞았다! 물고기들이 스멀스멀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더 가까이서 물고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물고기가 '뻐끔'거리는 듯한 행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 그런 내 행동은 예상치 않았던 결과를 만들었다. 나는 손가락 끝을 모아 '뻐끔'거리듯 움직이는 행동으로 순식간에 물속 세상의 인싸가 되었다. 순식간에 와르르 몰린 물고기들로 솔직히 말하면 이쁘고 좋은데.. 조금 무서웠다.. 한참 대자연속에 우리를 넣고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체험시간이 끝났고 우린 간단히 몸에 소금기를 털어내고는 바로 조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역시 물놀이 후엔 밥이다. 그렇게 빠르게 음식들을 담아 올 수 없었다.
이상하게 바쁜 날
가야아일랜드리조트에는 Secret beach가 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Secret beach로 가는 보트 운영시간에 맞춰 선착장으로 향한 후 선착장 직원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또 Secret beach에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작게 마련되어있다.
바다 옆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맛있는 음식 냄새를 풍기며 조용하고 깨끗했다. 그날그날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룸넘버를 말하고는 인원수에 맞게 메인 요리와 디저트를 각 2가지씩 고를 수 있었다. 우리는 해산물 정식과 소고기 정식을 그리고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은 모두 깔끔했고 맛있었으며 양이 적지도 많지도 않게 딱 좋은 정도였다. 주문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조리로 따뜻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고 눈과 코로 함께 즐기는 음식이었다.
간단하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부턴 또다시 물놀이와 섬 구경 시간! Secret beach는 'Secret'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특히나 무한히 걸어가도 허벅지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는 물높이는 파도도 길고 잔잔히 움직여 간단히 보드를 연습하거나 초보 스노클링의 연습지로 제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썬베드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길 한참, 우리는 다시 본 섬으로 넘어가기 위해 보트에 몸을 싣었다.
먹기 위해 먹다
아침부터 열심히 움직였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고 아이패드를 꺼내 볼 영화를 고르고 면세점 찬스로 구매해온 양주를 세팅했다. 너무 재미있었던 건 우리가 구입해온 양주는 오이와 찰떡인 양주였다 해서 우린 여행 내내 오이를 구하러 다녔다. 영화 한 편과 시작된 우리의 먹부림은 밤까지 이어졌고 저녁으로 예약해둔 일식 레스토랑에 가기 전까지 쉬지 않고 먹었다.
이쯤 되니 사실 불안했다. 배가 이렇게나 부른데 저녁을 먹으러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가야아일랜드리조트의 일식 레스토랑은 레스토랑들 중에 맛있기로 소문이난 곳이었기 때문이다.(but, 정식 일식을 기대하신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퓨전 일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회나 초밥은 아예 없었으니까요.)
おまかせ & Happy birthday.
나름 정식 레스토랑이었다. 외국이기도 했고 우리는 정갈히 옷을 챙겨 입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おまかせ레스토랑은, 100% 예약재였고 한정된 손님만 받는 곳이었다. 산책도 할 겸 조금 일찍 출발해 걸어가던 우리는 조용한 저녁 리조트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우리는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와 한 팀이었다. 처음엔 어색했고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았으나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디서 왔느냐, 이곳은 처음이냐, 이런 액티비티를 우린 해봤는데 좋았다 너희도 해봐라, 어디 어디가 너무 좋더라, 여행으로 왔느냐' 등등 정말 끊기지 않는 대화를 나누었고 너무 즐거운 식사를 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때 그 시간은 음식이 주는 행복 혹은, 작은 공간의 마법같이 느껴졌다. 이미 간식이며 술을 배가 조금 부를 정도로 먹고 가서 레스토랑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까 싶었던 고민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크게 웃고 떠들면서 배가 꺼졌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우리 커플과 프랑스 노부부 그리고 한국에서 온 세 모녀였다. 그렇게 총 7명이 었던 우리 팀은 쉴 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에서 온 세 모녀의 어머님께서 오늘이 생일이고 그래서 모녀 여행을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비록 그곳에서 처음 보았고 알게 된 사이였지만 환대한 축하인사를 나누었다. 그때였다. 정말 센스 있는 레스토랑의 셰프가 케이크를 준비해오며 Happy birthday 노래를 트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그 기분이란 정말 생일이 아닌 나 조차도 감동받았던 이벤트였다. 우린 박수와 함께 노래를 불러드리며 소원을 빌고 초를 부시길 기다렸고 셰프에게 다시 한번 다 같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おまかせ의 뜻은 '맡겨주세요.' 라는 의미로, 식당에서 혹은 타인에게 공손히 표현하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곳에서 만드는 추억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혹은 여행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나는 이렇게 여행을 통해 또 하나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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