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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10. 2019

대참사

갑자기 먹보가 된 이유

냥비의 다래끼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염증은 거의 가라앉아서

이번 주까지만 약을 먹이면 되지만,

볼록하게 올라온 피부는 여전히 그대로라 속상하다.

예쁜 얼굴에 왜 저런 게 생겨서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큰 문제가 아니라면 또 수술을 시키고 싶진 않기 때문에 

일단 있는 약까지만 마저 먹일 생각이다.


그러다 며칠 전 집에 돌아온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집안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간식통에 미처 다 넣지 못하고 따로 봉지에 담아 놔뒀던 간식을

냥비가 홀라당 뜯어서 2개나 먹어치운 것이다. 

평소에 식탐도 별로 없는 녀석이고

간식을 아무 데나 두어도 절대 혼자 뜯어먹거나 탐하는 일이 없었는데

....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다니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놀란 와중에도 사진부터 찍은 이유는

진짜 어떻게 저렇게 먹었지 싶을 정도로 야무지게도 씹어재껴놨기 때문 -_-;

아 이 못 말리는 귀여운 맹수 같으니라고.


실은 그날 길냥이들 밥 챙겨주느라 약속 시간에 좀 늦을 것 같아서 서둘러 나가는 중이었다. 

나가는 김에 애들 줄 간식도 몇 개 챙기고 있었는데

간식 뜯는 소리에 뒤따라온 냥비가 자기 주는 줄 알고 잔뜩 기대를 했던 모양

그런데 내가 냥비의 기대를 무참히 밟아버리고  

그냥 쌩! 하니 나가버린 것...


그래서 차마 냥비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껍데기까지 먹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부터 됐던 걸 보면 난 역시 그저 흔한 냥불출 집사다...;;

가뜩이나 염분이 있는 간식이라 하루에 반 개도 줄까 말까 한데

그걸 하루에 2개나 홀라당 먹어치웠으니 물도 엄청나게 먹고...

냥비는 다음날 슈퍼사이즈 감자를 생산해냈다. -_-;

이 사건을 비롯해서 요즘 냥비의 식욕이 이상하리만치 상승한 것 같아서

병원에 물어봤더니 아무래도 다래끼 약이 식욕을 부추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복용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재발하지 않도록 

그래도 당분간은 먹이라고 해서 지어왔건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 

무조건 못 먹게 할 수도 없고... 주긴 주되 적당량으로 먹는 것도 관리 잘해줘야겠다.

무엇보다 빨리 약을 끊어야지 원.

이러다 뚱냥이 되는 거 순간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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